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연구원 주최 제15회 콜로퀴움 ‘여기, 특별하고 특별한 여기’ 열려

▲ 15일 한국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콜로키움에서 서울대 김승회 교수가 ‘여기, 특별하고 특별한 여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혹자는 건축의 지역성과 고유성을 논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죠.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뉴욕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도 모니터를 끄는 순간 ‘여기’, 바로 서울 안에 존재해요.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여기’는 언제나 특별합니다.”

  15일 오후4시 인문관 111호에서 한국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제15회 콜로퀴움 ‘여기, 특별하고 특별한 여기’가 열렸다. 연사로는 서울대 김승회 교수(건축학과)가 나섰다. 김 교수는 그의 대표작인 이화외고 비전관, 파주 출판도시의 문학동네, 영동교회 등을 예로 들며 그가 고유성을 담아 건축한 공간인 ‘여기’에 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첫 번째 ‘여기’로 한국의 중·고등학생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를 꼽았다. 그는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닌 학생의 일상이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화외고 비전관을 예로 들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의 고단한 일상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일자형 복도를 순환형 트랙으로 바꾸고 각 층에 테라스를 만들었죠. 곳곳에 계단식 야외무대 등 학생의 휴식, 놀이, 대화를 위한 다양한 공간도 마련했어요.”

  김 교수는 빠른 업무가 생명인 회사를 두 번째 ‘여기’로 언급했다. 속전속결로 일이 진행되는 회사의 특성이 건물을 짓는 과정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그는 500평인 4층 건물의 시공을 6개월 만에 끝내야했던 문학동네 사옥을 예로 들었다. “하루하루 놀라운 속도로 사업이 돌아가야 하는 회사는 속도만이 살 길이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설계를 할 때도 속도는 중요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완공을 하기 위해 가능한 건축의 방식을 찾기 시작했죠. 그 결과 사전제작 구조와 건식공법(시공시에 물을 쓰지 않고 못 치기, 접착제로 붙이는 등의 공법)을 고안하고 평면을 단순하게 계획했어요.” 

  그가 꼽은 세 번째 ‘여기’는 서울을 종교의 도시로 만든 교회다. 많은 종교 건물들이 담으로 종교의 공간과 세상의 공간을 나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교회를 지역과 연결했다. “설계 할 때부터, 영동교회를 ‘열린 교회’로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교회에 개방된 마당을 둬 이웃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교회 마당과 마을 골목 구분도 없앴죠.”
 
  김 교수는 짧은 시간에 도시화된 서울이 유기성 없는 건물들로 구성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건축으로 도시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단순히 건축적인 장치를 넘어 아름답고 의미 있는 건축에 도달하고자 한다. “서울은 600년 된 기억을 가진 곳과 모던보이, 모던걸이 활보한 곳이 공존해요.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공간을 이어 건강한 도시 관계망을 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강연을 들은 김소연(영문·11)씨는 “건물 하나를 지을 때 그 건물을 이용할 사람과 그 주변  환경까지도 고려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앞으로 건물을 볼 때 건물이 지닌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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