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 오숙한 교수(동양화과)
  • 승인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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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실 가구를 옮기다가 가구 뒤편에서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장식용 병을 발견했다. 몰골이 흉해져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치워두었다가 이 작은 물건이 무엇이었던가 싶어 닦아 보았다. 병의 주둥이 쪽으로부터 은색의 문양이 아주 조금 드러났다. 그제야 나는 그 장식용병이 꽤 화려한 꽃무늬가 은줄로 그려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힘을 다해 녹슨 병을 닦아보았고, 까만 철제 병위의 은빛 꽃무늬가 온전히 화려하게 드러났다. 은줄이 까맣게 녹슬어 있었고 아주 오래전에 내 손에 들어왔던 물건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 병에 아름다운 문양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인생에 어떤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다면 힘을 다해 살아낼 수 있을 것이고 고난과 절망이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생에 새겨져 있는 문양은 미리 볼 수 가 없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의 형상대로 그 모양을 따라 만드셨다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우리 안에는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이 있을 터이니 굉장한 문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숨겨져 있어서 자신 안에 이미 아름다운 문양이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갖기는 쉽지 않고, 또 일상생활에서 그 굉장한 문양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내가 속해있는 조형예술대 학생들에게서 가끔 듣는 질문이랄까, 고민상담의 주된 내용 중 하나도 자신이 과연 작가로서 타고난 재주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창작에 대한 무게가 무거울 때 마다 소위 말하는 천부적 재능에 대한 열등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의문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창작의 고통과 미래의 불확실에 대해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깜깜한 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길을 걷는 것과 같은 기분일 때가 있다. 우리를 절망시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길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무섭고 길이 안 보인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그럴 때는 그냥 한발을 내딛을 수 있는 것을 기뻐하고 한발만 내딛어라. 아무리 어두운 산길이라도 한 발을 내딛는 것, 즉 하루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먼 미래는 불확실해도 오늘 하루는 확실할 수 있다. 그렇게 한발 한발 걷다보면 어두움에 눈이 익숙해져서 두발짝 세발짝까지 걸을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 힘을 다할 수 있는 용기가 더욱 생길 것이고 그러한 하루하루가 일년 이년이 될 것이고 결국엔 자신 안에 새겨져 있는 화려한 문양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루를 잘 살아라.” 우리는 늘 내일을 기대하지만, 결국엔 오늘 하루를 살 수 있을 뿐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자기 속에 이미 숨겨져 있는 그 보물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어떤 보물을 외부로부터 얻어서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을 때 우리를 집중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감동하게 하는 것은 이미 내 안에 갖고 있는 그 비밀을 건드렸을 때 이다. 그런 감동이 올 때마다 자신의 안에 이미 새겨져 있는 문양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것은 그 숨겨진 문양을 찾아내기 위해 누가 대신 나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원도에 있는 오봉교회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매미가 껍질을 벗을 때, 그 애쓰는 것이 안타까워 사람이 껍질을 벗겨주면 그 매미는 날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다. 껍질을 벗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할 때 매미의 몸에서 기름이 나와, 날개가 펼쳐지고 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우리인생의 여정도 누군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힘든 고통이 있다. 그 고통과 좌절로 주저앉고 싶을 때, 뛰는 것도 아니고, 여러 걸음도 아니고, 그냥 한발만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누구나 어떤 모양새 일지는 모르지만 아름다운 문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삶은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의 것이 다른 사람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루하루를 잘 걷기만 한다면 결국엔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