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누렇게 무르익는 계절과 함께 추석이 다가왔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명절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본지는 30일 추석을 맞아 본교 안의 미국, 베트남, 독일 학생 3인에게 수확을 기념하는 자국의 명절에 대해 들어봤다.

△변화와 전통의 시간, 미국의 추수감사절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인들이 영국의 박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와 처음 수확한 곡식에 대해 감사를 드리던 활동에서 유래했다. 미국 러트거스대(Rutgers University)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스탠리 라벨라 몰턴(Stanley Lavelle Molton, 심리․12)씨를 만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매년 추수감사절이 되면 미국의 전 지역에는 담백한 칠면조 구이 냄새가 진동한다. 몰턴씨는 추수감사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스터핑(Stuffing)을 들었다. 스터핑은 미국의 전통음식 중 하나인데 양념이 된 빵 조각을 칠면조 뱃속에 채우는 것이다.

“추수감사절 전날 밤이면 가족들과 함께 칠면조 요리를 준비하던 기억이 나요. 칠면조는 밤새 구워야 다음 날 먹을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죠. 아무리 호화로운 식사여도 칠면조 구이와 호박파이, 스터핑이 빠지면 아무도 그것을 추수감사절 식사라고 부르지 않아요.”

‘소원의 뼈(wish bone)’는 추수감사절의 특별한 전통이다. 소원의 뼈는 조류의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 모양으로 생긴 뼈를 말하는데 이를 부러뜨려 소원을 빈다.

“소원의 뼈의 두 끝을 두 사람이 각각 잡아 당겨서 부러뜨렸을 때, 큰 조각을 쥐고 있는 사람의 소원이 꼭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어요. 소원의 뼈는 와인 잔 모양으로 생겼는데 한 마리당 하나밖에 없어서 더 특별해요.”

 미국인은 추수감사절과 함께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을 떠올린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로, 미국 대부분의 가게가 모든 품목의 재고를 반값 이상으로 할인하는 날이다. 이름은 19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추수감사절 다음 날의 극심한 교통정체에서 유래했다.

“5년 전 상점에서 물건 진열 일을 한 적이 있어요. 마침 검은 금요일에 일을 하게 됐는데 창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추수감사절 저녁부터 침낭을 가져와 줄을 서더군요. 아직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어린 아이와 별의 축제, 베트남의 중추절

 가을의 중간에 있다는 뜻인 중추절은 베트남의 추석으로 매년 음력 8월15일이다. 이날은 별모양 등(燈) 만들기, 월병 먹기, 사자춤 추기 등을 진행한다. 유학생 응우웬 티 하 마이(Nguyen Thi Ha Mai, 방송․10)씨는 베트남의 명절인 중추절에 대해 들려줬다.

 베트남의 어린이들은 중추절이 되면 별모양의 등을 만들어 들고 다닌다. 이는 흐려진 별빛을 모으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중추절에 뜬 보름달 빛 때문에 상대적으로 별빛이 흐려 보여 생긴 풍습이다.

 “베트남 중추절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들이에요. 저도 어릴 때 중추절이 되면 다 쓴 세제 상자를 오려서 등을 만들고서 동네를 쏘다녔죠.”

 베트남 가정집에서는 중추절이 아니더라도 매달 제사를 지내고 있어 제사를 위한 방이 따로 있다.
 “기도를 드릴 때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조상님들이 길을 잃지 않으시도록 집주소를 작은 소리로 말하곤 해요. 찾아오셨다고 생각했을 땐 인사를 드리고 소원을 빌죠.”

 연꽃 씨앗으로 만든 월병인 ‘반 느엉(Banh Nuong)’과 ‘반 더(Banh Deo)’는 베트남 사람들이 명절 때 즐겨먹는 월병의 일종이다. 반 느엉은 모양을 먼저 만들어 구운 것이고, 반 더는 완성된 반죽에 틀을 찍어 모양을 내 굳힌 것이다.

 응우웬씨는 한국의 추석 모습 중 고향으로 민족대이동을 하는 모습이 가장 신기하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족끼리만 소소하게 명절을 즐기거나 동네를 오가는 것이 전부다. 그는 베트남에서 한국학과를 다녔기 때문에 이번 명절이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책에서 공부했던 것을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이번 기회에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요.”


△농부와 종교인의 하루, 독일의 에은테단크페스트

 독일의 명절 에은테단크페스트(Erntedankfest)는 소박하다. 이는 독일을 대표하는 명절은 아니지만 종교인과 농부를 중심으로 기념되는 명절이다. 에은테단크페스트는 매년 9월 초에 시작되는데 지역별로 기간이 조금씩 차이나며, 에은테단크페스트 기간이 되면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 새로운 수확을 감사하는 기도를 올린다. 교환학생 리사 마리 라우(Lisa Marie Rau, 경영․12)씨로부터 에은테단크페스트에 대해 들어봤다.

 에은테단크페스트 기간이 되면 지역 교회는 수확물의 상징인 가을꽃과 과일로 꾸며진다. 라우씨 또한 청교도인이기 때문에 에은테탄크페스트 기간에 교회를 찾는다.

 “설교가 끝난 후에는 수확을 기뻐하는 감사 기도를 드려요. 드물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은 이 명절을 따로 보내진 않아요.”

 에은테단크페스트의 소박함은 음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음식을 만들기 보다는 새롭게 수확한 음식을 거둬 먹음으로써 의의를 갖는다.

 “에은테단크페스트 때는 새롭게 수확한 감자와 새롭게 만든 소시지 등을 함께 곁들여 먹어요. 화려하진 않지만그 해에 거둔 곡식과 고기를 먹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라우씨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추석을 보내게 됐다. “친구의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면서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요. 친구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김장도 담가 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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