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라(영문·09)씨는 처음으로 수강신청 때문에 휴학을 고민했다. 연계전공 이수를 위해 경영학 과목을 들어야 하는 박씨는 “이번 학기 결국 원하는 경영학 과목을 다 듣는 것은 실패하고 계절학기나 추가학기를 다녀서 학점을 채워야하는 상황”이라며 “수업도 듣지 못하는 데다 다음 학기에도 경영학과 전공과목 수강신청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전공생의 전공과목 수강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전공생 수에 비해 개설강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 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수강신청 경쟁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심지어 수강신청에 실패해 휴학까지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본교 경영학과 전공생의 수강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짚어봤다.


△경영학 부·복수전공생은 증가…개설강의 수는 제자리걸음

  지나친 수강신청 경쟁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차이다. 경영학 주전공생 외에 부·복수전공을 원하는 학생의 수요는 높은데 개설과목 수는 타전공과 비슷한 수준이다. 본교 경영학과는 최근 9년째 부·복수전공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과다. 올해 2월 졸업한 경영학 주전공생 및 부·복수전공생은 314명으로, 졸업생의 약 14%가 본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것이다.

  경영학 전공생은 지나친 수강신청 경쟁에 매학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면 경영학과 개설과목 수는 해마다 크게 변함이 없다. 경영학과 개설분반 수는 2011년 1학기 58개, 2011년 2학기 53개, 작년 1학기 55개, 작년 2학기 59개, 이번학기 62개 등 이었지만 지난 3년 동안 학기당 강의 60개를 밑돌아 개설됐다.

  본교 경영학과는 또한 국제 경영학 인증 기준 충족을 위해 과목 당 수강인원을 80명 이내로 권장하고 있다. 개설과목 수가 늘어나도 인증 요건 충족을 위해 수강 가능인원은 크게 늘지 않는 것이다. 이번학기는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호소한 학생이 많아 분반도 추가 개설됐다. 80명 이상으로 수강인원을 늘린 중급회계, 원가관리회계, 국제 경영 등의 과목도 있었다.


△수강신청 예상 인원 파악 힘들어…분반 개설과 과목 수강도 난항

  경영학과를 부·복수전공 하려는 학생들은 많고 사전 승인 등의 제도는 없어 몇 명의 학생이 수강신청할지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기준학점 3.3점만 넘으면 누구나 경영학과를 복수전공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경영학과 주전공생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정작 경영학과로 입학했지만 전공과목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ㄴ(경영·11)씨는 “당초 수강하려 했던 전공강의는 4개였지만, 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신청하지 못했고 결국 전공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며 “경영학 전공은 수강신청 인원이 빨리 마감 돼 대체과목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부·복수전공생 역시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최수정(방송영상·10)씨는 “방송영상 전공과 경영 모두 수강신청 경쟁이 심하다”며 “많은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데도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없어서 매학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복수전공 승인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ㄹ교수(경영학과)는 “본교 복수전공 기준이 타대 경영학과보다 낮은 이유는 더 많은 학생이 경영학을 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매해 수강신청난이 지속되다 보니 학생의 경영학 과목 수요 예측을 위해 복수전공 기준을 높이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복수전공이 주전공생보다 많은 현상을 조절하고 전공 강의 수요

  예측을 올바로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강화된 복수전공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 경영학과는 복수전공 승인 조건을 비교적 까다롭게 설정하기도 했다. 이들 대학 관계자는 “복수전공 승인 과정이 없을 경우 과목의 수요 예측이 어려워 경영학과 전공 분반이 제대로 개설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복수전공 제한은 학생 수요에 맞춘 전공강의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심사를 거쳐 주전공생을 넘지 않는 규모의 복수전공생을 선발한다. 정원이 160명 내외인 세종대 경영학과의 경우 학과 인원의 10%이내를 복수전공자로 선발한다. 한양대 경영학과는 심사를 거쳐 학기마다 입학정원의 20%이내의 학생만 경영학을 부·복수전공 할 수 있다.

  교무처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학생의 수요와 경영학전공 교육과정이 갖고 있는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경영학 전공생 우선 수강신청제도는 다면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무처는 “수강신청제도 외에도 경영학과 전반에 걸친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교무처 및 경영대학과의 27일 협의 일정이 정해져 있다”며 “향후 의견 조율을 통해서 경영학전공생의 교육환경 최적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대는 전공과목 선수강신청제도 시행 중

  한편, 일부 대학은 경영학과 등 특정 인기학과의 수강신청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공과목 선수강신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본교와 서강대, 세종대를 제외한 6개 대학(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은 경영학과 주전공생 및 복수전공생의 수강신청 시간을 타 전공생과 다르게 설정했다.

  전공과목 ‘선수강신청 제도’는 학생이 자신의 전공과목을 타전공생보다 먼저 수강신청하는 제도다.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일부 학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모든 전공생이 원래 전공과목을 먼저 수강신청하게 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전공생이란 주전공생과 부·복수전공생을 포함한다.

  고려대의 경우 경영학 주전공·이중전공·부전공 학생이 먼저 수강신청하고 이후 남는 자리에 한해 타전공 학생이 수강신청 한다. 동국대는 주전공생이 먼저 경영학 과목을 수강신청 한다. 서울대는 경영학 전공 필수 12과목의 수강에서 주전공생, 부·복수전공생, 타전공생 순으로 수강신청 시간을 정한다.

  매학기 반복되는 경영학과 전공과목 수강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던 경영학과 학생회는 ‘경영학과 전공과목 수업권 보장’을 위해 6~8일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명운동에는 3일간 약 300명의 경영학 전공 및 부·복수전공생이 참여했다. 경영학과 하다정 공동대표는 “주전공생과 부·복수전공생 모두 경영학과 수강신청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서명한 학생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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