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21년째 이 자리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린다. 당시 10대의 소녀이던 일본군위안부 여성들은 7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될 때까지 분명 가해자는 있으나 공식적인 가해자의 자리는 비어있는 이상한 논리와 맞서 싸우고 있다.
 
   대선을 앞둔 작년 12월, 주요 대선 후보들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및 일본군위안부 여성들과 뜻을 함께함을 밝히고 일본군 위안부 수요시위에도 다녀갔다. 이렇듯 정치적 이슈가 필요한 시점이면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정치인들 스스로 사회 구석구석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가를 증명하는 사례로 이용되어 왔다. 일회적인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치적 이슈화는 이전부터 계속됐다. 그러나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상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적극 앞서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일본군위안부 여성들의 청춘이 과거 전쟁을 위하여 이용된 것에 이어 또다시 그녀들은 정치적 이벤트에 깜짝 행사로 이용될 뿐 그들을 위한 진정한 목소리는 정계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독도문제, 동해문제 등 다양한 일본과의 현안에서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독도가 그들의 영토 다케시마라는 망언을 쏟아내는 날이면 이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하는 등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쏟아내어 왔다. 일본과의 문제에서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우리 정부가 유독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국민이 타국의 군대로부터 혹은 정부로부터 인간 이하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는데 국민을 지켜야 할 자국 정부는 이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시위에는 종종 몇몇 일본 시민이 참여한다. 그들은 한국에, 한국의 여성들에게,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에게 사죄를 표하며 잘못된 역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이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함을 말한다. 이들은 일종의 민간 외교 사절단과 같은 역할을 하며 일본 내에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역사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음을 끊임없이 알려왔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도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음에도 정작 이들의 정부에서는 각종 망언을 뱉어내며 일본군위안부를 단순한 돈벌이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여성대통령이 집권하는 정부가 들어섰다. 대통령은 집권에 앞서 국민 앞에 여성대통령으로서 가질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여성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왔고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역사에 대한 재조명과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과거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70여 년 전, 따뜻한 봄기운을 맞으며 고향집 뒷동산에서 봄나물을 캐던 10대 소녀는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봄날의 아지랑이 같이 바라만 보아도 바스러질 듯 여리고 아름답던 이들의 청춘은 총칼과 군화에 짓밟혔고 정부조차도 이들의 고통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 그들도 우리네의 청춘과 같이 누구보다도 찬란하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군위안부 여성들. 누구도 그들을 위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들은 스스로 용기를 냈다. 끔찍했던 자신들의 역사를 들고 세상 앞에 직접 나섰다.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길을 나서고 있는 이들의 곁에 국민을 지켜내야 할 정부는 부재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21년. 이들은 21년째 안국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로이 소리치고 있다.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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