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닥토닥 협동조합'의 조금득 이사장
사진=최은별 기자 byeol2728@ewhain.net


  협동조합 붐이 일고 있다.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한 달 만에 약 180개 단체가 협동조합 설립을 신청했다.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쉽게 신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청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청년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협동조합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본지는 도시농업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를 디자인하는 ‘파릇한 젊은이 협동조합’,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접은 청년을 지원하는 ‘토닥토닥 협동조합’, 즐겁게 농사짓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씨앗들 협동조합’을 만나봤다.


▲파릇한 젊은이들이 디자인하는 새로운 도시 문화

 “나 혼자가 아닌 여럿일 때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힘이 생기는 놀라움을 직접 경험하고 있어요.”

  친환경적 공공디자인에 초점을 두고 시작한 청년들의 작은 도시농사 모임, ‘파릇한 젊은이(파절이)’가 2월27일 서울시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됐다. 파절이 협동조합은 ‘파절이가 될 때까지 농사짓는 젊은이들’이라는 뜻으로 도시농업을 통해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협동조합이다. 20, 30대로 이뤄진 조합원 26명이 서울시 누하동 옥상 텃밭과 노들섬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 수확된 채소는 홍대 지역 레스토랑과 카페로 배달된다. 이들은 도시농업을 지역성에 맞게 적용해 지역 특유의 문화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나씨는 대학생 시절 접하게 된 친환경적 공공디자인에서 파절이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친환경적 공공디자인이란 디자인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쾌적한 삶을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내가 만든 디자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면 멋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환경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면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았고요.”

  친환경적 공공디자인은 시민과 소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나씨는 정책에 영향을 끼칠 만한 힘을 모으기 위해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나씨는 파절이로 활동할 주변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데도 혼자서는 힘이 없다는 이유로 정책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무력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흩어진 작은 힘들을 모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크기로 키우고자 했죠.”

  1년 동안 작은 모임으로 운영된 파절이는 올해 조직형태를 협동조합으로 바꿨다. 나씨가 파절이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계기는 협동조합의 민주적인 운영시스템 때문이었다. 협동조합은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조합원이 1인 1표를 행사한다. 또한, 일정금액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구조여서 특정인이 권력을 가질 수 없어요. 모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의견을 게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모두 조합원인 동시에 주인이니까 동기부여도 되면서 일에 애정을 갖게 되더라고요.”

  나씨는 협동조합으로 바뀐 후에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단순히 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내실이 탄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절이가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를 상기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나가야 단순한 붐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자본주의 폐해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겠죠.”


▲힘든 조건 속에서도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게 다독여주는, 토닥토닥 협동조합

 “혼자 먹고 살기도 바쁜데 연대가 가능하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청년 협동의 가능성을 보여 줄 거예요.”

  토닥토닥 협동조합(토토협)은 2월23일 창립총회를 열어 경제적, 사회구조적 이유로 꿈을 접어둬야만 했던 청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토토협에는 설립자인 조금득 이사장을 비롯해 20~30대가 주축이 돼 현재 조합원 약 180명이 활동 중이다.

  토토협은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은행인 동시에 생활의 어려움에서 청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여기서 은행은 단순히 돈을 저축하거나 대출해주는 금융상호부조 뿐만 아니라 청년이 서로 재능을 나누고 생활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생활상호부조의 의미도 지닌다.  

  조씨는 청년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례를 직접 목격한 뒤 토토협 창립을 결심했다.

  “제가 청년유니온에서 일하던 시절 청년유니온 페이스북에 구성원의 글이 올라왔어요. ‘친구에게 얻은 라면이 떨어졌다. 나는 이제 어떡하지.’라는 내용이었죠. 글이 올라오자마자 사람들이 댓글로 ‘도움을 주자’,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게 신중하자’라는 의견을 내는 거예요. 댓글을 보면서 눈물이 날 만큼 감동을 받았답니다.”

  조씨는 바로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준비 과정에서 추진위원회는 여러 조직형태를 두고 고민했다. 논의가 진전되면서 조씨는 토토협의 취지에 협동조합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핵심인 단합이 있다면 토토협이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직이 종잣돈으로 운영된다면 금방 해체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잣돈을 선뜻 내줄 자금원을 찾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협동조합은 조합원으로 가입할 때 내는 돈(출자금)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요구되고 그렇게 모인 돈은 조합원에게 언제든지 제공되니 지속 가능하죠.”

  출자금으로만 운영되는 대출, 저축 서비스와 재능기부식으로 이뤄지는 생활상호부조는 자신의 재능을 나눠줬는가를 대출 신용의 기준으로 삼는다.

  “토토협에서 여는 협동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재능기부를 하면 마일리지 개념인 ‘씨앗’이 모여요. 씨앗을 한 톨, 한 톨 모으면 대출, 저축 서비스를 더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서로 도우면 혜택이 더 늘어나는 구조에요.”    

  조씨는 토토협이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활동사례가 없지만, 지금까지 본 가능성만으로도 토토협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토토협에서 생길 일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이때까지 제가 느낀 가능성이 현실로 이어져 토토협이 청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로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토토협의 활동으로 모든 청년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공동체 문화, 씨앗들 협동조합

  “혼자 하면 심심하고 힘들어서 못할 거예요. 농사는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모여 ‘씨앗들 협동조합’(씨앗들)을 만들었다. 농사에 관심 있는 각 대학 학생이 소모임으로 운영하던 씨앗들은 작년 12월 서울시 협동조합으로 등록됐다. 본교 농사모임 ‘스푼걸스’에서 활동한 오혜미(광고홍보∙06) 씨는 씨앗들 조합원이기도 하다.

  씨앗들은 대학교에서 텃밭을 일구고자 하는 청년이 만든 교육협동조합이다. 씨앗들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활동을 시작했다. 매년 조합원이 직접 대학 캠퍼스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강사를 초빙해 농사 방법을 가르쳐 주는 ‘레알텃밭학교’ 강의도 연다.

  씨앗들은 협동조합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부터 협동조합에서 핵심이 되는 1인 1표 운영 방식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 오씨는 이러한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진작부터 자리 잡게 된 것은 농사의 특성과도 연관된다고 말했다.

  “재미있게 농사짓는데 남녀, 고하 구분이 어디 있어요. 같이 고구마 캐면서 이야기하고 갓 수확한 채소들로 요리해 먹으면서 즐기면 어느새 모두 친구가 돼 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우린 이미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던 거죠.”

  씨앗들이 서울시 교육 분야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 되면서 최근에는 한 언론사가 레알텃밭학교 인터넷 강의를 제안했다. 오씨는 의견 조정기간을 거쳐 조만간 인터넷 강좌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협동조합 간의 상호 협력을 통해 협동조합들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수확물을 팔아 운영비를 얻는 등 협동조합끼리 연대해 상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협동조합의 운영 철칙은 상부상조라고 생각해요. 조합원 간의 연대뿐만 아니라 서로 관련 있는 협동조합끼리 도와야 조직들이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발전도 할 수 있겠죠. 저희도 다른 협동조합과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상부상조의 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오씨는 씨앗들에서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삽이 없어서 숟가락으로 흙을 퍼내며 감자를 심은 첫 활동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통해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씨앗들 활동을 통해 자연의 신비함,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 앞으로도 씨앗들 활동을 계속하며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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