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3월은 ‘행복한’ 고민이 넘치는 달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풍성한 스포츠 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프로배구는 플레이오프(play off·순위 결정전) 중이며 프로축구 1부․2부 리그는 2일, 16일 개막했다. 프로야구는 시범 경기를 마치고 30일(토)에 시작한다. 

  이를 쫓느라 하루하루가 바쁜 이들이 있다. 스포츠 기자, 아나운서, 마케터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온누리(언론·06년졸), 윤태진(무용․12년졸), 이태미(체육․10년졸)씨다. 이들을 만나 스포츠가 삶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포츠 역사의 순간, 그 순간을 전하는 온누리 기자

▲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김연아 선수를 취재하다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랜 시간 동안 경기를 뛰지 않다가 이렇게까지 잘하는 건 절대 쉽지 않거든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니까 정말 대단하죠.”

  지난 18일 ‘2013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우승했다. 이 소식을 시청자에게 전하며 마음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린 한 기자가 있다. JTBC 온누리 기자다. 온씨는 2008년 김 선수가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을 때도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평소에는 언론의 중립을 위해 선수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선수의 ‘언니’가 되는 그를 21일 JTBC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기자를 지망하며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했다. 대부분 학생이 종합지 기자를 꿈꿀 때 그는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었다. 스포츠 선수의 솔직한 모습에 정이 갔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등의 분야에서는 취재원이 겉과 속이 다른 경우를 자주 봤어요. 그러나 스포츠 선수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것 같아 더 애착이 갔죠.”

  그는 대학생 때 시험 전날에도 야구를 보러 갈 정도로 ‘야구광’이었다. 스포츠 기자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01년 한국 시리즈에서 두산이 우승했을 때 덕아웃(dugout·선수대기석)에서 기자들이 선수와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스포츠 기자가 되면 저기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죠.”

  200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한 후 맡게 된 피겨 스케이팅은 그에게 도전이었다. 온씨는 김연아 선수를 전담해 취재했다. 당시 그는 3일 내내 피겨 공부에만 매진했다. “당시 저는 트리플 점프(triple jump)가 뭔지, 악셀(axel)은 뭔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3일간 피겨 영상만 보면서 피겨 규칙, 동작들을 모두 익혔죠.”

  온씨는 스튜디오보다 현장에 있을 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대회로 ‘2010 벤쿠버 올림픽’을 꼽았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김연아 선수도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해 빙판에서 울었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김 선수가 허리 부상 때문에 경기를 하지 못했던 때가 생각나 저도 눈물이 났어요.”
 
  그는 앞으로 ‘좋은 기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그가 꼽은 요소는 성실함이다.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취재를 게을리하면 안 되겠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가서 현장 냄새가 나는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윤태진 아나운서

▲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스포츠 아나운서의 주요 임무는 현장에 나가 선수와 감독의 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현장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여러 경기장을 다니면서 더위와 추위랑 싸우기도 하죠.”
 
  1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GS칼텍스’ 대 ‘현대건설’ 경기에서 승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 아나운서가 있다. 매 경기 승리의 기쁨을 전달하는 KBS N 스포츠 윤태진 아나운서다. 그를 20일 KBS 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윤씨가 처음부터 아나운서를 꿈꾼 것은 아니다. 그는 4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고 무용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윤씨는 가정 형편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던 그에게 우연히 출연하게 된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금희 아나운서는 방송 일을 도전해보라고 제안했다. “당시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아나운서 학원에 등록했어요. 5개월 동안 준비하고 시험 삼아 본 지금 회사에 덜컥 합격했죠. 심사위원은 제 솔직한 모습과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셨다고 해요.”

  흐름이 빠른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윤씨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스포츠 기사를 보고, 종목별로 관련 내용을 정리해둔다. 현장 인터뷰를 위해 질문을 적은 수첩은 10개가 넘는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기사 하나라도 놓치면 다음날 ‘죽은 정보’가 돼요. 인터뷰할 때 이미 지난 이야기를 하면 인터뷰이에게 실례잖아요. 다른 소리, 바보 같은 질문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열심히 준비해도 스포츠는 생방송이 많아 실수하기도 한다. 여러 종목을 맡다 보니 팀 이름을 헷갈린 적도 있었다. “농구팀 ‘SK 나이츠’ 문경은 감독님을 야구팀 ‘SK 와이번스’로 잘못 말한 적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나 나이츠야’하고 웃으며 고쳐주셨죠. 그 이후 수첩에 팀 이름과 감독님 성함을 헷갈리지 않도록 크게 써놔요.”

  스포츠 분야는 여전히 남초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여성에게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전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평지를 제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력도 부족한데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이유만으로 현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죠. 앞으로 제가 더 공부하고 현장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윤씨는 앞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성이 도전하기 어려운 중계 분야에도 준비되면 도전해 보려고 한다. “직업상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하지만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관심을 나중에 받아도 괜찮고, 안 받아도 좋으니까 이 일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전했다. 그는 한 광고의 문구를 예로 들었다. “가수 싸이가 한 맥주 광고에서 ‘날 봐! 인생 모르는 거야’ 하고 말해요. 무용 교수를 꿈꾸던 제가 아나운서가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전부를 잃었다고 생각한 때에 새로운 길이 나타나니 여러분도 절망이나 좌절하지 않길 바라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든든한 힘이 되는 스포츠 마케터 이태미씨

▲ 제공=이태미씨

  2011년 프로축구팀 ‘전북현대 모터스(전북)’는 K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러한 결과 뒤에 숨은 주역이 있다. 전북의 지원팀 이태미씨다. 다양하고 새로운 마케팅으로 전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21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구단에서 그가 맡은 일은 다양하다. 이씨는 마케팅, 선수등록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지원팀 소속으로 마케팅, 선수관리 등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 관리, 연간회원 등과 같은 업무를 하기도 한다. “홈경기가 있을 땐 에스코트 진행, 스카이박스, 레이디석 관리, SNS 등을 진행해요. ACL이 있을 때는 마케팅 관련 업무를 진행하죠.”

  ‘체육 선생님’을 꿈꾸던 이씨는 대학 시절 대외활동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두게 됐다. 노인체육에 관해 공부하러 간 미국에서의 경험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SK나이츠 챌린지’에 참여하며 구단 관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 후 제 책꽂이는 스포츠 잡지, 마케팅 서적 등으로 가득 찼죠. 또 경기장에 가면 경기보다는 운영, 마케팅에 더 관심을 두고 바라봤어요. 2010년 4월 전북현대 모터스 축구단에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많은 스포츠 종목 중 축구단을 선택한 이유는 축구라는 종목의 접근성 때문이다. FIFA에는 UN가입국보다 많은 수의 국가가 가입돼 있다. 그는 축구가 도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에 글로벌 마케팅에서도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북은 여성팬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그는 이를 위해 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수들을 좋아하게 되고, 그 팀을 좋아하게 되고, 축구를 좋아하게 만들자’라는 생각에 ‘그린걸즈 에스코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린걸즈 에스코트는 선수가 입장할 때 어린이가 에스코트하는 대신 여고생이 이 역할을 맡는 것으로 여고생 팬을 배려한 서비스다. “스포츠뿐 아니라 현 사회에서 여성 대상의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여성 소비자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해 여성이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그는 작년 1월에 AFC가 주관한 ‘ACL 2012 워크숍’에서 뛰어난 프레젠테이션 실력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AFC는 우승팀 전북에 결승전 준비과정 및 흥행방안 등에 대해 1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했다. 당시 AFC 업무를 맡고 있던 이씨는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 발표가 대단했던 게 아니라 전북과 K리그가 했던 일이 대단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영어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는 없었지만 대한민국 축구의 힘을 보여준 것 같아 자랑스러웠고, 일에 보람을 느꼈죠.”

  그의 목표는 즐겁고 편안한 축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경기장에 온 팬에게 웃음과 재미를 전달하고 싶어요. 또한 그분에게 축구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경기 있는 날을 기다리며 행복함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죠. 이러한 ‘감동과 희열’을 줄 수 있는 구단 관계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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