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업체 열린옷장, 전共책 인터뷰

▲ ‘열린옷장’ 한만일 대표가 기증 받은 양복이 걸린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 전공 책 대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共책’의 손웅래 대표, 설선옥씨, 조승원씨, 경필구씨(왼쪽부터).
최은별 기자 byeol2728@ewhain.net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재작년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꼽았다. 이는 불필요한 소비문화로 재화의 포화상태에 이른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성하며 나온 개념이다. 이 같은 세계적 흐름 속에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도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공유경제 업체 가운데 ‘대여’라는 방식으로 대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가 있다. 정장 대여업체 ‘열린옷장’과 전공 책 대여업체 ‘전共책’이다.


△“정장에 담긴 행운을 대여해 드립니다”…정장 대여업체 ‘열린옷장’ 한만일 대표

  취업시즌,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취준생)은 너나 할 것 없이 “뭘 입지?”라는 고민에 빠진다. 취업 전문 사이트 인크루트(incruit.com)가 작년 4월 취준생 2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52명(91.9%)이 ‘면접을 위해 정장을 사는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을 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취준생 후배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선배 네 명이 의기투합했다. 작년 7월 문을 연 정장 대여 업체 ‘열린옷장’이다. 13일 열린옷장 사무실에서 한만일 대표를 만났다.

  한 대표가 열린옷장을 기획한 것은 우연이었다. 시민단체 희망제작소에서 운영한 ‘소셜 디자이너 스쿨’에서 만난 한 대표를 비롯한 회사원 4명이 열린옷장을 기획했다. 그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취준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 취준생이 느끼는 부담은 생각보다 컸다.

  “취준생들이 해준 이야기를 토대로 ‘열린옷장’을 구체화했죠. 약 7개월 간 퇴근 후나 주말에 틈틈이 만나며 각자 드는 우려점 등을 꾸준히 토의해 열린옷장의 기틀을 다졌죠.”

  열린옷장의 대여료는 1만8천원으로 택배비와 세탁비를 제외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 별도의 보증금에 대여비를 약 4~5만원을 받는 기존의 다른 정장 대여업체보다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처음부터 이윤 추구를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오히려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대여비를 택배비와 세탁비 최소한만 받아요. 유행이 지난 옷이라도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리폼해서 대여하고 있어요.”

  기증문의 또한 쇄도하고 있다. 열린옷장의 문을 연지 2개월 만에 약 150벌을 기증 받았다. 탐스 슈즈(Toms Shoes) 임동준 이사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기증자 대열에 합류했다. 박 시장은 자신이 입었던 양복 2벌을 기증했다. 몇몇 연예인도 정장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별한 홍보가 없었음에도 취지를 듣고 직접 찾아 와 기증을 하셨죠. 한 여성의류업체에서는 종류 별로 정장 10벌을 기증해 주시기도 했고, 남성의류업체 중 한 곳은 제품 기증뿐 아니라 대여한 옷을 입고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맞춤정장을 해줍니다.”

  열린옷장은 단순히 정장 대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장 하나, 하나에 담긴 사연을 모두 기억하는 한 대표는 기증자와 대여자가 정장에 담긴 이야기도 서로 공유한다. 사무실 한 편에는 기증자와 대여자가 보낸 편지 더미가 있다. 한 대표는 단 몇 글자뿐인 편지임에도 그들이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편지라는 수단이 없었다면 그저 정장을 대여하는 업체에 불과했겠죠. 편지에 담긴 작은 생각 하나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더 생각하게 하는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의 가치를 느꼈죠.”
열린옷장의 최종 목표는 옷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빌린 옷을 반납하면 끝나는 일회용 관계가 아닌 서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정장을 매개로 이야기를 만들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옷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서로의 삶과 지혜를 공유하는 것이 목표에요.”


△“전공 책을 통해 마음을 공유하세요”…전공 책 대여업체 ‘전共책’ 손웅래 대표

  개강을 맞아 전공 책을 사러 서점에 간 대학생들은 책값을 보고 깜짝 놀란다. 전문서적이어서 비싸지만 그렇다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어 중고 도서를 찾기도 한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2~3월 중고 책 코너에서 대학교재의 판매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7% 증가했다.

  전공 책값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3월부터 파일럿(실제 진행을 위해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방식) 전공 책 대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共책(전공책)’이다. 고려대에서 전공책 손웅래(경영·09) 대표와 경필구(경영·09)씨, 설선옥(경영·10)씨, 조승원(경영·11)씨를 만났다.

  작년 서울시에서 주최한 ‘2012 서울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대회)’를 계기로 이들은 전공책을 구성하게 됐다. 이 대회는 서울시에서 시민 주도형 사회적 경제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개최한 대회로 전공책을 비롯해 43개 팀이 선정됐다.

  “시민주도적 경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 해 내는 과정에서 전공 책값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을 생각했어요. 대학생의 현실적인 문제라 단순히 중고 책 거래가 아닌 대여라면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대회 합격 후, 조 대표는 사업의 현실성을 고민하며 보다 깊게 생각하게 됐다.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멘토’였다. 조 대표는 국내에 사회적 기업으로 진출한 사무실 대여업체 코업 양석원 대표, 소셜 다이닝업체 집밥 박인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디어를 키웠다.

  “멘토를 만나 많은 조언을 얻었어요. 실수요, 대여해 준 전공 책을 회수 방법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고민하라고 했어요. 현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도 조언 덕분이죠.”

  전공책은 3월부터 고려대 내에서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리 준비해 놓은 서적 물량은 동 나고 추가 주문을 받을 정도다.

  “지인을 통해 기증받은 책은 다 매진상태에요. 지금은 인맥을 통해 책을 더 기증받고 있어요. 중간고사 때만 책을 보려는 학생도 있기에 그 때까지는 책 대여를 계속 진행 할 예정이에요. 학생의 반응이 좋아서 저희도 굉장히 놀랐어요.”

  전공책의 최종목표는 대학생이 전공 책만 교류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류의 범위를 더 넓히는 것이다. 자격증 책, 아르바이트, 월세 방까지 다양한 분야를 나누며 면대면으로 만나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지향한다.
“현재 우리도 취업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고자 삭막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죠. 하지만 전공책을 통해서 대학생이 서로 돕고 공유하는 문화가 다시 생겨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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