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꿈은 아닐까?”어이없는 생각을 하며 잠들던 미국에서의 첫날이 생각납니다. 어느덧 한국에서의 새 학기를 맞이한 저는 Wisconsin의 Carroll university에서 지난해 가을학기를 보냈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약 5개월의 시간은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의 생활을 통해 저는 풍부한 학문과 문화, 그리고 우정을 체험함으로써, 배움과 변화, 그리고 도전의 시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Carroll에서는 한 반에 학생이 대략 20명 정도로, 한국 대학의 대형 강의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교수님이 학생 한명 한명에게 배려와 관심을 줄 수 있다는 강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영문과 경영수업을 들었는데, 수업, 과제, 시험 모두 비교적 수월했던 경영과목들과 달리, Poetry Introduction이라는 영문과목 하나가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토론, 에세이, 프레젠테이션, 시험 모두 힘들었지만 반 아이들 앞에서 장편의 시를 외워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버벅거리거나 막힐 때마다 교수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낭송을 마쳤고 이 때 반 친구들 모두가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평소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제가 아직도 그 때를 떠올리면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떨렸던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용기를 얻게 된 경험이므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미국의 문화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느낀 것은 사람들의 감정표현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표정으로 마음을 내비추는 경우가 많아, 요란하게 좋다, 싫다, 고맙다, 미안하다를 말로 하기 보단 행동으로 또는 눈빛으로 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 와서 제가 감정표현에 인색하단 걸 느끼고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처럼 마음 속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인사, 사과, 감사의 한마디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사이를 하루하루 당겨주는 도구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6개월 전 저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파란 눈, 금발, 너무나 다른 가치관을 가진 그들과 어떻게 친해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저의 우려와는 달리, 그들은 한 학기 머물다 갈 외국인 친구에게도 진심을 보여주었고 부탁을 하기도 전에 공항 라이드나 집으로의 초대, 수업과제 등 많은 도움과 배려를 베풀어주었습니다. 또 각자의 동아리행사나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을 때마다 잊지 않고 저를 챙겨주었으며,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저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아파하면 더 아파하고 기뻐하면 두 배로 기뻐하는 게 친구라는 건 태평양을 건너서도 변함없는 사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저는 “내가 이제껏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하는 의문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 경험들을 잊지 않고 좀 더 용감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몰랐던 저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들을 발견하게 되어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게 미국 교환학생의 경험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값진 기회이자,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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