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은 마패를 목에 거시오!”
“뎅~ 경기를 시작하오!”
“와아~ 황진이 팀 달려! 황진이! 황진이! 황황! 진이진이!”

 형형색색의 만국기가 펄럭이는 하늘 아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통인 마패를 목에 건 학생들이 첫 번째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입에 먼치킨(도넛의 일종)을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주자들은 마패를 건네받자마자 허겁지겁 훌라후프를 허리에 끼고 달렸다. 마패를 이어받은 주자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든 풍선을 밟아 터뜨리기가 무섭게 마패는 마지막 주자에게 넘겨졌다.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마지막 주자들은 서로 마주본 채 정신없이 줄넘기를 했다. 학생들은 팀 주자를 주시하며 긴장한 목소리로 줄넘기 횟수를 세어나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을 마지막 구령으로 한 조가 줄넘기를 끝내자마자 경기는 끝났고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졌다.

 이화문화기획단이 주최한 가을운동회(운동회)가 9월24일 오후5시 스포츠트랙에서 열렸다. 운동회의 콘셉트는 ‘조선 시대’로 두 명의 사회자가 각각 왕과 왕비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사극 어투로 경기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궁예, 대장금, 이몽룡, 황진이의 네 팀으로 나뉘어 팀명에 걸맞은 복장을 입은 팀장의 지도 아래 운동회에 참여했다. 팀은 운동회에 참가를 신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정했다.

 1, 2부로 나뉜 운동회는 130명의 학생들의 열띤 응원과 참여 속에서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1부는 공받기 시합인 ‘액받이 무녀의 액 받기 신공’과 장애물 달리기인 ‘멀고도 험한 한양 가는 길’, 박 터트리기 시합인 ‘저 박을 매우 쳐라’로 구성됐다. 2부는 고무신 던지기 시합인 ‘앵구리보두’와 줄다리기 시합 ‘조선의 력(力)사 헐구’, 계주 ‘추노꾼들의 달음박질’로 이뤄졌다.

 공받기 시합 ‘액받이 무녀의 액 받기 신공’은 일바지(품이 크고 허리부분에 고무줄이 들어있는 바지)를 입은 선수가 자신의 팀원이 던지는 공을 받는 경기다. 한 팀당 대표 두 명이 선발돼 일바지를 입은 채 서 있었고 팀원들은 바닥에 그어진 선 밖에서 일바지를 입은 팀원을 향해 고무공을 던졌다. 일바지를 입은 학생들은 허리춤을 벌려 공을 받아냈다. 공받기 시합에서는 이몽룡 팀이 83개로 공을 가장 많이 받아내 우승을 차지했다.

 장애물 달리기 ‘멀고도 험한 한양 가는 길’은 마패를 바통으로 삼아 장애물을 통과하며 달리는 릴레이 경기다. 각 팀은 네 명씩 한 조를 이뤄 팀 전원이 장애물을 모두 통과할 때까지 진행됐다. 장애물 달리기에서 훌라후프 장애물 통과를 맡은 김민경(인문․12)씨는 “팀원들과 훌라후프 하나를 끼고 발맞춰 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박자가 맞지 않아 고생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회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마저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고무신 던지기 시합 ‘앵구리보두’는 고무신을 멀리 던지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각 팀당 20명의 학생이 고무신을 신은 채 출발선에 섰고 양 발을 한 번씩 이용해 고무신을 던졌다. 팀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고무신과 가장 조금 날아간 고무신의 거리를 재 팀의 우열을 가렸다. 고무신 던지기 시합에서는 대장금 팀이 우승을 차지해 200점을 획득했다.

 운동회의 마지막 경기는 계주 ‘추노꾼들의 달음박질’이었다. 그전까지는 이몽룡 팀이 총점 1천50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930점으로 3위에 머무르던 궁예 팀이 가장 큰 점수인 500점이 걸린 계주에서 우승을 하면서 총점 1천430점으로 최종 우승했다. 궁예 팀으로 운동회에 참여한 양승혜(법학․06)씨는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운동회에 참여했다”며 “초등학교 시절에 운동회에 참여했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운동회에는 각 팀에서 한 명, 전체 참가자에서 한 명으로 5명의 학생이 MVP로 선정됐다. MVP는 팀장 개인의 평가를 토대로 결정됐다. MVP로 선정된 주유란(인문․12)씨는 “운동회에서 다른 팀원들이 하지 않으려던 일까지 도맡아 했던 점이 눈에 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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