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酒(주)류, 酒(주)류를 향해 소리치다
비酒(주)류, 酒(주)류를 향해 소리치다
  • 조윤진 기자, 김지현 기자
  • 승인 20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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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절주 바람…본교 비롯해 전국에 약 60개 절주 동아리 활동해
▲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본교 절주동아리 헤와(HEWA)의 지승혜 회장(왼쪽), 송현정 총무가 알코올 고글을 끼고 음주 시 시야가 어떻게 보이는지 가상 음주 체험을 하고 있다. 고글을 낀 지씨와 송씨가 두 손을 맞대려 하지만 시야가 흔들려서 손이 제대로 맞닿지 않는다.



  왕다운(사과․13)씨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 사고가 일어났다는 기사를 보고 오리엔테이션(오티)에 가는 것을 걱정했다. 아직 주량을 알지 못하는데도 오티에선 꼭 술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오티에서는 누구도 왕씨에게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지 않았고, 그는 술을 먹는 대신 이야기를 나누며 오티를 즐길 수 있었다.

  서울대에서는 올해 처음 ‘새내기 대학’이라는 이름의 절주 오티를 지난 1월부터 2박3일씩 4차에 걸쳐 진행했다. 오티에서 학생들은 맥주 대신 콜라를 잔에 채워 건배를 외쳤다. 오티에 참여한 서울대 이재만(바이오시스템공학․11)씨는 “지난 오티 때만 해도 술병 갯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술을 마셨는데 이번 오티에서는 술을 권유하거나 먹지 않았다”며 “술을 줄이고 게임을 하며 후배와 말문을 텄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술잔이 가벼워졌다. 신입생 환영회나 축제기간에 음주사고가 잇따르면서 학생들 스스로 절주를 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5년 5개였던 절주 동아리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본교를 비롯해 경희대, 연세대, 협성대 등 전국 약 60개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교에서는 2006년 설립된 절주 동아리 ‘헤와(HEWA, Happy Ewha Without Alcohol)’가 절주 운동을 하고 있다. 헤와는 음주를 강요하지 않고 적당량만을 마시는 대학 음주문화를 위해 결성된 보건관리학과 동아리다. 헤와는 작년 3월 신촌에서 홍대까지 절주행진을 했고 같은 해 대동제에서 만취상태를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알코올 고글’을 이용해 가상음주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절주에 대한 인식을 재밌게 풀어내는 절주 운동도 눈에 띈다. 협성대학교 절주 동아리 ‘낮은陰(음)자리’는 작년 11월, 광화문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이들은 또한 음주 때문에 발생하는 성폭력, 가정폭력을 경고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통해 음주의 위험성을 알렸다.

  지역단체와의 연합을 통해 학생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절주 의식을 심어주는 활동도 있다. 연세대 절주 동아리 ‘아이러브나(I♡NA)’는 원주시 청소년 보호 관찰소와 연계해 원주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3년째 절주 교육을 하고 있다. 고려대 절주 동아리 ‘참살이’는 2009년부터 성신여대, 동덕여대와 함께 성북구 보건소와 연계해 학생에게 위험음주 자가 진단테스트 등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절주 동아리는 경희대, 동덕여대, 한국국제대 등에서 축제기간을 통해 무알콜 칵테일 주점을 열거나 음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OX퀴즈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절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연수(방송영상․11)씨는 “평소 강압적으로 술을 권유하는 음주 문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본교의 음주 문화는 오티나 축제에서 술을 강요하지 않고 학생을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학생처 소속 학생 단체인 ‘한양문화사랑’의 박현하 회장은 “절주 행사를 할 때마다 150~200명의 학생이 참여한다”며 “학생과 지역주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절주 운동은 실질적인 음주 문화의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헤와 지승혜 회장은 “절주 캠페인을 통해 실생활에서 절주하고 있는 학생이 주위에서 늘어났다”며 “절주에 대해 알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연락해오는 학생도 있어 절주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한보건협회 유제영 예방교육팀장은 절주를 강조하는 대학가 분위기에 대해 “자체적으로 통계를 낸 결과, 축제나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음주로 사망한 학생 수가 2006년 3명에서 2011년 1명으로 줄었다”며 “앞으로 총학생회와 대학 당국이 절주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음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