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편집자주> 2010년 기준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0개 중 28위로 최저 수준이다. 이는 한국 경제규모가 OECD국가 중 10위인 것에 비해 여성 경제활동이 여전히 저조함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이화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소위 ‘남성의 영역’이라 불리는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이화인. 그들이 어떻게 여성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의 ‘유리 천장’을 깨고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연재한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로 불리며 국가 예산 및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 산하 기구다. 그만큼 내부 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난해 5급 공무원 공개채용에서 재경직 1~3위 사무관들이 기재부에 지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 기재부 내 사무관과 서기관 중 4급 이상의 여성 직원은 7명(약 1.4%)에 불과하다.

이 같은 기재부 안에서도 핵심 두뇌들이 모인다는 재무회계팀에, 기재부 최초의 여성 사무관 출신인 이화인이 있다. 바로 장문선(신문방송학과·96년졸) 과장이다.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던 장 과장은 보다 깊은 학문을 공부하고 싶어 부전공으로 법학을 선택했다. 그는 법학을 부전공 하는 동안에 39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장 과장의 도전하는 자세가 그를 기재부 내의 ‘여성 최초 사무관’으로 만들었다. 당시 기재부는 여자 사무관을 영입하고자 했지만, 정작 여성 직원들은 기재부 일이 고되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있었다. 기재부에서 여성 사무관을 영입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힘들다는 이유로 남들이 다 회피하는 자리지만 나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공석에 먼저 지원했다.

장 과장은 기재부 내에 여성 직원이 적은 이유를 ‘업무의 어려움’과 ‘체력 부족’으로 꼽았다. 정부기관의 엄격한 분위기도 여성 직원들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공무원이다 보니 정시에 ‘칼퇴근’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그건 오산이에요. 제시간에 퇴근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주말에도 출근해요. 거의 매일을 야근하죠.”

기재부의 첫 여성 사무관으로 들어온 장 과장은 14년 간 예산실에서 근무하면서 남성 상사와는 다른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들을 보듬었다.

“정부부처의 사내 문화는 업무 지향적이고 냉랭한 분위기인 경우가 많아요. 기재부의 경우는 상사가 대부분 남성이어서 처음에는 제가 마치 군대에 있는 것 같았죠. 이 틈에서 여성인 제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남성과 다른 ‘부드러움’을 무기로 삼아야 했어요. 여성 특유의 침착함이 업무를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장 과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이후 기재부 내에서 승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많다고 느꼈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더욱 일에 매진한 그는, 당시의 노력이 기재부 내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가 첫 여성 사무관이다 보니 ‘처음’이라는 이유로 많은 배려를 받는다고 느꼈어요. 한편으로는 주요 보직에 공석이 생겨도 여성보다는 남성 위주로 채용이 이뤄지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아직 남성 직원에 비해서 여성 직원의 승진에는 아직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 직원이 주요 보직을 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그는 14년 동안 몸담은 예산실에서 기재부 내 최초의 여성 국장을 꿈꾸고 있다. 그는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화인 후배를 위해 조언했다.

“사회생활에서 남성과 동등한 입장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술도 남자만큼 마시고, 옷도 남자처럼 입으려는 후배들이 많아요. 하지만 오히려 여성답게 꾸미고, ‘여성’임을 자랑스럽게 나타내는 것이 도움이 될 거에요. 남성들이 많은 곳에서 여성은 ‘다른’ 존재가 아닌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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