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꿈어린이공원 벽화 작업에 참여한 본교 조형예술대학 학생이 무지개가 그려진 계단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은별 기자 byeol2728@ewhain.net
▲ 12일 벽하도안을 디자인한 이혜인씨가 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최은별 기자 byeol2728@ewhain.net


  “무지개 색 사이마다 검은 윤곽선을 그리면 답답해 보일 것 같아.”
  “그럼 맨 위에 있는 빨간색 부분을 따라 무지개 가장자리에만 테두리를 그리자.”

  12일 오후2시 서울시 용산구 새꿈어린이공원에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벽화를 그렸다. 어지럽게 놓인 페인트 통 사이로 밀짚모자와 앞치마 차림의 사람이 얼굴과 손에 물감을 묻힌 채 분주히 붓을 놀린다. 이들의 손길은 먼지투성이였던 회색 시멘트벽을 물결치는 무지개로 바꿨다. 공원 오른편 돌계단도 무지개가 흘러내리는 그림으로 단장했다.

  11일~12일 재능기부를 약속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40명이 쪽방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벽화 봉사를 진행했다. 이는 KT IT서포터즈(KT 서포터즈)가 진행한 벽화 채색 사업 중 하나다.

  노숙자의 재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Big Issue)>도 벽화 작업을 도왔다. 3월부터 쪽방상담소를 위탁 운영해온 빅이슈는 쪽방상담소 인근 새꿈어린이공원을 벽화 봉사장소로 추천했다. 새꿈어린이공원은 용산구청에서 허가를 받아 벽화 봉사의 무대가 됐다. 쪽방상담소 이한훈 실장은 “평소 공원이 방치된 것을 보고 아쉬움이 컸다”며 “벽화를 그리면 더 많은 주민이 공원을 이용할거라 생각해 추천했다”고 말했다.

  본교생은 밑그림을 기획하고 채색 방법을 고안하는 등 주축이 돼 벽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혜인(섬예․10)씨가 가장 먼저 벽화 작업에 참여했고, 이 씨의 권유로 조형예술대학(조예대)학생 스무 명이 함께 붓을 들었다. 이번 벽화 작업의 주요 디자인 모티브는 무지개였다. 이 디자인 역시 이씨가 조예대에서 주최한 벽화도안 공모전에 낸 이씨의 디자인이다. 이씨는 “벽화 작업에 참여할지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을 때 쪽방촌에 방문해 방치된 공원을 봤다”며 “그 모습을 보고 벽화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일 오전10시부터 본격적인 스케치에 돌입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씨가 밑그림을 그리고 다른 사람은 벽에서 몇 걸음 떨어져 그림 위치를 봐줬다. 권솔(의류․11)씨는 “무지개가 물결치는 높낮이뿐 아니라 기운 각도까지 눈대중으로 그리려니 쉽지 않았다”며 “벽화 작업은 여러 사람의 눈과 손이 있어 가능했던 작업”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5시 채색 작업을 끝으로 이틀간의 벽화 작업은 마무리됐다. 벽화 작업팀은 전날 스케치를 따라 붙여둔 라인테이프를 경계 삼아 색을 칠한 후, 테이프를 떼어내고 경계선을 그리는 순으로 채색했다. 권씨는 “장시간 작업을 하면서 피곤했지만 벽화를 보고 기뻐할 쪽방촌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끝까지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 서포터즈는 앞으로 이러한 벽화 작업을 계속해 용산구 쪽방촌을 벽화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다. 홍수정(섬예․10)씨는 “전공을 살려 봉사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있다면 꾸준히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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