원로 여성 운동가 박영숙씨 17일 별세


  한국 여성운동계의 ‘대모(代母)’ 전 평화민주당 박영숙(영문·56년졸) 총재 권한대행이 17일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박 전 대행은 평생 여성운동에 헌신하며 이희호(이화여전 문과·42년 입학) 여사와 함께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라 불렸다. 한국전쟁 당시 대학생이던 박 전 총재는 기독교여자청년회에서 전쟁고아와 피난민을 도우며 여성․시민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1986년 부천경찰서 여성성고문 사건 당시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행은 야권의 대표적인 원로 여성 정치인이었다. 그는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찬조연설을 한 인연으로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박 전 대행은 호주제를 완화하는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탁아법 제정을 통과시키며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발전에 제도적으로 기여했다.

  그는 사회복지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대행은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해 우리나라에 기부 문화를 알렸다.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했고, 암 투병으로 입원 전까지 장학재단 ‘살림이’의 이사장을 맡았다.

  박 전 대행은 최근 안철수 의원과 깊은 인연을 맺기도 했다. 박 전 대행은 작년 2월 안철수재단 이사장(현 동그라미 재단)으로 선임됐지만 암 투병 때문에 3월7일 사임하고 치료를 받아왔다. 안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로 박 전 대행을 별세 하루 전인 16일에 만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화민주동우회는 박 전 대행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이화민주동우회 황주영 회장은 “박영숙 선생님은 다정한 언니이자 민주화 투쟁을 할 때는 열정적인 투사였다”며 “여성 운동을 위해 평생을 보낸 선생님께 존경을 보내며 우리가 그 몫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20일 오전7시30분에 발인이 이뤄졌다. 박 전 대행 영결식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무소속 안철수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참석했다.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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