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 만나는 박물관 산책(3)
세계 문화 만나는 박물관 산책(3)
  • 이경은 기자
  • 승인 20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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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취를 곳곳에 간직한 나라, 인도

남부터미널역 근처의 골목길에 인도의 신상(神像)부터 보석함까지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인도박물관이 있다. 실내에 흘러나오는 명상 음악을 들으며 박물관 유물을 찬찬히 살펴보자. 무심한 듯 눈을 마주치는 불상과 장인의 손길이 묻어난 공예품을 보면 어느새 마음이 가벼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은 수레바퀴⋯힌두교와 불교


박물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네 팔을 펼치고 오른발을 들어 춤추는 자세를 취한 거대 청동상을 볼 수 있다. 바로 춤추는 쉬바(Nataraza)다. 파괴의 영역을 대표하는 쉬바는 인도의 주요 3대 신으로 기존의 세상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때 춤을 춘다. 오른발은 속세의 구속을 강요하고 정신적 해탈을 방해하는 마귀를 밟고 있다.

인도를 이해하려면 종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만큼 인도는 종교적인 나라다. 인도는 브라만교,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의 종교 발상지이며 후에 이민족을 통해 이슬람과 불교가 유입됐다. 그 중 오늘날 인도 인구 중 80%가 힌두교를 추종하고 있다.

힌두교는 한 명의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일관된 신앙체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힌두교의 공통된 사고방식 중 하나는 업(karma)과 윤회사상(samsara)이다. 업이란 현세에서의 행동이 후생의 자신의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재 생활이 괴롭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후생은 더 행복할 수 있다. 이러한 업에 얽매이는 것을 윤회라고 하는데 힌두교도는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즉 해탈(moksa)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가루다(인도 신화에 나오는 큰 상상의 새)를 타고 코끼리를 구하는 비슈누’상에서 힌두교의 업과 윤회사상을 엿볼 수 있다.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3대 신 비슈누가 강가에서 악어에 사로잡힌 코끼리를 구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여기서 코끼리는 인간의 영혼, 강은 윤회, 악어는 세속적인 충동을 의미한다. 김양식 관장은 “비슈누가 가루다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자신의 법을 상징하는 원반을 던져 인간의 영혼을 윤회와 세속적 충동으로부터 해방시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시실 안쪽에서는 힌두교 유물 외에도 불교 관련 유물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실 유리벽 안에는 손바닥 안에 보리수나무의 잎, 연꽃, 수레바퀴, 코끼리 등이 작게 그려진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부처의 손바닥’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불교를 숭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진 얀트라다. 얀트라는 그림에 의식을 집중하고 그 의미를 체득할 때, 즉 명상할 때 쓰인다.

불교는 기원전 6세기 경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artha) 왕자 혹은 붓다(Buddha, 깨달은 자)로부터 인도에서 시작됐다. 성 밖의 병들고 죽은 사람들을 보고 인생무상을 느낀 그는 출가해 수행을 하다 35세에 보리수 아래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됐다. 붓다의 가르침은 인도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인도에서는 12세기 이후 힌두교의 부흥운동, 내부의 교단 문제 등으로 쇠퇴하고 힌두교로 흡수됐다. 


△인도의 심장에는 종교가 있다

인도에서 종교는 신을 모시는 신앙 행위를 넘어 일상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인도 사람들의 사회계층을 결정짓는 카스트 제도도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힌두교도는 카스트 제도에 따라 직업이나 결혼 상대를 정했는데 이는 계급별로 마땅히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힌두교의 다르마(Dharma)에 근거한다. 다르마란 개인과 사회가 지켜야할 법칙·진리이면서 올바른 행위·도·의무를 의미한다. 즉, 카스트 제도에 속한 사람은 그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고 책임을 져야 했다. 힌두교의 경전 「바가바드기타」 제18장 4144절은 카스트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행위는 그들의 내적 본질에 따라 구분된다. 현명함, 학식 같은 것들은 브라만의 본성에 따라 그들의 의무이며 영웅적 행위, 힘, 지도력 등은 크샤트리아의 본성에 따라 그들의 의무다. 농업, 목축, 상업은 바이샤의 일이고, 수드라의 의무는 비천한 일을 하는 것이다.

결혼은 같은 카스트 내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교 유물이 전시된 곳의 맞은편에는 결혼식 행렬을 담은 그림이 벽에 걸려 있다. 그림은 위, 아래로 나눠져 있는데 위쪽에는 맨 앞에 사람이 피리를 불어 행렬을 알리고 두 명의 가마꾼이 신부를 가마에 태우고 행차한다. 아래쪽에는 사람들이 행렬을 쫓아가는데 여백을 연꽃 등의 문양으로 가득 채워 표현했다.

결혼식 행렬 그림 옆에는 성인 남성의 가슴까지 오는 다우리 장(dowry chest)이 있다. 말머리 장식이 달려있고 붉은색, 노란색으로 채색이 된 이 장은 결혼식 때 신부가 예물과 지참금을 담아 신랑의 집으로 가져갈 때 사용했다. 예물과 지참금은 신랑의 카스트에 따라 액수가 다른데 때로는 빚을 내 지참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었다. 「힌두교」에 따르면 딸이 많은 집은 딸들을 모두 시집보내고 나서 파산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사용되는 악기도 종교적인 의식과 관련이 깊다. 다우리 장 왼쪽에는 악기의 방이 있는데 이곳에는 라반핫따(Ravanhatha)라는 악기가 왼쪽 벽에 놓여있다. 라반핫따는 가죽을 씌운 코코넛 껍질에 대나무 등으로 지지대를 만들고 활대를 사용해 연주한다. 주로 라자스탄 지역의 보파(Bhopa, 전통 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성직자)가 영웅담을 그린 파드페인팅의 줄거리를 노래할 때 쓰인다. 라반핫따의 왼쪽으로는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의 싱잉볼(singing ball)을 볼 수 있다. 그릇의 주변을 막대로 돌리면 진동에 의해 소리를 내는데 명상을 하는 용도로 사원에서 많이 연주한다.

종교는 생활 속 손님맞이에도 영향을 준다. 악기의 방 입구의 벽에는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인 크리슈나의 설화를 담은 문이 벽 한 면을 채운다. 문에는 목동인 크리슈나가 소 치는 연인 라다와 사랑하는 장면, 크리슈나가 악마 아가슈라의 입 속에 들어가는 장면 등이 새겨져 있다. 김 관장은 “인도에는 방문자를 환영하는 의미로 문양으로 장식된 문을 다는 전통이 있다”고 말하며 “크리슈나의 모습이 대문 제일 위쪽에 그려져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즐겁고, 밝은 이 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천년 장인의 손길이 묻어난 전통 공예

인도는 전통 기법을 이용해 만든 천과 금속 공예품이 베다시대(기원전 10세기)부터 이어져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그 중 천을 염색할 때 쓰는 바틱(Batik) 기법, 금속 공예를 만들 때 쓰는 도크라(Dhokra) 기법, 영웅담을 담아내는 파드 페인팅(Phad painting)이 있다.

박물관 중앙 벽에는 주황색 바탕의 천에 양쪽 끝에 검은색이 들어간 바틱 숄이 느슨하게 걸려있다.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된 이 숄은 인도 전통 염색 기법인 바틱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바틱 기법은 염색을 원하는 부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촛농으로 덮은 뒤 천을 염색제에 담근다. 천이 염색된 후 촛농을 제거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천은 촛농 찌꺼기가 남아있어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바틱 숄 왼쪽으로는 닭과 도끼를 든 아빠, 한 손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와 부부 중간에 서 있는 딸 동합금상이 있다. 차티스가르 지역의 이 가족상은 인도의 전통 금속 공예 제작 방식인 도크라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4천년 넘게 인도에서 사용되는 도크라 기법은 먼저 찰흙으로 모양을 만들어 밀랍을 입힌 후 다시 찰흙을 입힌다. 이를 구우면 사이의 밀립이 녹아 공간이 생기는데 이 공간에 다시 금속을 붓고 조각상을 식힌 다음 다듬는 것이다.

고리에 걸 수 있는 향가루 단지, 사자와 사냥꾼 장식함, 부엉이 장식함도 차티스가르 지역에서 도크라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공예품이다. 도크라 기법은 서 벵갈의 도크라 다마르 부족이 처음 사용해 부족의 이름을 따서 불렸는데 현재는 중국, 이집트, 말레이시아에서도 도크라 기법을 사용한 금속 공예품이 발견된다.
인도 사람들은 5m~20m 길이의 파드(phad, 인도의 전통적인 긴 천)에 손수 라자스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영웅이나 신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한다. 이를 파드 페인팅이라고 하는데 주로 인도의 라자스탄 지역에서 행해지는 전통이다. 성가대는 파드 페인팅을 펼쳐놓고 노래를 부른다.

박물관 중앙 유리벽 뒤에는 파드 페인팅 원화의 일부가 전시돼있다. 그림에서 궁중에 여인이 앉아 있고 궁중 밖에는 장군과 병사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병사가 빨간 뿔과 새파란 몸을 지닌 악마와 싸우는 장면도 재밌게 묘사됐다.

김양식 관장은 “인도는 주로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나누는데 5방 모두 민화와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 별로 다양한 파드 페인팅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비벡 두비(Vivek Dubey) 교수(인도어과)는 “인도에는 약50종이 넘는 실크 사리(sari, 인도의 여성들이 입는 민속 의상)가 있다”며 “다양한 천과 공예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넓은 땅과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림자는 사라지고 경제 성장의 태양이 떠오르다

종교는 오늘날까지 인도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그 관습과 전통은 다소 퇴색됐다.
힌두교가 정당화한 카스트제도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1950년 카스트제도의 비인간성 등을 인식하고 이를 폐지하는 ‘보호를 위한 차별법’을 제정했다. 법에 근거해 불가촉 천민에게 일정 비율의 정부 공직, 주 의회 좌석이 할당됐고 공립(대)학교에서도 입학정원의 20%를 불가촉천민에게 할당하는 대학 입학 쿼터제를 도입했다.

중앙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1991년 경제 개방 후 직업은 곧 카스트라는 개념이 무너지며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직업을 고르게 됐다. 「슈퍼코끼리 인도가 온다」에 의하면 과거에는 천민들만 동물 가죽을 만드는 직업을 가졌는데 오늘은 카스트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죽 제품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인도의 고대경전 「마누법전」 9장 3절에는 “아버지는 딸을 보호해야 하고 남편은 아내를 보호한다. 또 아들은 어머니를 보호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여성에게는 없다”고 적혀있다. 고대부터 인도 여성의 지위는 낮았고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졌다. 1920년대 벵골 지방에서는 죽은 남편과 함께 산 채로 매장된 과부가 매년 수백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1900년대에 와서 여성 지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 1949년 인도 헌법은 남성과 여성은 카스트, 종교에 관계없이 평등하다고 제정했다. 뉴델리, 뭄바이 등 외국과의 접촉이 잦은 대도시에는 여성들이 이전보다 많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고, 남자 가족의 도움 없이 금전적으로 자립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이러한 사회 변화와 함께 인도정부는 1996년부터 하원 의원 정원의 33%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비벡 두비 교수는 “인도에서 종교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젊은 세대와 교육 받은 힌두교도들 중 무신론자이거나 적어도 종교적 관습을 따르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종교적 관습의 그림자가 옅어지면서 인도는 미래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로 떠올랐다. 2003년 10월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국가가 향후 30~50년 동안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잠재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득격차 확대, 공정한 기회 제공을 방해하는 카스트 제도가 약화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경제적 붐에 기여했다. 실제로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을 제외하고 2003년~2010년 연간 약9%에 달하는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다.
세계 경제 9위. 인도는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풍요로운 갠지스 강이 다시 흐르고 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인도를 찾아가보자.


참고문헌: 「슈퍼코끼리 인도가 온다 : 인도 경제의 오늘과 내일」, 「인도, 21세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에 대하여 : 한권에 담은 印度의 모든 것」, 「한권으로 만나는 인도」, 「힌두교 : 한눈에 보는 힌두교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