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오후7시경 ㄱ씨는 하굣길에 자신을 따라오는 발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다.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그를 따라오던 남성은 ㄱ씨가 하숙집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곧바로 걸음을 멈추고 돌아갔다. ㄱ씨가 지내는 하숙집은 인근 도로까지 CCTV를 설치해뒀기 때문이다. 남성이 돌아가자 ㄱ씨는 안심하고 하숙집에 들어갔다.

  여대 앞 하숙집의 담벼락이 높아졌다. 여대생이 보안이 잘된 하숙집을 찾아 나섰다. 본교 앞 그린부동산에 따르면 CCTV와 도어락(doorlock) 시스템 등 보안시설을 강화한 신축 하숙집이 작년 대비 열 곳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하숙집은 출입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고유한 방범체계로 거주하는 학생을 보호한다.


△까다로운 절차로 금남의 공간을 만들다

  일부 자취공간은 출입절차를 여러 단계로 둬 외부인 출입을 막는다. 인근 여성 전용 ㄴ 오피스텔의 거주자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면 보안절차 네 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선 거주자가 공용현관을 지나려면 출입용 카드를 찍어야 한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별도의 보안카드를 이용한다. 보안카드를 찍지 않으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그 앞 보안 유리문에 출입용 카드를 다시 찍는다. 마지막으로 개별 방문에 설치된 보안 번호를 입력하면 방에 들어설 수 있다. ㄴ 오피스텔에 사는 강소연(정외․12)씨는 “출입과정이 번거롭긴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놓인다”며 “이곳에 살면서 보안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출입카드 대신 고유의 인식체계를 이용해 출입하는 곳도 있다. 성신여대역 인근 여성 전용 ㄷ 원룸은 지문을 이용해 출입한다. 공용현관에 설치된 지문인식기에 검지를 대고 저장된 지문 데이터와 지문이 일치해야 문이 열린다. 이곳 거주자는 처음 입실할 때 지문 등록을 한다. ㄷ 원룸에 1년 째 살고 있는 성신여대 박혜영(통계․11)씨는 “카드리더기로 출입하는 경우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으면 보안이 걱정되는데 지문인식기는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 전용 원룸이기 때문에 보안을 더욱 강화한 곳도 있다. 범죄자 대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여성 전용 ㄹ 오피스텔은 남성 출입이 까다롭다. 남성이 이곳에 방문할 경우 거주자는 사전에 관리실에 신고해야 한다. 거주자의 가족도 방문 전날 신고를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ㄹ 오피스텔의 관계자는 “실제로 거주자의 남동생이 몰래 머물다 적발돼 퇴실당했다”고 말했다.


△설비로 무장해 일말의 틈새도 차단하다
 
 일부 하숙집은 경보시설을 이용해 외부인을 쫓아낸다. 본교 정문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ㅁ 하숙집은 수상한 외부인을 쫓으려고 공동현관에 방범용 비상벨을 설치했다. 거주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사이렌이 울리며 경광등이 켜지고 사무실에 상주하는 경비원이 현장에 출동한다. ㅁ 하숙집 이용훈 관리소장은 “방범용 비상벨은 치안을 쫒아내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고 거주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며 “거주자를 대상으로 입실 전 비상벨 사용법 등을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주자가 외출 중일 때도 보안은 철저하게 이뤄진다. 덕성여대 인근 여성 전용 원룸 ㅂ은 외출 시 주거 자동화기기를 ‘외출 방범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이때 타인이 현관문을 열면 자동으로 영상이 녹화돼 경비실에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ㅂ원룸에 입주한 덕성여대 이한솔(수학․10)씨는 “관리비가 조금 비쌌지만 그만큼 보안이 철저해 고민 없이 계약했다”며 “원룸에 살고 있지만 아파트 못지않은 보안체계가 있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1인 여성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보안을 강화하는 하숙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나부동산 김영욱 공인중개사는 “원룸상담을 하는 여성고객 중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 보안시장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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