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TED) 홈페이지에 눈길을 사로잡는 강연 영상이 올라왔다. 조회 수가 3백만 건에 달한다. 연사는 4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한 개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0일 동안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라.’ 맷 커츠의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Try Something New For 30 Days)’다.

구글 엔지니어인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일상에 회의를 느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때 떠오른 것은 모건 스펄록 감독의 영화 ‘슈퍼사이즈 미.’ 스펄록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30일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었다. 이에 영감을 얻은 맷 커츠도 30일 동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이제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일을 30일 동안 꾸준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의 경우, 하루에 1,667 단어씩 꾸준히 30일을 써 5만 단어 분량의 소설을 발간했다.

이 강연을 보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곧바로 계산을 시작했다. 30분씩 30일이면 900분, 900분은 15시간! 수업, 과제, 동아리, 취업 준비 등으로 팍팍한 일상이다. 그러나 하루에 30분 정도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써도 될 거란 판단이 섰다. 습관적으로 페이스북을 확인하는 시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공강 시간, 등하교 시간... 생각해보니 ‘30분’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자투리 시간이지만 30일 동안 모으면 15시간이나 되는 마법의 시간들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학생활 내내, 특히 학기 중에, 마음과는 달리 매 번 등한시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독서였다. 학기 초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과제 철엔 과제를, 시험기간엔 시험공부를 해야 했다. 여가 시간엔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놀러갔다. 자연스레 교과서 외의 책은 한 학기에 세 권 이상 읽기 힘든 일상이 이어졌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은 쌓여만 가는데 정작 실천으로 옮긴 횟수는 적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전환했다. ‘하루에 딱 30분씩만.’

물론 독서 외에도 하루에 30분씩 30일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러나 학기 중에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의미 있는 일은 바로 독서다. 맷 커츠는 작지만 지속적인 변화, 특히 계속 실천할 수 있는 변화가 오래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역설했다. 가뜩이나 바쁜 학기 중,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작지만 지속적인 행위로는 독서만한 것이 없다. 또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작가가 몇 십 년의 세월을 살며 깨달은 교훈, 수집한 정보와 이야기를 집약한 것이다. 독서는 그것들을 한 번에 전수받는 것과 다름없는 귀중한 행위인 것이다.

하루 30분. 여차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낼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30일 역시 내가 무엇을 하든 안하든 흘러가고야 마는 기간이다. 그렇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30분을 독서에 할애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한 달을 보내보자. 작은 시간들이 만든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선선해진 요즘, 책 읽기에도 딱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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