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던 스토니브룩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한국에 온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작년 1월,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기대, 미국에서의 삶과 여행에 대한 부푼 마음을 안고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로 교환학생을 갔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4학년 1학기라는 중요한 시기에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것이 부담이 되었기에 더욱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내가 간 교환학교에는 너무나도 많은 한국인 유학생, 교환학생으로 인해 영어공부를 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고, 뉴욕이지만 시티로부터 기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있어 서울에서처럼 활기차고 역동적인 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교환 학생으로서 이화의 학구열과 취업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엄청난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 때문에 자발적으로 무언가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 때 나에게 그 곳에서의 생활의 의미를 준 활동이 바로 오케스트라이다. 이화에서도 교내 중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ESAOS 활동을 하면서 음악활동이 친밀한 관계형성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았기 때문에 현지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미국에 가기 전부터 오케스트라에 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오케스트라는 음대 전공수업 1학점으로 전공생이 대부분이지만 간단한 오디션을 통과하면 타 전공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미국에 도착한지 1주일도 안되어 적응도 못한 상태에서 헌팅턴이라는 곳에 기차를 타고 가서 악기를 빌리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어색한 사이였던 룸메이트와 함께 헌팅턴에 가며 친해질 수 있었고 이 때문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헌팅턴 주변 구경도 할 수 있었다.
 
첼로 파트의 성향 상 그 곳 오케스트라 첼로 파트 단원들도 성격이 둥글둥글했고 쾌활했다. 대부분 1,2학년으로 나와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첼로파트의 유일한 교환학생인 나에게 먼저 말 걸어주는 따뜻한 친구들이었다. 일반 수업시간에는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은데 오케스트라를 통해 리허설 중간 쉬는 시간에 같이 얘기를 나누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단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음악적으로도 나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 ESAOS에서는 아마추어로서 곡 선정의 한계가 있었고 짜여진 서곡-협주곡-교향곡 형식을 벗어나기 힘들었는데 그 곳에서는 학생이 직접 작곡한 곡이나 기타와의 협연 등 다양한 곡을 연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며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틈틈이 뉴욕 시티를 구경하고, 1박 2일 워싱턴 여행과 봄방학을 이용한 멕시코 칸쿤 여행 등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미국에서의 삶을 만끽했다. 게다가 한 학기라는 짧은 교환생활에 아쉬움을 느껴 종강 후에는 유럽으로 곧장 가 워크캠프에도 참여했다.

지난 교환생활을 돌아보니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많이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졸업을 1년 앞두고, 대학생으로서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엇을 해야 할지 여러 선택사항을 두고 고민을 하고 많은 이화인에게, 특히 고학년이어서 주저하고 있는 3,4학년에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교환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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