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진(전자공·08)씨가 소속된 ‘렛잇비’(Let IT Bee)팀이 ‘2012 이매진컵(Imagine Cup)’(이매진컵)에서 대상 및 ‘UN세계협회상’을 수상해 한국대표팀으로 선발됐다. 이매진컵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최하는 국제대회로 1차 전국대회를 통해 국가대표팀을 선발한 후 그 팀이 2차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에서 하드웨어를 담당해 부착센서의 전반을 다루었던 권씨를 만나 그의 발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권씨의 팀은 대회에서 제시한 ‘세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IT’라는 주제에서 환경을 가장 큰 난제로 뽑았고 이 중에서 CCD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벌집군집붕괴현상)에 초점을 두었다. CCD현상은 벌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독일 란다우대학교는 실험을 통해 휴대폰의 전자파가 이 현상의 원인이라 밝혔지만 그 현상의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식물 종의 70%가 꿀벌에 수분을 의존하는 점을 감안할 때, CCD현상은 생태계 전체의 멸종을 야기할 수 있는 커다란 문제다.

 ‘렛잇비’ 팀은 벌통의 온도, 습도, 무게 등을 측정해 사용자에게 무선통신으로 벌통의 상태를 제공하는 IT 기술을 활용해 CCD현상을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양봉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정보가 실시간 업데이트되며 업데이트된 정보를 특별한 조작 없이 확인할 수 있어 양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물론, 기존의 중장년층 양봉업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시스템 내에서 이용자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컴퓨터 웹과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간 호환이 가능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권씨는 “실시간으로 벌집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CCD현상의 사후처리만 하던 문제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은 권씨의 팀 전체의 노력 끝에 개발됐다. 렛잇비 팀은 양봉 모니터링 시스템이라는 작품을 위해 1월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했고, 한 달의 제작기간을 거쳤다. 이용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아시아양봉협회부회장(우건석 서울대 명예교수)과 실제 양봉업자들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권씨의 팀 ‘렛잇비’는 유사한 발음으로 4인조 남성그룹 비틀즈의 ‘Let it be’라는 대표곡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IT’라는 작품분야와 ‘양봉’이라는 작품테마를 동시에 제시한다.

 권씨는 팀에서 유일한 여자라는 점을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로 삼았다. 그는 “여자이기 때문에 약해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남자들 사이에서 기술적인 면을 많이 배우려고 했다”며 “남자들에 비해 적게 작업을 하는 식의 특별한 배려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벌집의 상태를 측정해 그 결과를 이용자들에게 수신하는 부착센서를 제작하고 설치하는 작업을 맡아 진행했다.

 권씨는 공대 출신 집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발명과 친숙했고 이번 대회 역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했고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지금도 매번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IT관련 대회에 참가 중이다. 권씨는 ‘2008 여성발명대회’, ‘2008 대학발명경진대회’ 등 전국단위 공모전에서 십여 차례 입상한 바 있다.

 권씨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2011 웨어러블컴퓨터경진대회’를 꼽았다. 그는 작년 11월 카이스트와 한국차세대컴퓨팅학회가 공동주관한 웨어러블컴퓨터(wearable computer) 경진대회에서 세밀한 4D체험이 가능한 ‘옷이포디’라는 이름의 컴퓨터 탑재의류를 발명해 대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이 팀에서 막내였는데도 리더를 맡게 됐다”며 “디자이너와 하드웨어담당, 그리고 소프트웨어담당으로 구성된 커다란 팀을 혼자서 이끌었던 점이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상경력에 대한 노하우로 권씨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가치관을 제시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단순히 놀기보다는 미술, IT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시회와 뮤지컬 등을 보러 다녔다”며 “그때는 잘 알지 못했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다녔던 경험들이 지금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를 짜는데 일종의 모티브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국내대회에 제출했던 양봉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세계무대에 선보이도록 보완 중인 권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그는 농촌진흥청 양봉 관련 박사와 관련 분야 교수의 조언을 토대로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필드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본선 준비상황을 밝혔다. 권씨는 풍부한 대회 경험을 토대로 전공을 살려 IT계에 종사하려 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앞으로의 도전을 바탕으로 IT분야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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