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한국문화연구원 콜로키움이 5월3일 인문대 교수연구관 109호에서 열렸다. 이날 콜로키움에는 한국문화연구원 송희경 연구교수가 ‘서양화가 이인성이 그린 동양화’를 주제로 연단에 섰다.

이인성은 뛰어난 동양화 작품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갱’, ‘천재 서양화가’로 불려졌다. 동양화를 그렸던 서양화가 이인성에게 서양화란 입신양명과 생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했던 시각물이었던 반면 동양화는 특정 목적이나 대상을 의식하지 않고 그린 사적 향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인성 화가가 동양화를 언급한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제가 찾은 기록은 단지 그가 수채화를 그릴 때도 서양화 붓이 아닌 전통 모필을 사용했다는 제자의 증언뿐이었죠. 그는 서양화나 유화를 미술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그렸지만 동양화는 단순한 취미 생활로 ‘끄적거렸던 것’ 같습니다.”

이 화가는 사군자 하훼화, 산수화, 인물풍속화 등의 동양화를 남겼다.

이인성은 매난국죽과 화목(꽃나무)를 그리는 사군자 화훼화를 감각적이고 장식적으로 표현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미인춘몽>이 있다. <미인춘몽>은 수나라 사람 조사웅이 나부산에서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냈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여인은 없고 매화만 만발했다는 ‘나부산의 꿈’이란 고사를 연상케 한다. 이 고사에서 매화는 미인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이인성은 이 그림에서 미인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 대신 매화를 그림으로써 봄날을 감각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파필과 발묵의 기법을 이용한 이인성의 산수화는 독창적이다. 파필이란 붓끝이 여러 갈래로 벌어진 채 선을 그리는 기법이고 발묵이란 붓 끝에 먹을 듬뿍 묻혀 먹이 번져 퍼지게 하는 기법이다. 그의 작품 <산수>에서 파필과 발묵을 사용해 과감하고 자신 있게 표현한 산수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그림에는 일반적으로 동양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사람의 그림자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인성이 서양화적 요소를 동양화에 가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인물풍속화에 모성을 강조하는 자애로운 여성의 모습을 그리는가 하면 <대금 부는 소년>에서 몸이 길쭉하고 가슴이 풍만한 서구적인 체형의 여인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서구적인 체형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인성의 동양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한복을 입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가 인물에 양복을 입힌 경우는 오직 전람회나 미술 대회에 작품을 낼 때뿐이었죠.”
 송 교수는 이인성 동양화에 나타난 함의를 해석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이인성의 동양화에서는 토속적이고 원시적인 향토색과 고전적인 조선색의 개념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고전적 조선색과 신감각이 어우러진 근대 여성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전통과 신문물, 서양과 동양의 공존이라는 한국 근대의 이중성을 제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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