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운동장에 천연 잔디 심으려면 최소 1년은 출입 통제해야”


  ㄱ(체육·12)씨는 학과가 체육 행사를 계획할 때마다 비가 올까 걱정한다. 비가 오면 잔디가 없는 운동장 흙바닥이 패여 물웅덩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ㄱ씨는 물웅덩이가 생기면 학과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 안쪽에 있는 골프장에서 흙을 운반해 물웅덩이를 메운다.

  축구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오세린(중문·12)씨도 축구 연습을 할 때마다 긴장한다. 잔디 없이 흙만 남은 운동장에 넘어져 무릎과 손바닥이 크게 까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연습을 오래 하다 보면 흙먼지에 기침을 하기도 한다. 

  이화인이 열악한 운동장 환경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운동장은 현 ECC 자리에서 2008년 학교 정문 옆으로 이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트랙이 생기고 운동장에 잔디가 깔렸다. 그러나 5년째 잔디 보수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치됨에 따라 현재 운동장은 잔디 없이 패인 흙바닥만 남아있다.

  FC쏘샬, FC콕 등 축구동아리, 이화 플레이걸스 등 야구동아리는 운동장에서 매주 연습한다. 하지만 운동장이 생긴 이후 잔디는 한 번도 보수 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학교 지반 상태와 잔디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운동장 전체를 개선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체육과학부 학생회는 운동장 상태가 좋지 않아 학과 행사를 미룬 적도 있다. 학교 측은 운동장 잔디 보수 계획 때문에 학생회 측에 4월에 예정된 이화인 하나되기 축구대회를 2학기로 조정할 수 있는지 요청했다. 작년 체육과학부 학생회 관계자는 “1학기에 예정된 모든 체육 행사일정을 조정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러나 2학기까지 잔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축구대회는 전과 똑같은 상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운동장 잔디는 충격을 흡수해 찰과상 등 부상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잔디 보수가 안 된 학교 운동장은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비해 찰과상 위험이 있는 것이다. ㄴ(사회·11)씨는 “비가 오고 나면 운동장에 푹 파인 곳이 많아 걸려 넘어지기 쉽다”며 “흙 위에 넘어져서 살갗이 까질까 봐 정강이보호대와 스타킹을 꼭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운동장을 관리하는 재무처 시설팀은 운동장 보수 요청이 있을 때만 부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2008년 운동장이 생긴 이후 잔디가 있을 때 제초를 몇 번 했을 뿐 전체적인 보수는 한 적이 없다. 재무처 시설팀 남석진 팀장은 “운동장을 사용하는 학생이 많아 보수를 하면 운동장 사용을 오랜 기간 통제해야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보수는 아직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ㄷ(체육·11)씨는 “축구대회를 진행하기 전 운동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패인 운동장을 메우려고 쓰레받기로 흙을 운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남 팀장은 “운동장에 흙이 패여 있다는 요청이 있을 때 물 빠짐이 좋은 흙을 사용해 부분적으로 보수해왔다”고 말했다.

  건과대 행정실은 운동장에 잔디를 까는 데 드는 시간 등의 이유로 보수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건과대 행정실 관계자는 “천연잔디는 자라는 데 1년이 걸린다”며 “그 기간 운동장 사용을 완전히 통제해야한다”고 말했다.

  체육과학부 학생회는 운동장 보수 문제 요구안을 제출 시기에 맞춰 총학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운동장이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아 흙이 줄어서 운동장 보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육과학부 신지은 공동대표는 “운동장 상황이 열악해 학생들이 다칠 위험이 있다”며 “잔디를 새로 깔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운동장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처 시설팀은 학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요청이 있을 때마다 부분 보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무처 시설팀 남 팀장은 “흙이 패인 곳을 메워달라는 학생 요청이 있을 때 부분적으로 바로 보수하겠다”며 “운동장 전체적으로 잔디나 흙을 교체하는 문제는 체육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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