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뜨거운 미팅 문화에 노출된 대학생…‘술김에’ 성희롱 봐주면 안 돼


  16일 페이스북(Facebook)에서 본교 특수교육과(특교과)와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학생의 미팅에 관한 글이 화제가 됐다. 미팅에 나온 성균관대 남학생들이 본교 특교과 학생에게 미팅에서 지체장애인 비하 요소가 있는 JM을 시켰다는 것이 글의 주된 내용이었다. 네티즌 사이에서 해당 남학생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학생회장은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대학생 미팅 문화가 저급하게 치닫고 있다. 미팅 자리에서 FM(Field Manual)이라 불리는 자기소개를 할 때,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성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일은 다반사다. 성적 수위가 높은 게임을 즐기거나, 상대가 수치스러워할 만한 벌칙을 ‘재미’라는 미명 하에 강요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변질된 문화 중 하나가 자기소개 방식인 FM이다. FM은 ‘야전 교범(군사 교육 및 작전에 관한 기본 법칙)’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신입생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할 목적으로 시작된 FM은 시간이 흐르면서 AM(Adult FM, 성인용으로 옷을 벗거나 야한 동작을 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 CM(Cute FM, 귀여운 동작을 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 등으로 변질됐다.

  학생은 AM 등을 강요당하면 수치심을 느끼지만 대학 미팅 문화의 하나라는 이유로 거절하지 못한다고 했다. ㄱ(국문·10)씨는 “미팅 자리에서 AM, CM을 시켜 놓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위기를 몰아 마음에 들 때까지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ㄴ(통계․11)씨는 “남학생들이 친구에게 AM을 시켜 친구가 거절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계속 AM을 하라고 했다”며 “오히려 AM을 당황스러워 하는 우리가 보수적이라고 몰아세웠다”고 했다.

  건전한 사교의 장으로 불리던 미팅은 그릇된 성 문화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미팅에서 술 게임을 빙자한 성추행도 만연하다. 특히, 과거 ‘빵집’으로 대표되던 미팅 장소가 2000년대에 들어 술집으로 바뀌면서 이른바 ‘술 게임’을 빙자한 성추행까지 일어나는 등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미팅에서 주로 이뤄지는 ‘술 게임’의 경우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수위가 높다. 일례로 술 게임 중 ‘산 넘어 산’은 남녀가 교대로 앉아 다음 사람으로 넘어갈 때 마다 더 진한 스킨십을 하는 게임이다. 첫 번째 사람이 포옹을 하면, 다음 사람은 포옹과 함께 더 수위가 높은 스킨십을 하는 것이다. 또 각 단계 별로 다른 스킨십을 하며 술을 마시는 벌칙도 있다. 이 벌칙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술을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야 한다.

  ㄷ(언론·11)씨는 미팅 이야기만 하면 눈살을 찌푸린다. 미팅 자리에서 남학생들은 술 게임을 통해 “이성과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있냐”, “몇 번 했냐” 등과 같은 거북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또 “서로 친해져야 한다”며 남학생의 무릎에 앉아 술을 마시고 뽀뽀하는 게임 벌칙을 강요했다. ㄷ씨는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기분이 나빴지만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서 적당히 받아 넘겼다”고 했다.

  성적 수위가 높아진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술 게임과 벌칙이 반강제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위 높은 게임과 벌칙이 술자리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ㄹ(섬예․11)씨는 “술 게임이나 벌칙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남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또 연세대 ㅁ(피아노․10)씨는 “술이 약해서 술 게임을 거부했더니 남학생이 화를 내며 심한 욕설을 했다”며 “미팅 자리에서 술 게임을 못한다고 하면 화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입시위주의 교육과 음란물 범람 등이 저급한 미팅문화를 양산했다고 분석했다. 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현재 젊은 세대들은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다보니 대학에 입학해서도 남에게 지시하고 강요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내재화되어 있다”며 “음란물 이 범람하여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미팅 자리에서 흔히 벌어지는 이 같은 일들은 엄연한 성 범죄로 볼 수 있다. 미팅 자리에서 술에 취해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희롱, 성추행 등을 하는 것은 성 범죄다. 하지만 피해자는 참자고 넘어가고, 가해자는 장난이라고 여겨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또한 피해 학생도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신고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ㅂ(정외·11)씨는 “미팅 자리에서 술에 취한 여학생을 더듬은 남학생을 발견하고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 쳤지만 남학생이 ‘실수였다’며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갔다”며 “주변 친구들은 미팅 때 한두 번쯤 술 게임을 빙자한 심한 스킨십을 겪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도 음주상태에서 저지른 성 범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취 성폭력 범죄자는 2008년 4천616명, 2009년 4천714명, 2010년 5천444명, 2011년 5천731명, 작년 6천176명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긴급지원센터인 여성긴급중앙지원단 관계자는 “미팅 등의 술자리에서는 올바른 정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성 범죄가 일어나도 명확하게 잘못을 구분하기 힘들다”며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는 이상 특별한 처벌 없이 넘어가기 때문에 성 범죄가 빈번히 일어난다”고 했다.

  전문가는 미팅에서의 행해지는 성 희롱 등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활동가는 “최근 지속적으로 상담이 들어오는 미팅 등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우, 여성은 수치심을 느끼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반면 가해 남성의 대부분이 ‘장난이었다’, ‘성추행인지 몰랐다’, ‘피해자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 등 오히려 불만을 드러낸다”며 “피해자는 수치스러움을 느꼈을 경우 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담센터 등에 신고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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