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국어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된 이 단어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고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던 이 단어는 현 대학생들 사이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학점관리는 기본이고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는데 힘을 쏟는다.

  하지만 최근 기업 인사과에서 이러한 현상이 난처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입사 지원자들의 스펙이 날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누구를 뽑아야할지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원자들 대부분이 만점에 가까운 어학점수는 기본이요, 제2외국어 자격증, 컴퓨터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으니 인사과는 옥석 중의 옥석을 골라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어쩌면 학생들 스스로 경쟁 사회를 부추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쟁 구도에 지쳐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오히려 사회에 먹혀들어가 무감각해졌다. 자신만의 개성의 꽃을 활짝 피워야할 청춘에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이유로 독서실이나 학원의 어두운 조명아래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스펙은 설명서, 소양을 뜻하는 영어 단어 specification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기계처럼 자신의 설명서와 소양을 문서화해 제출하고 등급이 매겨져야 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간으로서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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