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 정영의 재무부장관이 국회답변을 통해 여신규제완화 방침을 밝힌 이후 여신관리제도는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정부는 여신규제완화방안을 마련, 금융발전심의위원회, 관계부처장관회의, 청와대 보고등을 통해 공개하면서 여론수렴과정을 거치고있고 재벌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정부에 집단적인 압력을 가해 여신규제완화를 더욱 재벌에 유리하게 바꾸려고 애쓰고있다.

또 경실련등 시민운동단체와 학계는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각 금융기관들은 사태의 전개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부방침의 윤관ㄱ이 드러나면서 시민단체와 학계는 물론 재벌과 일부 정부부터 관계자들도 여신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재무부를 집중 성토하고나서 여신규제는 올봄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있다.

정부방침을 보면 30대 재벌에대한 여신한도관리는 종전대로 실시하되 각재벌의 2~3개 주력업종을 관리대상에서 제외하고 지급보증도 한도관리에서 빼도록 돼있다.

따라서 정부방침이 시해오디면 재벌은 아무런 제한없이 합법적으로 금융기관 자금을 끌어다 쓸수 있게되는 셈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와 중공업·현대정공등을 포관한 기계업종과 인천제철·현대강관·현대알루미늄을 엮은 금속등 3개업종을 주력기업으로 하고 건설업이 주력업종에 포함되면 시멘트·건설등을 추가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현대그룹의 절반이상이 여신관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또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를 포함, 삼성항공·삼성중공업·삼성종합건설등 중화학업종과 삼성 종합건설등 건설업종을 주력업종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많아 역시 그룹의 50%이상이 주력업종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은 럭키금성, 대우, 선경등 대부분의 재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룹 매출액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공과 S K C가 주력업체로 선정되면 선경그룹은 사실상 여신규제를 받지않는 셈이며, 한보그룹도 한보철강과 한보주택이 주력업체가 돼 여신규지를 받지않게되면 구태여 은행돈을 빌려쓰지않아도 될 형편이다.

더구나 계열내 주력에서 비주력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은 아무리 규제해도 막기 어렵기 때문에 2~3개 주력업종을 여신규제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방침은 사실상 여신규제 포기로 간주하는게 옳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급보증을 여신한도에서 제외해주는 것도 재벌로서는 큰혜택이 아닐수 없다.

현대 기업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받아 단자사등 제 2 금융권에서 거액의 돈을 빌려쓰고 있다.

따라서 지급보증을 한도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재벌은 능력껏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거의 무제한으로 단자사의 돈을 대출받을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여신규제완화방침은 사실상 자금의 대부분을 재벌이 가져갈수 있도록 제도적장치를 마련해주는 셈이어서 재벌로써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현재 은행금리는 시중사채금리의 절반밖에 안되는데다 아무리 비싼 이자를 줘도 돈을 얻어다쓰는게 한계가 있어 은행돈을 능력껏 빌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커다란 혜택인 셈이다.

정부가 재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여신규제완화를 추진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상공부는 89년 하반기부터 수출부진이 계속되자 수출부진의 근본원인은 수출주력 상품의 경쟁력약화에 있다고보고 산업연구원·업종별 단체·학계등과 5개월간 공동작업을 벌여 지난해 9월 총 1천쪽에 달하는 「20개 제조업의 업종별 경쟁력실태 및 대책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상공부는 이것을 노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그 즉시 경쟁력향상을 위한 업종별 대책마련을 지시, 각 부처별로 의견을 수렴했는데 그 결롸가 지난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제조업 경쟁력 강화방안」인 것이다.

이렇듯 여신규제완화는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부진등을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정책에서 파생된 것이다.

경기부진을 벗어나려면 수출이 늘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을 살려야하는데 여기에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신규제라는 것이 자금지원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것을 완화하자는게 정부의 일관된 논리인 것이다.

그리고 이 논리는 재벌이 그동안 끊임없이 되풀이해온 것으로 사실상 정부가 재벌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과 정부의 이같은 논리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은 민간기업의 하나이기 때문에 정부는 더 이상 민간기업인 은행과 재벌과의 금융거래에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 정부간여소지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이번기회에 금융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여신규제를 없애댜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여신규제 완화방침이 이처럼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추고 있음에도 그 반대논리를 깨개는 쉽지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신규제완화의 핵심문제는 경제력집중과 성장사이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는 점이다.

여신규제완화는 재벌의 성장을 통해 부분적인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재벌의 금융편중을 가속화해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력집중을 더이상풀리 어려운 문제로 만들게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현재 30대 재벌은 23조 8천 1백 77억원의 대출금을 포함, 모두 48조 9억원의 은행여신을 쓰고있고, 제 2금융권 전체 대출의 42.4%인 12조 9백 97억원과 생명보험사 총대출금의 22.9%인 3조 3천 2백 28억원을 빌려 써 자금을 독식하고 있는 실정인데, 여신규제완화는 이같은 독식을 더 심화시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여신규제완화의 명분의 하나가 주력기업 육성을 통한 업종전문화에 있다면 비주력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축소하는등 불이익이 주어져야 하는데도 정부는 재벌의 반발때문에 이것을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방침은 한정된 자금을 주력기업에 몰아주되 중소기업에도 자금지원을 계속 늘리고 비주력기업도 자금 지원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논리적 모순을 나타내고 잇다.

한쪽을 늘리려면 다른쪽은 줄여야하는데도 양쪽다 늘리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신규제완화는 필연적으로 중소기업 금융지원의 축소를 가져오게되고 이것은 성장을 위해서 형평을 포기하겠다는 정부방침이 다시한번 드러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신규제완화는 이처럼 저울추를 형평에서 재벌을 통한 성장으로 옮기려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그러나 정부는 『형평은 성장의 토대가 되며 형평이라는 토대없이 이뤄진 성장은 무너지기 쉽다』는 지적을 『빵을 나누기전에 먼저 부풀리는게 중요하다』는 논리로 맞받아치면서 여신규제완화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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