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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 숨어있는 살림꾼을 만나다
2013년 05월 06일 (월) 박예진 기자 yenny_park@ewhain.net

  5월1일은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메이데이(May-day, 근로자의 날)다. 이화 안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이에 본지는 캠퍼스 곳곳에서 이화인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살림꾼 6인을 만났다.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안녕하세요. 저는 생활관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예순셋 신정원입니다. 두 딸의 엄마이자  학생식당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인 독서를 좋아하는 아줌마예요.

  오전6시. 생활관 학생식당(학식)은 생기로 가득 찬다. 신정원 조리사를 비롯한 학식 조리사들은 이른 시간부터 당일 식사 준비로 분주하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재료를 다듬는 것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해요.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해서 학생들이 오기 전, 그날 메뉴를 다 완성시킬 때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학생에게 자신이 한 음식을 대접하는 게 가장 의미 있다는 신 조리사도 자신이 한 음식에 관한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읽을 때면 마음이 아프다.

  “종종 ‘학식 맛없다’, ‘간이 안 맞다’ 등의 메모를 볼 때면 마음이 아파요. 특히 항상 염도를 체크하지만 음식의 간은 개인의 입맛이 다르다 보니 맞추는 게 어렵네요. 모든 학생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4평 남짓한 조리 공간에서 의자도 없이 일하는 신 조리사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학생들이 건네는 ‘잘 먹었다’는 말 한 마디다.

  “밥을 다 먹은 학생들의 인사를 들으면 하루 동안 쌓인 피곤이 싹 가셔요. 식사를 끝내고 따로 인사를 하는 학생들이 드물지만 그런 학생들에게는 저희도 고마움을 느껴요. 따로 인사하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실 그저 ‘안녕하세요’란 인사만 해줘도 참 반가워요.”

  신 조리사는 음식을 대접하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화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그녀의 음식을 먹은 이화인만도 어림잡아 약 6만 명이다.

  “항상 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학생들을 보면 조리사로서 무척 뿌듯해요. 제 요리,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이곳에 와서 음식을 내준 학생은 지금쯤 아이의 엄마가 됐겠죠? 누구 하나 꼽을 것 없이 모든 학생들이 기억에 남아요.”

  신 조리사는 이화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고 했다. 이에 학생들도 현재의 상황에 좌절하지 말고 더욱 힘내서 삶에 매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오랜 기간 학생들을 보다 보니 이제는 학생들 모두 내 딸 같아요. 딸 같은 학생들이 끼니 거르지 말고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길 바라요. 모든 일의 원동력은 ‘밥심’이니까요.”


   
 
  ▲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인의 발이 되어주는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마흔 다섯, 전윤수입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강호동, 유재석 그리고 배드민턴을 제일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셔틀버스 운전 6개월 차 새내기, 마흔 넷 전효석입니다. 예능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즐겨보며 강아지 캔디, 별이와 고양이 홍이의 아빠입니다.

  오전7시50분. 두 대의 셔틀버스가 첫 승객을 태우러 각각 이대역과 경복궁역으로 떠난다. 두 노선으로 이뤄진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이들은 하루 평균 약 서른 다섯번 같은 경로로 다닌다. 3년째 본교에서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전윤수 기사는 같은 경로를 다니는 고충을 웃음 섞인 농담으로 표현했다.

  “매일 똑같은 길을 운전하는 게 지겹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일주일씩 경로를 바꿔가면서 근무를 하는데 반복된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셔틀버스를 운전하다가 그대로 집으로 몰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두 기사는 학생들의 밝은 인사에 하나하나 답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전효석 기사는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사소한 일도 신경이 쓰여 오히려 학생들에게 무덤덤하게 대한다고 했다.

  “아마 많은 학생이 저희가 굉장히 무뚝뚝하다고 생각하죠? 눈에 익은 학생도 있고 밝게 인사하는 학생은 더 크게 반겨주고 싶지만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마음으로는 셔틀버스를 타는 학생을 격하게 환영하고 있답니다.”

  교내 셔틀버스 차량은 타대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이 때문에 등․하교 시간의 버스는 항상 정원수를 초과한다. 기사들은 줄 서있는 학생을 뒤로하고 버스 문을 닫을 때가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차가 만원일 때, 셔틀버스를 타려고 줄 서 있는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수업 때문에 급한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안전을 생각해야 하니 마음대로 태울 수가 없어요.”

  본교 셔틀버스 운전기사는 이들이 전부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휴식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 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지루하고 힘든 운전도 학생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했다.

  “이화여대에서 셔틀버스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제 손으로 운전하며 학생들의 발이 되어주고 싶어요. 사고 없이 지금처럼, 많은 학생들의 밝은 인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하죠. 졸업생들이 훗날 학교를 찾아 ‘아저씨, 아직 계시네요?’라고 건네는 말을 듣고 싶어요.”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국제기숙사 C동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예순일곱 장영자입니다.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수다 떨기를 제일 좋아하며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는 신세대 아줌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제기숙사 C동에 온지 한 달이 채 안된 신입사원, 예순넷 정신임입니다. 퇴근 후에 드라마 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며 남진을 제일 좋아하는 아줌마입니다.

  미화원의 하루는 지난 밤 학생들이 사용한 화장실 및 공용시설 등을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정 미화원은 예전에 비해 달라진 외국인 학생들의 매너에 대해 언급했다.

  “예전에는 복도나 계단에 청소를 하러 가보면 빈 깡통 등 쓰레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치운다는 점이 달라지고 있어요.”

  국제기숙사에 거주하는 이는 본교에 온 외국인 교환학생이 대부분이다. 외국인 학생들은 어눌한 한국어로 미화원과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장 미화원은 먼저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고 했다.

  “잘 못하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말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보면 기특한 마음이 들어요. 2년 전, 어눌한 우리말로 인사했던 한 홍콩 학생이 1년 후 우리말을 유창하게 할 때는 제가 다 뿌듯했어요.”

  미화원들은 외국인 교환학생의 기숙사 생활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챙긴다. 타국에서 느끼는 엄마와 같은 모습에 외국인 교환학생은 한국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타국에 와서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외로운 마음을 좀 더 생각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해요. 중국 학생이 고향에 갔다가 돌아와서 제게 감사하다면서 중국 전통 사탕을 준 적이 있어요. 그 때 얼마나 찡 했는지 몰라요.”(장영자)

  미화원들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녀들은 생기 가득한 이화에서 힘이 다하는 만큼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기쁜 일이예요. 나이가 들수록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실감하거든요. 미화원으로서 학생들의 뒷바라지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하는 것이 저희의 소박한 꿈입니다.”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안녕하세요. 저는 후문에서 이화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마흔일곱의 경비원, 윤준석입니다. 취미는 북한산 등반이고 두 아이의 아빠이자 이선희 노래를 즐겨듣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후문 경비실 책상에는 외부인 중 캠퍼스 내에서 수상쩍은 행동을 보인 사람들의 사진이 여러 장 놓여있다. 윤 경비원을 비롯한 모든 경비원들은 이 사진을 보며 후문을 오고가는 사람을 점검한다.

  “등․하교 시간 교통정리와 외부인 차단이 저희의 주 업무지만 수상한 사람을 제일 먼저 걸러내죠. 올해 초에도 수상한 사람이 캠퍼스 안에 들어와서 캠퍼스 폴리스가 제압한 적이 있어요. 경비원 등이 학생들의 안전을 신경 쓰고 있지만 학생들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길 바라요.”

  교대시간 외에는 눈을 붙일 시간도 부족한 윤 경비원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학생들의 인사다.

  “경비실은 일반인보다 학생이 우선 되는 공간이에요.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죠.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힘들다가도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가며 ‘파이팅’할 수 있게 되죠.”

  윤 경비원은 학생의 안전 뿐 아니라 학생이 겪는 사소한 불편함도 해결 해 주려고 노력한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을 이루 말하다보면 끝이 없어요. 얼마 전, 수업시간에 늦은 한 학생이 허겁지겁 택시에서 내리더군요. 수업시간이 꽤 지났는데 내리자마자 달려가지 않고 우물쭈물 서 있는 것이 보였어요. 알고 보니 택시비가 없었더라고요. 대신 택시비를 내주고 학생에게 얼른 수업에 들어가라고 했어요. 수업을 마친 학생이 와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일지만 이런 일도 제 일이라 생각하고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윤 경비원은 늦은 시간에 학교로 데려다 주는 이화인의 데이트 상대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후10시 이후에는 학교에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돼요. 오후10시가 넘으면 학교 안까지 같이 가려는 커플과 이를 막는 경비원 간의 실랑이가 벌어져요. 예전에는 한 남학생이 학교 안 출입을 금지하는데 심통이 나서 경비실에 물건을 던지고 욕을 한 적도 있었어요. 연인의 애정 가득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규칙은 꼭 지켜주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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