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빛낸 이화인 3인방
런던올림픽을 빛낸 이화인 3인방
  • 박예진 기자
  • 승인 2012.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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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과 열정으로 여성 체육계에 이바지하다


<편집자주>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13개로 종합 5위에 올라 역대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로써 선수단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목표로 내세운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을 초과 달성했다. 다양한 종목에서 신기록을 달성한 런더너(Londoner) 이화인 3명이 있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로 참여한 박현하(체육과학·11) 씨, 부단장으로 참여한 김경숙 교수(체육학과), 도핑 검사관으로 참여한 박주희(특수체육·03년졸) 씨를 만났다.

△제2의 인생에서 새로운 인어준비를 하는 박현하 선수

“선수로서 목표를 다 이뤘으니 이제는 인생의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러시아, 중국, 스페인 등 세계 정상권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싱크로) 종목에서 열세인 우리나라가 런던올림픽에서 결선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이룬 성과다. 그 영광의 주역은 우리나라에 단 2명 뿐인 싱크로 듀엣부문 국가대표 선수인 박현선, 박현하 자매다. 그 중 이화인 박현하 씨를 만났다.

여러 인터뷰에서 런던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 온 박 씨는 국민들의 관심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큰 환호를 받아 영광스럽다고 했다.

 “경기를 끝낸 당시에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한국에 와서 주위 분들께 축하를 받다보니 정말 큰 일을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같이 선수로 활동하는 언니와 함께 이뤄낸 결선 진출이라 더욱 기뻐요.”
박 씨가 처음부터 결선 진출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첫째 날 규정종목(기술이나 연기의 구성이 정해져 있는 과제)에서는 13위를 기록했지만 다음날 자유종목에서 순위를 한 단계 올리며 극적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박 씨는 순위 변화가 크지 않은 싱크로 경기의 특성상 첫째 날 경기에서 12위를 했던 브라질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경기를 부담 없이 즐기려고 노력한 것이 순위를 뒤집은 비결이라고 밝혔다.
“규정종목 경기 후 점수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경기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종목 연기를 연습했어요. 오히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저희를 더 경계했던 것 같아요. 자유종목 연습 때 브라질 선수들이 우리가 음악을 맞춰 연습할 때 지켜보며 경계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박 씨는 자신들이 결선에 진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했다. 그는 자유종목 경기 중 양쪽 렌즈가 모두 빠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전광판에 나온 점수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인사를 하고 걸어 내려가는데 장윤경(체육학과·2003년 졸)코치가 결선 진출을 했다고 좋아하시는 걸 보고 알았어요. 그때부터 정신없이 좋아했어요.”

2010년 싱크로 월드컵 듀엣 6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한국 싱크로 역사상 최고 업적을 세운 국가대표로 현재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박 씨는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박수칠 때 떠나란 말이 있잖아요. 목표를 다 이뤘을 때 영광스럽게 끝내고 싶어요. 공부 등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박 씨는 3년간의 공백기 후 운동을 다시 시작한 스무 살부터 체력 저하 문제를 겪어왔다.

“운동을 쉰 몸은 이상적이지 않았어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을 하면서 부상이 늘었고 능률은 오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싱크로 선수는 수가 적어 박 씨 자매가 은퇴를 하면 당분간은 그 뒤를 이을 선수가 없다. 박 씨 또한 은퇴를 결심하기 전 세대교체가 안 되는 문제에 대해 가장 걱정했다.

“싱크로나이즈는 점수게임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아무래도 심판들은 본인이 아는 국가의 선수가 나오면 눈여겨보게 되고 그것이 결국 점수에 영향을 미치죠. 그래도 세대교체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겪는 일이기 때문에 걱정을 덜 수 있었어요.”

처음 입학할 때 학점을 잘 받아서 ‘언론정보학과’를 복수전공 하고 싶었다는 박 씨의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박 씨는 학기가 시작하면 복수전공 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대학생들이 하는 것 전부 다 차근차근 해보고 싶어요.”

△여성 체육계의 대모, 김경숙 부단장

“런던올림픽은 제 삶에서 하나의 큰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런던올림픽에서 최고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4년 간 국가대표선수들의 피땀 흘린 노력도 있지만 경기장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힘을 실어줬던 이들의 노력도 있다. 경기장에서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응원하며 선수단의 ‘엄마’이자 국가대표선수단 부단장으로 참여한 김경숙 교수를 만났다.

비 메달리스트인 김 교수는 여성체육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하며 여성체육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런던올림픽 부단장 직책을 맡게 됐다.

“부단장 중 두 분이나 남자이시다 보니 자연스레 저는 여자선수들을 많이 격려하게 됐어요. 선수들이 잘하면 잘하는 대로 칭찬해주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위로해줬어요. 숙소에서는 부상당한 선수들을 챙기는 선수단의 엄마였죠.”

김 교수는 런던에서 코리아하우스 행사에도 참여했다. 이 행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초청해 한국을 홍보하는 자리였다. 행사 기간 동안 김 교수는 이참 한국관광공사장 등 국내 유명 인사를 비롯해 해외 국빈, 스텝으로 참여한 일반인 등을 만나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것을 알았다.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지만 그 중 미국인 한 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올림픽 같은 국제 행사를 하면 사비를 들여 꼭 한국 팀 자원봉사로 오시는 분이세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아니면 힘든 일이죠.”

김 교수는 가장 가슴 뭉클한 경기로 여자 핸드볼 경기를, 가장 자랑스러운 경기로 체조 양학선 선수의 경기를 꼽았다.

“양 선수의 경기가 이뤄진 곳은 몇 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고 있는 큰 곳이에요. 몇 만 명의 시선 때문에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주눅 들 만도 한데 양 선수가 강한 정신력과 담대함으로 금메달까지 따는 것을 보니 뿌듯했어요.“

김 교수는 비인기 종목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꿈나무 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조정, 사이클론, 트라이에슬론 등 비인기 종목은 출전권을 따는 데도 의의가 있지만 앞으로는 결선으로 이어져야해요. 국민들의 관심으로 발전한 종목이 손연재 선수가 출전한 리듬체조에요.”

올림픽 때문에 약 한 달간 떠난 학교로 다시 돌아온 김 교수는 2학기 수업 준비를 하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자신의 역할에 적응 중이다. 런던에서 느낀 열정으로 이번 학기부터는 더욱 활기찬 수업을 예정 중인 김 교수는 대외적으로 맡은 대한여성체육회 위원장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따로 여성체육회가 없는 시, 도를 대상으로 여성 체육과 관련된 여러 사업을 시행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학술 교류에 힘쓰며 런던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관련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

△도핑 총 책임자를 목표로 하는 박주희 검사관

“도핑이라는 분야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러워요.”

세계반도핑기구(WADA, World Anti-Doping Agency)는 이번 올림픽을 역대 최고 횟수 및 수준의 도핑검사를 예고했다. 이전 올림픽들에 비해 강화된 사전 도핑 검사로 107명에 달하는 선수들이 런던 땅을 밟지도 못하고 선수자격을 상실했다. 런던올림픽 도핑분석실에서 검사관으로 근무했던 박주희 씨를 만났다.

박 씨는 WADA의 초청으로 전 세계 약10명의 반도핑전문가들과 함께 런던올림픽 도핑관리 프로그램 교육홍보분야 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씨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전 세계 메달리스트 및 선수지원요원(코치, 팀 닥터, 트레이너 등)을 대상으로 반도핑 교육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대게 도핑 검사를 금지 약물을 검출하는 단순 검사라고 생각해요. 도핑 검사는 선수들의 열정을 판단하는 척도이자 페어플레이 정신을 증명하는 방법이죠.”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의 말로 인해 도핑 검사가 화제가 된 바가 있다. 방송에서 진 선수가 자신의 징크스가 ‘경기 후 화장실 가는 것’이라고 밝히며 그 이유를 도핑 검사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씨는 진 선수가 방송에서 언급한 것은 소변 시료로 진행되는 경기 후 검사 상황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도핑검사관이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소변 시료를 채취해야 해요. 속옷과 바지를 무릎까지 내려야하고 상의는 가슴까지 올려 얼핏 민망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실제로 이 과정에서 많은 선수들이 부정한 행위를 시도하다 적발 돼요. 소변 안에 다른 이물질을 넣거나, 소변 시료를 바꿔치기 하는 등의 행위를 하다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런던올림픽에는 새로운 도핑 법을 잡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검사항목에 ‘주사바늘 없음(No needle)'이 추가 됐다.

“지난 수십 년간 혈액 도핑이 가장 유행했어요. 자기 피를 뽑아 두었다가 경기 며칠 전 자기 자신에게 수혈하는 거죠.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양이 많아지면서 운동 능력을 월등히 좋아지게 하는 방법이에요. 금지 성분이 포함된 약을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사바늘 자국을 제외하면 발각될 위험이 없었어요. 이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 ‘주사바늘 없음(No needle)'항목이 추가된 거죠.”

박 씨는 작년에 열린 대구세계육상대회에서 도핑 분야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8월 31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박 씨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도핑관리프로그램 책임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앞으로 꾸준히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며 경기에도 일조할 수 있는 것이 제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