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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시간, 나를 위한 선물
Bay Path College
2013년 05월 20일 (월) 이정민(문정·11) -

  나와 내 룸메이트의 물건으로 가득 차 있던 방이 어느새 내 캐리어 하나와 잡동사니만 널려 있는 휑한 방이 되었다. 이화에서 기말고사를 끝낸 지 한 달 만에 미국에 와 시작한 2013학년도 봄 학기가 벌써 끝이 나 있다. 내 룸메이트는 이미 몇 시간 전 이 방을 떠났고 나는 내일이면 영영 이 동네와 작별한다. 대부분이 떠나서 평소와는 달리 너무나도 조용한 기숙사와 내 방. 내가 결국은 교환학생을 끝냈구나 하는 생각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교환학생은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에 가면 꼭 해보리라 다짐했던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학점에 신경 썼고 그토록 지겨워했던 토플을 다시 봤다. 그리고 2학년 여름방학, 내가 바라고 바랐던 유럽 1년이 아닌 미국 1학기가 됐다. 그 당시엔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한 학기를 교환학생으로 보낸 지금 한 학기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에도 나는 소중한 추억과 친구들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추운 것은 둘째 치고 너무 심심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도시가 아닌 교외는 너무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한동안 내가 이렇게 여유롭게 지내도 괜찮은 것인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바쁜 학교생활과 더 바빴던 봉사활동, 그리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니 내가 아무것도 안하는 게으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국에서조차 부모님 곁을 떠난 적이 없는 나는 이 조용한 삶이 외로움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괜히 큰 돈 쓰면서 교환을 온 건 아닌가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쯤 지나니 이 여유로운 동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봄이 되고 학교에서 무료로 대여해 주는 자전거를 타고서 이 작은 캠퍼스와 한적한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꼭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학생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너무 여유로워서 걱정됐던 마음도 다시 생각해보니 2년 동안 바쁘게 살아온 나에게 주어진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차피 한국 다시 돌아가면 원치 않아도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테니 여기서 이 여유를 맘껏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달이 지난 후 한 학기에 쉼표가 되어준 봄방학이 왔다. 1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이화에서 같이 교환 온 친구 주현이와 함께 뉴욕 여행을 떠났다. 한적한 교외를 떠나 시끄러운 도시로 가니 다시 서울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말로만 듣고 사진 혹은 화면으로만 봐왔던 뉴욕에 내가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신기했던 건 뉴욕 여행 후 더 심심하게 느껴질 줄 알았던 학교가 오히려 더 평화롭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소중한 친구 세 명이 생겼다. 첫 번째로 같이 이화에서 교환을 갔던 친구 주현이. 혼자서는 외로웠을 타지 생활에서 누구보다도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였다. 그리고 주현이와 나를 동생처럼 챙겨줬던 중국계 미국인 친구 Ming. 학교에서 심심해 할 우리를 걱정해서 자기 친구들 모임에도 우리를 데리고 가주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러 다녀주던 항상 고마웠던 친구이자 언니였다. 그리고 미국인 친구 Ashleigh. 미국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며 부활절 때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해 주고, 도시에서 자란 내가 재밌어 할 거라며 미국 시골동네를 구석구석 구경시켜줬다. 그리고 Ashleigh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하며 감사할 것이다.

  난생 처음 미국에 와서 지낸 4개월이 어느새 지나갔다. 그렇지만 나는 당장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다. 두 달 동안 혼자 미국을 여행할 예정이다.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도 아니고 혼자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사실 두려움이 크다. 하지만 4개월 전 미국에 처음 올 때 나를 믿었던 것처럼 나를 한 번 더 믿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네 달간의 교환학생과 두 달간의 여행이 끝난 후에는 조금 더 씩씩하고 조금 더 의젓한 이정민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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