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중학교 졸업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던 친구와 연락이 되었다. 그날, 어찌 보면 갑작스럽기도 한 그 친구의 연락에 나는 머쓱해하며 안부를 묻게 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했던 서로의 대학생활 이야기들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친구의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것과 달랐다. 이화인이라면 한번쯤은 빽빽한 강의들에 바빠 혼자 이화 사랑에서 김밥을 챙겨 배를 채워본 기억이 있을 법 하다. 또 혼자 밥을 어떻게 먹냐는 많은 포털 사이트들의 상담 게시물들에 의아해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도 그 친구의 혼자 밥을 먹는데 눈치가 보여 힘들다는 말에 웃으며 진심이냐고 놀렸지만 막상 그게 친구의 진지한 고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경악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때는 시간표를 친구와 짜 맞추어가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들을 골라 최선의 시간표를 만들고 강의를 듣게 된다. 또한 인턴십과 각종 교내 외 활동들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한 번씩 찾아보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진로를 스스로 고민하고 탐색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점과 자신의 활동들뿐만이 아닌 인간관계에서도 뭔가 많이 특별했다. 서로에게 일관된 행동을 강요하거나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혼자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학교를 다녔다.

나에게는 당연한 이화의 분위기가 실제로 다른 학교와는 많은 차이들이 있나 보다. 그 친구도 듣는 내내 어색한 모양인지 연신 말도 안 된다고 외치고 나중에는 조심스레 그런 학창시절은 재미가 없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물론 나는 웃어넘겼지만 누군가는 이러한 분위기와 일상들이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그러한 거리도 내겐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어찌 보면 삭막하고 개인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각자에게 편안하면서도 스스로 알차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면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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