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위원과 학교위원이 모두 참석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열렸다. 이번 등심위는 학교의 현안에 대해 주요 보직자와 학생대표가 한 자리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자료 공개 범위와 외부 전문가 선정 방식 등 내년 개선해야 할 점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등심위는 2010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구성된 해당 연도의 등록금 액수를 심의하는 학생과 학교 간 협의회다. 1월14일~1월23일 다섯 차례 열린 등심위는 오종근 교무처장, 조경원 총무처장, 신하윤 학생처장, 이명휘 재무처장 등 학교위원 6명, 봉우리 총학생회장, 김경내 총부학생회장, 박아름 사회과학대학 대표, 정은우 경영대학 대표 등 학생위원 6명과 본교 출신 외부 전문가인 회계법인 삼정KPMG 서지희 전무를 포함한 13명으로 이뤄졌다.


△첫 등심위 성사돼 학생과 학교 소통의 장 열려

  이번 등심위는 본교에서 처음으로 학생위원과 학교위원이 모두 참석해 요구안을 제시하고 협의한 회의였다.

  본교는 재작년, 작년 모두 등심위에 학생위원이 참여하지 않은 채 등록금을 결정했다. 당시 학생위원은 ▲학교위원과 학생위원이 같은 숫자가 아닌 점 ▲의결권 없는 심의 기구인 점 ▲서기록과 회의록 비공개 등을 문제를 제기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재작년 첫 등심위를 앞두고 제43대 총학생회(총학)는 등심위 학교위원과 학생위원을 같은 수로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학생위원 3명과 학교위원 4명이 학생위원을 총 구성원의 10분의 3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고등교육법 제11조2항에 따른 적법한 구성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년 총학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총학은 등록금이 산정되는 근거를 알아보고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이화인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등심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봉 총학생회장은 “사전에 작년에 요구했던 것과 같은 외부 전문가 선임 등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전년도와 동일하게 진행됐다”며 “등심위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높은 등록금이 문제인 이유를 학교에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학생 측은 이번 등심위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학생위원은 높은 등록금에 비해 ECC에 학생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과 전공별 차등이 있는 실습비 등에 대한 학생의 문제의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ECC 임대 수입도 등록금을 산정하는 회계 수입부에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실습비 현황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유레카시스템을 기반으로 교육원가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등심위 학교위원 측은 등심위에 대해 “학생위원들이 처음으로 참석해 학교의 재정 상황을 같이 이해한 자리였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등록금에 대한 합의가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봉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목소리를 직접 전달한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합의된 회의록을 기반으로 내용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인하안 결정 과정에서 많은 이화인에게 알리지 못한 것이 미숙했던 점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 선임과 자료 공개 범위는 조정 필요

  학생위원 측은 학교 측이 처음 제시했던 동결안에서 학부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인하안에 합의했지만 외부 전문가 선임 문제와 자료 공개 범위가 제한된 점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총학은 학생위원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도 참석해야 학교위원과 학생위원의 동수 구성이 이뤄진다고 주장하며 등심위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정나위 전 총학생회장은 “외부 전문가는 제3자로서 중립적인 역할을 하면서 학생위원들이 그 자리에서 자료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회계 전문가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등심위에서도 외부 전문가는 학교가 추천한 본교 출신 공인회계사 한 명뿐이었다. 재무처 예산팀 관계자는 “작년에도 학교위원과 학생위원은 같은 수로 구성됐으나 학생들이 등심위에 참석하지 않았고, 외부 전문가는 본교의 외부감사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라고 생각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김경내 부총학생회장은 “서 전무는 전문 지식에 대해 도움을 주기보다는 학교위원과 학생위원의 대립각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며 “내년 등심위에서는 학생위원과 외부 전문가에 대해 미리 논의해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회의 중 학생 측이 요구하는 자료 범위의 견해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위원은 3차 회의가 있던 1월21일 학교가 작년 가결산안과 올해 가예산안 세부 항목을 제공하지 않은 점에 대해 항의하며 정문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에 대해 재무처 예산팀 관계자는 “3차 등심위에서 자료 열람 범위의 입장 차이와 자료 작성에 시간이 걸려 제공이 다소 늦어진 점에 유감을 표시하고 제공된 자료를 회의에서 충분히 설명해 합의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총학은 경희대, 덕성여대에는 예결산자문위원회가 설치돼 있어 등심위가 열람할 수 없는 자료 범위도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예결산자문위원회가 올해 하반기 본교에도 설치될 예정”이라며 “위원회가 설치되면 추경예산, 가결산안, 가예산안 등을 더 깊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위원인 나윤정 대학원 총학생회장과 동아리연합회 홍석영 대표는 등록금 인하안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나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4차부터, 홍 대표는 5차부터 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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