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관련 활동 참여로 깨달은 투표의 무게

 

<편집자주> 제 18대 대통령 선거(대선)가 약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청년 본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청년 캠프’,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청년 자문단’ 등 각 후보는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청년층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에 본지는 대선과 청년의 접점이 되는 부분을 취재해 대선 특집 시리즈 ‘대학생 유권자 줌 인(zoom in)’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주는 새누리당 중앙선거관리대책위원회(중앙선대위), KBS 선거방송기획단, 전국학생행진 활동을 통해 각각 대변인과 홍보대사, 대선 요구안 실천단의 역할을 맡은 이화인을 만났다. 다음 주는 약 11개 대학이 연합해 대선에 대한 대학생의 인식을 조사한 설문을 바탕으로 대학생의 정치 성향, 대선에 대한 관심도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청년본부 김유진 대변인

김유진(의류․07) 대변인은 8월부터 새누리당 청년본부 대학생 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10월 말 대선을 위해 꾸려진 중앙선대위에서 청년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다.

청년본부의 청년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 홍보방법을 마련한다. 청년본부는 청년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며 새누리당이 청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밖으로 지지를 표현하는 대학생은 별로 없어요. ‘기성세대를 따라가는 보수’라라는 일부의 편견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선거가 진행되고 투표 층을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대학생이 새누리당을 지지해요. 저희가 하는 일은 대학생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거예요.”

그가 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당에 대한 신뢰감과 여성 대통령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치에 관심은 많았지만 제 정치적 성향에 대해 확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박근혜 후보가 4․11 국민총선거에서 내세웠던 52개의 법안 중 51개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을 알게 됐어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새누리당에 신뢰감이 생겼어요. 또 우리나라가 한 발 앞서가기 위해서 여성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죠.” 
 
청년본부는 일주일에 많게는 5번 이상의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를 통해 전라도지역 대학 투어, 대선 관련 팟캐스트(Podcast,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라디오 방송 형식의 프로그램)기획 등의 의견이 나왔었다. 김 대변인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청년본부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당 최고위원 앞에서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10월 청년본부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라도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인 ‘전라도 지역 대학생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중앙선대위에 소속된 청년들끼리 회의를 하던 도중 ‘전라도 대학생과 만남을 가져보는 건 어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여전히 남아있는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저희 모두 전라도에서 계란을 맞고 오더라도, 가서 새누리당의 입장을 청년들에게 말하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갔어요. 대학교 앞에 판넬을 설치해 새누리당에 바라는 점 등을 메모로 남겨달라고 했어요. 다행히 많은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김 대변인은 자신의 의견이 당의 프로젝트에 반영될 때 보람을 느꼈지만 인신공격으로 좌절한 적도 있다.

“단지 ‘새누리당 대변인’이라는 이유로 익명의 누군가에게 욕 문자를 받은 적이 있어요. ‘젊은 나이에 새누리당 대변인을 하는 것을 보니 뇌가 없는 것 같다’ 등 심각한 인신공격성 문자였죠. 그 문자를 보고 충격받아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욕을 들어서 대변인이라는 일에 대해 회의감에 빠졌죠.”
 
김씨는 대학생들에게 정치에 대한 ‘가짜 관심’이 아닌 ‘진짜 관심’을 부탁했다.

“대학생 정치 참여의 문제는 정치에 대한 대학생의 생각이 낙후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야당후보를 지지하면 ‘진보적이다’, ‘현실에 깨어있다’고 평가받고, 여당후보를 지지하면 ‘보수적이다’, ‘현실에 안주한다’고 생각하죠. 이러한 편견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대세를 따라 후보를 선택해요. 줏대 없는 정치적 관심을 지양하고, 대통령 후보와 당의 공약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리길 바라요.”

김씨는 앞으로도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우선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거예요. 대선 후에도 어느 자리든 제가 있는 위치에서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남이 써주는 것을 그저 따라 읽는 앵무새가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해서 공익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2012 KBS 대통령 선거 홍보대사 ‘바람이’ 주정경 씨

주정경(광고홍보․09) 씨는 올해 9월부터 KBS 선거방송기획단 소속 선거 홍보대사 ‘바람이’로 일하고 있다. 대선을 위해 꾸려진 선거방송기획단으로 선거개표방송을 준비하고 대국민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한다.

KBS는 시청자에게 친근하고 풋풋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선거 홍보대사 ‘바람이’와 ‘공감이’를 만들었다. 바람이는 ‘wish(바람)’에서 착안된 이름으로 ‘좋은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란다’를 의미한다. 공감이는 KBS 선거방송이 ‘국민과 공감하는 방송’임을 뜻한다.

주씨는 아나운서의 꿈을 갖고 KBS 선거 방송 진행자에 지원했다가 대선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

“평소 아나운서의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된 활동을 알아봤어요. 마침 KBS에서 선거방송 진행자를 뽑는다는 걸 알게 됐죠. 현장에서 정치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실현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어요. 하지만 선거방송은 휴학하거나 졸업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해서 학교를 다니면서 병행할 수 있는 대선 홍보대사를 맡게 됐어요. 우연한 기회로 홍보대사가 됐지만 보람차게 활동하고 있어요.”

주씨는 매일 SNS에 대선 후보의 일정을 업로드하고, 투표독려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대선 후보들의 일정과 하루 동안의 말과 행동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kbselection’ 트위터와 페이스 북, 미투데이에 올려요. 낮과 밤, 주말 상관없이 항상 신경써야 하죠. 후보와 관련된 사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모든 매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점이 힘들기도 하지만, 대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됐어요.”

또 신촌과 명동, 종로 등 서울과 광주, 대전, 부산 등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투표 독려 길거리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전국 곳곳 길거리에 나가 ‘12월19일 대통령 선거 꼭 투표하세요’라는 큰 피켓을 들고 돌아다녀요. 길거리에서 만난 400명의 국민과 함께 사진을 찍어 KBS 선거 독려 캠페인 영상을 만들죠. 모르는 분들과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게 힘들긴 했지만, 음료수를 건네며 좋은 일 한다는 등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어요.”

항상 유권자의 입장에서 선거에 참여해왔던 주씨는 활동초기 선거 홍보대사로서 중립적 태도를 지켜야 하는 점이 익숙하지 않았었다.

“한 후보의 일정이 많은 날은 그 후보의 기사만 많이 올린 적이 있어요. 하지만 특정한 후보에 대한 언급이 많으면 형평성이 깨지기 때문에 주의를 받았죠. 또 대선 유력 후보들의 기사만 업로드를 했는데 군소후보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는다며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대선 홍보대사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치우친 정보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대선이 40일 정도 남자, 방송국도 개표 방송 준비에 분주해졌다.

“저의 주 업무는 홍보대사이기 때문에 개표방송을 직접 준비하진 않지만 선거방송기획단에 소속된 만큼 방송국이 분주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요. 기획단은 10시간 정도 진행되는 개표방송을 위해 9월부터 4개월을 준비해요. 야외무대 선정, 사회자 컨택, 이벤트 순서 등 개표방송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들까지 모두 준비하기 위해 평소 일주일에 세 번하던 회의를 이제는 거의 매일해요. 10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15초짜리 투표독려 광고도 선거방송기획단에서 한 달 내내 고민한 결과물이죠.”

주씨는 이번 활동을 통해 정확한 후보 검증 없이 참여하는 투표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홍보대사를 하면서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후보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다 보니 투표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사가 이렇게 많은데 이러한 기사들을 안 보고 투표했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더라고요. 단순한 지역감정이나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말고 진지하게 후보들의 공약과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주씨는 이화인에게 꼭 투표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이화인 중 고향이 지방이여서 저처럼 혼자 서울에 와 있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부재자 선거는 신고기간과 투표기간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부재자 선거가 귀찮다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투표했으면 해요. 또 서울에 사는 친구들도 12월19일을 공휴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선거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보고 도장을 찍길 바라요.”



△대선후보들에 대한 대학생 요구안 만드는 대학실천단 ‘전국학생행진’ 임솜이씨

임솜이(언론․10)씨는 전국 대학생 운동 단체인 전국학생행진(행진)에서 ‘99%의 대안은 여기에 있다’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생이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대자보, 공동신문 제작, 토론회 등을 통해 대선 후보에 대한 대학생의 요구안을 알리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번 대선 기간을 기회 삼아 앞으로 대학생이 꾸준히 사회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임씨는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문제인 청년 실업 문제, 경제 양극화 등이 모두 정치와 연관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대학생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사는데 일자리가 부족한 사회 현상을 보면서 정치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정치와 연관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사회 문제의 원인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대학생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행진은 대선을 맞아 한국 사회의 문제와 원인을 스스로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그들은 이번 대선의 유력한 세 후보인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의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을 분석했다. 행진은 세 후보의 경제 개혁 공약에는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노동권에 대한 내용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재벌의 소유구조만을 바꾼다고 경제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국민의 기본적인 노동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요구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요.”

행진은 12일(월) 2차 세미나를 통해 교육권 중심의 요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행진이 주최하는 이 세미나는 서울 시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서강대에서 진행된다. 이들은 대학의 시장화, 지식의 상품화, 가속화되는 경쟁, 개인에게 전가되는 교육비용의 부담 등을 대학교육의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일자리를 청년에게만 주는 청년고용할당제의 경우 대학생에게 당장 유리해 보일지는 몰라도 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도에요. 보편적인 권리가 아닌 특수한 집단의 권리만을 옹호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기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대선에 관심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사람들 사이에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회의주의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표’의 쉬운 선택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믿고 싶어 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알려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한 판의 승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그는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뽑느냐에 한정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투표 한 장에 시민의 권리를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5년 내내 정치적인 주체로서 사회와 정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리고 사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대안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진짜 정치’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그는 대학생이 대선후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바꿔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변에 취업 때문에 힘겨워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책임은 본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청년 실업의 원인이 사회에도 있는 만큼 대학생들이 사회 구조적 원인에 대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대학에서 사라지고 있는 토론 학회를 활성화시킴으로서 친구들과 현실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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