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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없는 하와이에서 용기 배우다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2012년 09월 24일 (월) 김지선(영문·10) -

 하와이 대학의 캠퍼스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자유로움’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천 가방을 매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걸어 다니는 여학생들, 웃통을 벗은 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남학생들, 팔다리의 화려한 타투, 머리가 분홍, 연두, 보라색인 학생들까지.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분위기가 낯설거나 싫지 않고 너무 좋았었다.

 이곳에서 자주 쓰이는 말 중에 “I’m not judging you”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나는 너를 판단하고 있지 않아’ 정도가 되겠다. 주로 그 사람의 겉모습이나 행동, 말 등을 가지고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하거나 편견을 갖지는 않는다는 맥락으로 쓰인다. 여기서는 그게 굉장히 존중 받는 가치관 중 하나로 사람들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자기 생각을 말한다. 또한 하와이는 백인, 흑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나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관대하게 열려 있는 편이다.

 이런 문화적 분위기는 생판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해야 했던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를 잘 못해
도 무시하거나 답답해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주고, 초반에 정착할 때에도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그런 지지에 힘입어 이방인이라는 사실에 기죽지 않고 이런 저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도전의 결과 중 하나가 이번학기에 참여하는 연극 공연이다. 학교 대극장에서 열리는 정규 공연인데, 오디션에 지원해서 메인 좀비 역에 캐스팅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녁마다 리허설에 참여해 전문 배우들과 연습을 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위해 스트레칭 훈련도 받는다. 오디션 전에는 좀비처럼 걷고 좀비처럼 넘어지는 연습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쉴 새 없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저번 학기에는 봄부터 가입해서 활동하던 국제 학생 동아리의 서기로 선출되기도 했다. 투표로 가려지는 직책이라서 망신당하기 싫은 마음에 출마를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이때도 친구들이 용기를 줘서 결국 나가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도전을 했었다.

 지상천국이라는 별칭답게 하와이는 아름다운 자연, 따뜻한 날씨, 친절한 사람들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늘 떨쳐버릴 수 없었던 한 가지 물음은 ‘나는 과연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었나’ 라는 물음이었다. 나는 교환 학생들에게 한 번이라도 이렇게 큰 호의를 베풀어본 적이 있었나, 나는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고 싶은 일마다 시도를 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들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와이 원주민어 중에 ‘Ohana’라는 단어가 있다. ‘아무도 뒤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한국어로는 ‘가족’이라고 번역되는데 친구, 이웃, 손님들에게까지 그 의미를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 문화에 힘입어 나는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고,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전에는 모르던 새로운 나의 모습과 가능성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하와이에서의 경험들을 잊지 않고 좀 더 용감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두려움 없이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생각들을 말하는 일이 어렵지 않고, 먼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와도 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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