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리더십과 투쟁의 리더십에 이어 이제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법륜스님이 최근 저서 『새로운 100년,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이야기』에서 한 말이다.

각계각층에서 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만큼 현재 우리 사회는 분열돼있다. 최근 온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한 묻지마 범죄가 극심한 경제 양극화의 부산물이라는 시각이 있다. 정치계에서는 친노·친이·친박, 진보·보수, 좌파·우파, 신당권파·구당권파 등 편을 가르는 용어도 각양각색이다. 이밖에 세대 갈등, 지역 갈등 등도 만연해 어느 분야 하나 분리돼 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에 ‘통합’이 대선 후보들의 화두가 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국민대통합’을 시대정신으로 규정했다. 그는 24일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며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당과 자신을 돕겠다는 이들을 포용적인 자세로 받아들여 자신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녹여내는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찾지 않았던 문 후보나 일반 사병 묘역을 거른 박 후보와 달리 참배의 범위가 넓어 통합의 정치행보를 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여러 직업 경험, 청춘콘서트를 통한 20~30대와의 교감을 내세워 자신이 세대 간, 분야 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모두 우리가 원하는 통합을 외치는 가운데 의문이 생긴다. 그들이 말하는 통합은 무엇인가. 모두가 통합을 내세우고는 있는데 그들의 통합은 제각기 다른 것 같다. 문 후보의 통합은 친노계와 비노계, 주류와 비주류의 당내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모든 계파를 아우르겠다는 통합으로 ‘조직의 화합’이다. 안 후보는 ‘정책의 융합’을 강조해 그의 정책네트워크 조직인 포럼 ‘내일’은 영화학을 전공한 김윤재 변호사 등 융합형 인물로 구성됐다. 박 후보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화해를 통해 이념과 계층,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는 국민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들의 통합이 우리의 분열을 해결해 줄 진정한 통합이 아니라 자신의 편을 더 많이 만들려는 방편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통합이라는 개념은 모호해서 이 말 아래에 수많은 종류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가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 그들 틈에 껴야만 하고,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을 우리는 여러 차례 봐왔다. ‘통합’은 소수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명분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이다.

통합은 통합된 이들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필자가 얼마 전 만난 부모님 연배의 한 취재원은 대학생인 딸과 매우 소통하고 싶어 했다. 직접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 잔소리로 여기기 때문에 전하고 싶은 생각이 담긴 책을 선물했는데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KBS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을 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 그들은 정말로 ‘함께’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가졌던 ‘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는 고리타분해’, ‘딸이 좋아하는 노래는 산만해’라는 생각은 사라졌다. 취향이 다르면 누군가는 자신의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여러 세대의 문화를 통합했다고 평가되는 불후의 명곡을 보며 필자는 단순히 섞거나 합치는 것을 넘어선 새로운 통합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다. 전설의 가수의 명곡을 재해석해 경합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대와 50대가 함께 TV를 볼 수 있게 됐다. 통합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오히려 이처럼 신선하면서도 진정한 형태의 통합을 제시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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