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7시 창천동의 수연하숙 앞마당에서 열린 골목 상권 살리기 문화 운동 ‘골목 콘서트’에서 ‘일기예보’가 ‘좋아 좋아’를 부르고 있다.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처음 널 만나는 날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룰루랄라 신촌을 향하는 내 가슴은 마냥 두근두근”

 2일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수연하숙 앞마당. 1990년대 남성듀오로 활동했던 ‘일기예보’의 나들씨가 ‘좋아 좋아’를 부르자, 관객도 가사를 따라 불렀다. 나들씨의 공연이 끝난 후, ‘유리상자’의 박승화씨가 ‘사랑해도 될까요’를 불렀다. 노래를 듣기 위해 관객이 속속 몰려들었다. 올해 1월 처음 연 ‘골목콘서트’의 열 한 번째 공연이다.

  골목콘서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골목 상권을 부흥하기 위해 나들씨가 시작했다. 콘서트는 우연한 곳에서 출발했다. 나들씨는 “단골 삼겹살집에서 우연히 공연하게 됐는데 이 공연이 입소문을 타며 지금은 ‘줄 서 먹는 집’이 됐다”며 “공연이 가게에 도움이 되는 걸 보며 제2, 3의 삼겹살집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골목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골목콘서트에 참여하는 이들은 ‘골목 상권을 지키자’는 한마음을 갖고 콘서트에 참여한다. 시작한 지는 약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골목콘서트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유리상자’의 박승화씨도 좋은 취지의 공연이라며 선뜻 무대에 섰다. 개그맨 김대훈씨 등이 함께하기도 했다.

  이날 나들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게로 획일화되는 골목길을 안타까워하며 작사·작곡한 ‘똑같은 골목길(가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똑같은 골목길은 ‘다시 돌아올 수 없나 그리운 나의 골목길 돌아와 나의 골목길’ 등의 가사로 획일화된 골목길에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냈다. 나들씨는 “골목 상권은 이제 체인점과 편의점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똑같은 간판에 같은 가게로 모든 골목길이 비슷해지고 있다”고 했다.

  골목콘서트는 인디밴드 같은 ‘골목 음악가’에게 무대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날은 처음으로 인디밴드가 공연을 함께했다. 라이노 어쿠스틱의 보컬 배형진씨는 “대형 기획사가 음악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독립 정신의 음악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이 콘서트를 계속해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골목콘서트에 참여한 관객은 ‘골목 친구’가 됐다. 공연 중간에 관객은 “대기업 체인점 대형 상점 보다 우리의 이웃인 골목가게와 상권을 이용해 함께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 등 ‘골목친구선서’를 다 함께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점주, 아티스트 뿐 아니라 관객 또한 골목을 지키는 주체가 되고자 약속했다.

  초기 단계지만 골목콘서트를 향한 반응은 뜨겁다. 골목콘서트는 입소문을 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나들씨는 앞으로 전국 순회 형식으로 골목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소식과 공연 일정은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golmokconcert)와 카페(cafe.naver.com/golmokconcert)로 알 수 있다.

  공연이 열린 수연하숙의 주인 장은희(서울시 서대문구·50)씨는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가 좋아 콘서트를 신청했다”며 “다음 공연이 열린다면 홍보에 더욱 힘써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관객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연(서울시 서대문구·25)씨는 “노랫소리가 들려 찾아왔는데 평소 좋아했던 ‘일기예보’가 공연해 놀랐다”며 “좋은 취지의 공연인 만큼 많은 사람이 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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