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대학생 주거 문제, 시원한 해답 없는 이유

<편집자주> 본지는 ‘응답하라, 대학주거(1)’에서 대학생의 주거 현황을 살펴봤다. (2)에서는 대학,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음에도 여전히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을 분석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중 지방에서 온 학생은 약 14만명으로, 이 가운데 대학교 기숙사에 입주하는 학생은 약 3만2천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10만8천명의 학생은 월세방이나 하숙집, 고시원 등에 살며 주거비용으로 매월 약 40~60만원을 부담한다.

이와 같이 대학생의 주거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학교, 정부 등 대학생 주거 문제에 책임이 있는 주체가 기숙사 신축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남서울대학교 조덕근 교수(부동산학과)는 “대학생 주거 문제는 더 이상 선택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학생 주거 문제의 원인은 대학에서 기숙사를 신축하지 않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산, 부지 이유로 기숙사 더 늘리지 못하는 대학

대학들은 기숙사를 짓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학 내 적절한 부지 확보가 어렵고, 부지를 확보해도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와 부딪히기 때문이다. 기숙사를 지을 예산이 부족한 대학도 있다.

△기숙사 건축 예정 부지가 녹지라 공사 못 해…교과부, 캠퍼스 내 녹지 규제 풀기로

일부 대학은 교내 부지에 개발이 제한돼 기숙사를 지을 부지가 있어도 건물을 세우지 못한다. 서울대의 경우 기숙사를 지을 만한 부지가 산림이 있는 녹지 부지여서 건물을 신축하기 어렵다. 서울대 기숙사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신축이 기획 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기숙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와 신축과 관련하여 협의 중”이라며 “캠퍼스 내 가용 부지 대부분이 비오톱(도시생태현황도, 도심 속에서 야생동물들의 서식과 이동이 가능하도록 인공적으로 조성한 자연이나 설치물을 일컫는다) 1등급이어서 기숙사 신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8월27일 발표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에서 현행 국토해양부령을 개정해 학교 내 공원 부지에 기숙사를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부는 지금까지 녹지총량제(일정한 환경 범위 내에서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 등을 이유로 공원 부지에 기숙사 건축을 금지해왔다. 이에 서울대와 비슷한 상황인 수도권 내 11개 이상의 대학이 기숙사를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예산이 걸림돌…민자기숙사 지으면 기숙사비 비싸 학생들 부담

기숙사를 지을 부지는 확보했지만 예산이 부족한 대학도 있다. 한양대의 경우 예산 문제로 4, 5생활관을 지으려던 본래 계획에서 5생활관만을 먼저 착공할 예정이다. 한양대 기숙사 관계자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1천명 규모의 4생활관 착공에 앞서 약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5생활관을 내년에 착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산이 부족한 대학은 기숙사 확충을 위해 민간의 자본을 이용하는 민자기숙사를 도입하기도 한다. 서강대는 약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존의 기숙사 시설이 오래돼 신 기숙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2008년 민자기숙사인 곤자가국제학사를 지었다. 서강대 민자사업팀의 안종화 팀장은 “학교는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건축비를 지급하는 형식의 민자기숙사를 지었다”며 “민간 자본을 도입해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기숙사 건축비를 조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권역의 민자기숙사 6곳의 평균 기숙사비는 약 35만원(2인실 기준)으로 대학교 직영 기숙사 9곳의 기숙사비 평균인 24만원(2인실 기준)에 비해 약 10만원 비싸 학생들에게 기숙사 건설비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과 지역 사회와의 관계도 얽혀 있어

이외에도 대학들은 기숙사를 짓기 위해 지역주민의 협조와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립대가 2006년 기숙사를 지을 때는 학교 주변의 원룸 주인들이 이를 반대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 기숙사 관계자는 “기숙사가 지어진 후 학교 주변 원룸의 월세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들었다”며 “서울시립대는 타 대학에 비해 적은 사생 600명을 수용해 큰 반발은 없었지만 기숙사 신축은 학생과 학교 외에 지역사회와도 이해관계가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기숙시설 활용해야…이제는 공공이 나설 때

기숙사 부지를 확보하는 데서 방향을 돌려 학교 주변의 원룸, 아파트 등을 활용하는 학교들도 있다. 경희대와 성균관대에서는 학생들의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해 학교 주변의 부동산을 매입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경희대에서는 2006년부터 동대문구 내 원룸 20동을 임차해 학생들에게 월세 형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에서도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해 약 600명의 학생이 외부 기숙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성균관대 최영록 전문위원은 “인문사회캠퍼스에서는 학교 내 기숙사를 지을 부지가 부족해 학교 명의로 주변의 아파트나 원룸을 임대해 학생들에게 월세를 받는 형식으로 기숙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며 “글로벌센터(총동창회관)를 지어 3~4개 층을 기숙사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3월 인문사회캠퍼스 뒤편의 부지를 매입해 ‘킹고하우스’를 지어 240명의 학생들을 추가로 수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에 조심스럽다는 입장도 있다. 서울시립대 기숙사 관계자는 “외부 기숙시설은 사생 관리가 어렵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서울대학교 조덕근 교수는 “신촌지역에서 휴업 중인 밀리오레를 한국장학재단 등 공공기관이 매수해 학생종합복지센터(취업센터, 장학지원센터 등의 시설을 갖춘 기숙사)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며 “학생종합복지센터를 도시기반시설로 추가해 신촌 지역의 도시정비사업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면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