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들 “사생 식권구입 선택권 늘려야” … 타대는 식권이용에 다양한 제도 마련

‘한식권 1800원, 양식권 2000원에 팔아요’

한우리집 학생관 A동 사생 김하연(간호․12)씨는 기숙사에 입사한 후 매월 기숙사 식권을 이화이언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본가가 비교적 가까운 김씨는 매주 금~일요일 집으로 내려가고, 주중에는 수업시간이나 다른 약속이 겹쳐 기숙사 식사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한다. 김씨는 “매월 10장정도 사용하고 남는 약40장의 식권은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한다”고 말했다.

기숙사 사생들의 식권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식권을 사고파는 것은 사칙으로 금하고 있지만 4월25일~5월9일 이화이언 벼룩시장 게시판에는 기숙사 5월 식권을 판매하는 글이 총201건 올라왔다. 4월 식권 판매글은 3월30일~4월25일 동안 234건 올라오기도 했다. 학생관 A동 사생들은 입사할 때 한 학기 식비를 한꺼번에 지불하고 매월 한식 40장(2300원), 양식 10장(2700원)으로 총50장의 식권을 배부 받는다. 50장의 식권은 한 달 안에 사용해야 한다.

의무식이 아닌 학생관 B동 사생들도 식권 최소 구입단위인 50장이 부담스러워 벼룩시장을 통해 식권을 매매하기도 한다. 학생관 B동 사생들은 기숙사비에 식비가 포함되지 않지만 기숙사 밥을 먹기 위해서는 매월 50장의 식권을 구매해야한다. 사생의 식권 구입 최소단위가 50장이기 때문이다. B동 사생 양정인(생명과학․09)씨는 “식당사무실에서 사면 50장씩 사야해 부담스럽다”며 “낱장 구매도 가능하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벼룩시장을 통해 식권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사생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 현행유지 원하고 식당운영 경비 절감 위해 의무식 제도 유지

기숙사측은 식당 운영경비의 절감을 위해 현행대로 의무식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무제를 시행할 경우 미리 수요를 예측하고 식권회수율을 높여 식사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 기숙사 이덕규 부관장은 “의무식 제도는 기숙사생이 매달 일정한 회수의 식사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최소한의 경비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의무식을 하지 않으면 식당의 매출이 들쭉날쭉해 사생들이 지불해야할 식사의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기숙사측은 과반의 학생이 월50식 의무 식권제도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현행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숙사 사생회는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 설문을 통해 기숙사 의무 식권제도 의견조사를 진행했다. 기숙사측에 따르면 설문 결과 2007년 응답자 501명 중 302명(약59.2%), 2010년 응답자 518명 중 275명(약53%)의 학생이 현행 월50식 의무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46명(약8.8%)의 학생은 ‘더 늘려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으며, 의무적으로 구입해야하는 식권 매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118명(약22.8%)이었다.

이 부관장은 “가장 많은 학생들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측에서는 꾸준히 설문을 진행한다”며 “식권 수는 유지하되 사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식당 운영업체 아워홈과 사생회, 사무실 간의 의견을 조율해 식권 더블데이(평소에 나오기 어렵지만 사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특별메뉴를 식권 2장에 제공하는 제도)확대, 식단개선, 석식 추가메뉴 확대를 실시해 식권 사용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생들 “의무식 유지하더라도 사생 선택권 늘릴 필요 있어”

식권 매매를 하는 사생들은 기숙사 식권 판매제도가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과 2012년 현재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지혜(영디․08)씨는 “생활패턴과 시간표가 기숙사 식사시간과 맞아 50장을 다 쓰는 학생도 있지만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거나 수업을 마치고 팀프로젝트 등을 하다보면 때를 놓쳐 식권을 많이 남기게 된다”며  “일주일 치나 10장 단위로 식권을 구입하면 식권 낭비가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ㄱ(수리물리․12)씨는 “남는 식권을 버리기 아까워 약20장 정도를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며 “1달 전에 미리 몇 장 구입하겠다고 신청해 그 만큼 구입하도록 하면 수요 예측도 가능하고 낭비도 적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수진(식영․12)씨는 “한식 식권 약10장, 양식 식권 약5장을 벼룩시장을 통해 판매했다”며 “남은 식권은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대 기숙사, 남은 식권으로 매점 이용 가능하거나 의무식권 구매 개수 다양화…일부 대학 의무식 제도 시행하지 않기도 해

일부 대학의 경우 의무식 선택권을 다양화하거나 남은 식권은 매점에서 사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세대 생활관 기숙사인 무악학사는 한 학기 동안 70식(한 끼 2천500원)의 의무식을 주는 대신 식권이 남을 경우 방학시작 3주 전부터 기숙사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생활관 이윤섭 행정팀장은 “원활한 기숙사 운영을 위해서는 의무식 제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사정이 있어 식권을 다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 약5년 전부터 남은 식권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와 경희대 기숙사생들은 의무식 횟수를 선택할 수 있다. 건국대는 1일 1식(한 끼 2천500원)과 1일 2식(한 끼 1천900원) 중, 경희대는 의무식(한 끼 2천500원) 횟수를 월40회, 50회, 60회 중 골라 신청할 수 있다.

서울대 기숙사 식당과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기숙사 식당은 의무식 대신 일반 학생식당처럼 그때그때 사먹을 수 있다. 식사 가격은 약2천500~4천원선으로 본교 기숙사 식당(2천300~2천700원)보다 다소 비싸다. 서울대 조윤식(화학생물공학부․10)씨는 "기숙사 내 학교직영식당을 이용하면 3천원 이내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딱히 의무 식권제를 운영하는 곳보다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의무식을 할 경우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억지로 소비해야하는 경우도 있어 먹고 싶을 때만 식권을 사서 먹을 수 있는 자율 식권제가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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