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카카오 재배 농민들에게 초콜릿은 삶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가나 쿠마시(Kumasi) 농민들은 정부와 거래한 카카오를 해외에 수출했다.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가격결정에 대한 통제권이 없어 카카오 가격이 정부에 의해 과소평가 됐다. 1993년, 영국의 공정무역 장려 단체 옥스팜(Oxfarm)의 활동으로 가나에 ‘좋은 카카오 농민들’이라는 의미인 쿠아파코쿠(kuapa Kokoo)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약6만명의 조합원들은 공정한 카카오 가격을 보장받게 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공정무역 자문 활동가 알렉스 니콜스(Alex Nicholls)와 샬롯 오팔(Charlotte Opal)은 공정무역을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장 기반 메커니즘이라고 정의한다. 공정무역은 약65년전 전세계에서 산발적으로 시작됐다. 1946년 미국의 시민단체 ‘Ten Thousand Villange’에서 푸에르토리코의 바느질 제품을 구매하고, 1950년 대 후반 영국의 옥스팜 상점에서 중국 피난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판 것이 공정무역 초기의 모습이다.

1994년 국제공정무역 상표기구(FTO)의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상품은 3종에 불과했지만 약15년 뒤 약3천종(2008년 기준)으로 1000배 늘어났다. 소비자의 의식과 행동이 변화하고 윤리적 구매가 늘어나면서 공정무역 제품의 판매량도 2005년 약1조 7천593억원, 2006년 약2조 5천591억원, 2007년 약3조 8천066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의 종류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해졌다. 초기에는 수공예품이나 농산물로 대상이 한정됐지만, 현재는 가공식품과 공정무역 문화까지 대상이 넓어지는 추세다. 그 중에는 공정무역 식품, 공정무역 의류, 공정 여행 등이 있다. 공정무역 식품은 아름다운 가게의 ‘히말라야의 선물’ 커피, ICOOP생협의 초콜릿과 네팔흑후추 등이 있다. 또 ICOOP 생협의 경우에는 콜롬비아 커피생산농민발전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커피 생산지역에 학교 및 병원을 세우고 도로 건설 등의 사회적 인프라 확충을 돕기도 한다.

공정무역 의류는 원료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고 옷을 제작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옷이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이 있다. 공정 여행은 관광객들의 여행경비가 각 지역사회로 환원되도록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한다. 대형 호텔이나 프랜차이즈 대신 지역민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나 음식점을 찾는 것이 그 예이다.

세계 공정무역재단의 마케팅 간부 다이아나 게일(Diana Gayle)은 “결국 공정무역은 국제무역체제의 변두리에 있는 소외된 생산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라며 공정무역이 세계무역에 대한 재성찰의 기회임을 말했다.

공정무역을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국제단체인 세계공정무역기구(World Fair Trade Organization, WFTO)도 생겼다. WFTO는 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지에 하부 지역 네트워크가 있다. 한국공정무역연합은 아시아 네트워크인 아시아공정무역포럼(Asia Fair Trade Forum)의 회원으로 속해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구축은 보다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공정무역을 가능하게 했다. WFTO는 공정무역 10개 원칙을 정해 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고 있다. 공정무역 10원칙은 ▲경제적으로 소외된 생산자들을 위한 경제적 기회 제공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성평등·단결의 자유 ▲환경보호 등이 주요 내용이다.

WFTO는 2001년부터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을 세계 공정무역의 날로 정했다. 공정무역을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참을 권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다. WFTO는 공정무역 60주년을 기념한 2009년, 세계공정무역의날 행사에서 엘라네시아의 쿡 제도부터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까지 전 세계 지역에서 48시간 동안 ‘BIG BANG’이라는 슬로건을 건 행사를 진행했다. 쿡 제도에서 공정무역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드럼·북 등의 타악기 연주, 스페인에서 공정무역을 위한 시민퍼레이드, 우간다에서 공정무역 개발기금 출연을 통한 나무 심기행사 등이 진행된 바 있다.

참고자료
한국공정무역연합 홈페이지(fairtradekorea.net)
단행본 <공정무역, 시장이 이끄는 윤리적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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