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진 교수에게 안철수 사퇴, 총학의 노동자 대통령 지지, 20대 정치 참여 증대가 대학생에 끼칠 영향을 듣다

▲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편집자주> 제18대 대통령 선거(대선)가 약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청년 본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청년 캠프’ 등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청년층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에 본지는 지난 3주 간 대선 특집 시리즈 ‘대학생 유권자 줌 인(zoom in)’을 연재해 대학생 유권자의 목소리를 실었다.
이번 주는 ▲안철수 전 후보 사퇴 ▲7개 총학생회(총학) ‘노동자 대통령’ 김소연 후보 지지 ▲대학생 대선 참여 양상에 대해 유성진 교수(스크랜튼학부)의 분석을 들어봤다. 뉴욕주립대(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tony Brook)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유 교수는 선거, 여론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사로 대학생 유권자 줌 인 연재를 마감한다.

대선기획팀=정새미 기자 semi0809@ewhain.net, 황미리 기자 ahead@ewhain.net, 이예진 기자 yegene18@ewhain.net, 박선영 기자 idolboa1@ewhain.net


유 교수는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후 대학생의 표심이 문재인 후보에게 기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학생 유권자의 영향력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생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안 전 후보가 사퇴했다. 대학생 유권자의 표심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나
진보 성향을 띠는 경향이 높은 대학생의 표심이 문 후보에 더 기울 가능성이 높다. 세대별 유권자의 표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세대가 후보를 선택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후보’, ‘정책공약’, ‘정당’ 세 가지다. 대학생은 기존 정당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또한 대학생을 공략하는 정책공약에는 후보 간에 차이가 별로 없다. 따라서 대학생은 후보 자체를 고려할텐데,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대학생은 문 후보를 박 후보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여길 것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대학생 유권자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측에 동의한다. 상당수의 대학생 표가 이미 문 후보 쪽으로 쏠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두 후보가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찬·반이 같은 표를 얻었을 경우에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를 쥔 40대를 주로 공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11월26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전 후보의 지지층 중 약 77%만이 문 후보에게 관심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문 후보에게 표심이 어느 정도 쏠릴지는 안 전 후보의 행보와 관련돼있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유권자 층의 중요도는 안 전 후보의 행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안 전 후보에게는 여전히 젊은 유권자가 문 후보에게 보내는 지지의 정도를 배가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안 전 후보는 유세 당시 정권 교체를 주장했던 후보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할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어떤 공약으로 20대의 관심을 끌까
박 후보는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과 새누리당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 등 젊은 유권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 측 스스로도 젊은 유권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지지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는 SNS를 통해 대학생에게 직접 다가가려고 할 것이다. 진보를 대변하는 입장인 문 후보는 자신이 대학생에게 개인적 호감도가 높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대학생의 표를 끌어오는데 노력하기보다는 문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박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안 후보의 맏형인줄 알았는데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을 보니 아니더라’ 등을 이야기하며 문 후보는 안 후보와 다르다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

-한편 11월20일 본교, 동국대, 서울대 등 7개 대학교 총학이 모여 발족한 ‘대학생 선거투쟁본부’가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지지 선언이 대학생 유권자에게도 영향을 미칠까
총학의 지지가 학생에게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 총학의 정치적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분명히 떨어졌다. 과거 총학은 운동권인 동시에 학생의 동조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학생들은 총학이 학생 복지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총학의 지지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선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더불어 요즘 학생들은 개인주의 성향을 띠기 때문에 총학을 비롯한 누군가의 선언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근거해 투표할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의 공약에는 대학 체제를 혁신하겠다는 공약이 있는데
총학은 김 후보가 대학등록금 공약으로 ‘반값등록금’을 내세우지 않고 높은 등록금의 원인인 대학 체제 자체에 맞서 싸우려하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김 후보가 내건 공약에 대한 정보는 학생에게 전달되기 힘들 것이다. 대선 판이 이미 주요 후보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생이 캠프 대변인, 홍보대사 등을 맡는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젊은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대학생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 자체는 모집에 의한 것이지만 결국 참여를 결정한 것은 개인이다.

-대학생의 정치 참여가 증대된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나
대학생의 활발한 정치참여에는 안 전 후보가 기여한 바가 크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정치 참여로 정치권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우리도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이는 대학생에게 정치 활동을 요구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실제로 대학생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캠프 등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의 설문 결과 투표를 하겠다는 대학생은 약 90%다. 대학생의 실제 투표율은 몇 %로 예상하나
많은 사람들이 약 50%로 예상하고 있다. 20대 투표율은 17대 대선에서 46.6%, 16대 대선에서는 56.5%였는데, 두 대선의 중간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20대 투표율이 올해 총선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기 때문에 17대 대선 때보다는 높겠지만,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인해 역대 최고였던 16대 대선의 투표율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20대의 정치 참여가 늘었는데 20대 투표율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 ‘내 표가 당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등의 이유로 정치참여가 투표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은 안 전 후보의 행보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이화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의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 자신의 투표권, 참정권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권리임을 잘 알고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인식이 없다면 자신의 정치 참여가 정치권에 이용되는 등 수동적 정치참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본인의 정치 참여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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