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인 전공 동문들로 구성된 패션아트 전시 그룹 바디워크(Bodywork)가 1일(화)~5일(토) 조형관 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 20주년 기념 특별전을 개최했다. 작가들은 ‘여정(Journey)’이라는 대주제 속 환난, 연단(몸과 마음을 굳세게 함), 소망의 소주제를 패션아트 오브제 40점을 선보였다. 요플레 수저, 철사, 탱탱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소재들이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패션아트 오브제뿐만 아니라 조명, 영상, 라이프캐스팅(Life casting, 라이프마스크를 떠서 만든 흉상) 등 다양한 연출 기법을 이용해 매체와 패션디자인 분야의 융합을 시도했다.

전시회는 세 공간에서 ‘환난’, ‘연단’, ‘소망’의 각 주제를 다뤘다. 환난은 사람에게서 그가 의지하는 모든 것들을 앗아가고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벌거벗은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환난을 통해서 최고로 연단되고 정화되는 인내의 과정을 거친다. 이번 전시는 바디워크가 걸어온 20년간 여정의 의미를 관람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삶으로서의 예술’을 패션아트로 표현했다.

전시관을 들어가 오른쪽으로 돌면 붉은 빛이 가득 차 있는 환난의 공간이 있다. 환난의 공간에는 12점의 작품이 있다.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자유가 없는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려하지만 벽에서 튀어나온 검은 물체에 양팔이 단단히 잡혀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좀 더 안쪽에는 양 손으로 벽 끝을 잡고 길게 매달려 있는 작품이 있다. 바디워크 오혜영 동문(패션디자인전공 95년 졸)은 “벽을 넘지 못하는 고통을 검은 천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땋은 머리카락이 감겨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작품, 필름이 족쇄처럼 온 몸을 휘감고 있는 작품도 있다. 온 몸이 부서지는 신체적 고통을 묘사한 라이프 캐스팅은 붉은 빛을 받으며 전시장 벽과 바닥에 설치돼있다.

코너를 돌면 붉은 빛과 파란 빛이 섞이며 연단의 과정으로 들어서게 된다. 파란 조명 아래 해체되어 있는 육체의 모습을 나타낸 14점의 작품들이 천장에 달린 불투명한 방울들의 공간 속에 묻혀 있다. 몸통과 어깨가 분리되고 헤진 긴 옷자락이 땅에 질질 끌리는 모습들은 고통으로 인해 부서지고 낡아버린 모습을 나타낸다. 해체된 부분들은 떨어져 나뒹굴지 않고 다시 결합하려는 듯이 함께 공중에 떠있다. 왼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면 어두운 소재의 작품들이 점차 밝은 소재의 작품들로 전환된다. 불투명한 방울들 속에 투명한 방울들도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녹색 조명이 비추고 있는 소망의 공간에서는 12점의 작품들과 함께 규칙적으로 배열된 투명한 방울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배열돼있다. 바디워크 변혜정(패션디자인전공 11년 졸) 간사는 “종이, 철사, 나무, 호일, 거즈, 합성수지 등 독특한 소재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방울들이 자유롭게 뛰놀다 함께 날아오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작품들과 함께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바디워크는 소망을 뜻하는 마지막 공간에 피아노 음악을 더하여 관람객의 모든 감각을 열고 감동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바디워크는 1991년 장식미술학과 패션디자인 전공 동문전으로 출범한 이래 총19회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회 이외에도 회원 위주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동문들과 학부생들이 함께하는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국내 전시회뿐만 아니라 다수의 해외 초대전을 열면서, 트렌드를 이끄는 ‘예술로서의 패션’을 시도해왔다. 본교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디워크에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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