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물리‧11)씨는 페스코 채식주의자(Pesco vegetarian, 육식은 하지 않되 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기를 끊은 지 4년, 이제는 치킨의 유혹에도 자유롭다.

이정현(생명과학‧07)씨는 락토-오보 채식주의자(Lacto-ovo vegetarian, 육식은 하지 않되 우유와 달걀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다. 집에서 종종 채식 요리를 만들어 먹는 그는 된장찌개 육수를 만들기 위해 멸치나 조개 대신 다시마나 표고버섯을 넣는다.

흔히 ‘채식주의자’라고 밝히면 ‘먹을 것을 가려 먹는다’, ‘식물도 생명인데 채식을 하는 의미는 무엇이냐’와 같은 사회적 편견들에 부딪히고는 한다. 그러나 이들이 실천하고자 하는 ‘채식주의’는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맞닿아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다.

이처럼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채식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 중 가장 규모가 큰 ‘한울벗 채식나라’의 회원 수는 약5만4천명이다. 일주일 중 하루는 고기를 먹지 말자는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에 참여하는 사업체, 환경 관련 단체도 50여개에 이른다. 이에 본지는 김씨와 이씨, 한국채식연합의 이원복 대표를 만나 채식의 필요성과 입문 방법에 대해 물었다.


△“건강을 위해서만 채식 하는 것 아니죠…동물, 환경까지 생각해요”

김씨와 이씨, 이 대표는 채식을 하는 이유로 ‘동물, 환경, 건강을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20년째 비건 채식주의자(Vegan,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살아왔다. 대학 시절 가축이 도축되는 과정 등을 보고 도축될 때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먹는 것에 회의를 느껴 채식을 결심한 이 대표는 “사람들이 먹는 고기 대부분이 동물을 상품처럼 여기는 공장식 축산업으로 생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닭, 돼지는 평균 수명이 20년 정도지만 각각 30일, 6개월 만에 도살된다. 이 과정에서 닭은 서로 쪼는 것을 막기 위해 부리가 잘리고, 돼지는 다른 돼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어 이빨이 뽑힌다.

이씨와 김씨도 동물 윤리 문제를 접하고 채식을 하게 됐다. 이씨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고기 패티를 만들기 위해 동물들이 비좁은 축사에서 사육되고 새끼 돼지는 내리쳐져 도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채식은 다른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감수성을 발휘하는 일”이라며 “우리가 타인을 생각하듯이 동물의 생명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식하는 습관은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환경 보호에도 도움된다.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 1.5평의 숲이 사라진다. 축산업은 채소를 생산할 때보다 24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50% 이상이다. 네덜란드 환경평가국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완전채식을 할 경우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의 80%를 절감할 수 있다. 식탁에서 고기를 절반으로 줄이면 지구의 온도가 섭씨 2도 올라가는 것을 막는데 드는 비용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채식의 장점 중 하나로 ‘소박한 밥상’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을 꼽기도 했다. “육식을 하면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을 섭취하게 되는데, 이는 성인병의 원인이에요. 또 과식, 폭식을 유발하기도 하죠. 채식을 하게 되면 채소의 신선하고 깨끗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평생 채식도 오늘 한 끼부터

채식을 하는 이들 3인은 채식 걸음마를 떼는 방법으로 ‘자신한테 맞는 방법으로 채식 습관들이기’를 추천했다. 채식주의자는 비건, 페스코, 락토-오보 등의 유형으로 나뉘지만, 이러한 유형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대표는 채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에스컬레이터형과 엘리베이터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터형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유형이죠. 처음에 고기를 먹지 않고, 그다음은 생선, 달걀과 같은 순서로 비건 채식주의까지 나아가요. 반면 엘리베이터형은 단번에 비건 채식주의자로 채식 습관을 들이는 유형이에요.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채식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그는 채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요리해볼 것을 권했다. “채식 요리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거나 번거롭지 않아요. 예를 들어 제가 즐기는 메뉴인 두부채소조림은 두부와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간장 등의 양념을 더해 졸인 것이죠.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차근차근 해 나가면 채식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이 외에도 이 대표는 ▲채식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 쌓기 ▲채식인 동호회 커뮤니티에 가입해 다른 채식인과 채식 경험 나누기 ▲하루에 한 끼 고기 먹지 않기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 등에 참가하기 ▲식사에서 점차 고기 양을 줄이기 ▲도시락 지참하기 등의 방법을 추천했다.

김씨, 이씨는 채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추천했다. 김씨는 자칫 채식으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식을 무작정 시작하면 영양 결핍에 걸리기 쉽다”며 “의식적으로 두부나 콩을 챙겨 먹으면 단백질 보충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외식할 때는 채식 메뉴를 따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이씨는 “김밥을 살 때 햄을 빼고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한다”며 “처음에는 좀 번거롭지만 나중엔 습관이 돼 괜찮다”고 말했다.

 

채식의 유형

 

 

섭취하는 음식

채식주의 종류

육고기

물고기

달걀

우유

비건 채식주의

(Vegan vegetarian)

x

x

x

x

락토 채식주의

(Lacto vegetarian)

x

x

x

o

락토오보 채식주의

(Lacto-ovo vegetarian)

x

x

o

o

페스코 채식주의

(Pesco vegetarian)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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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o

 

 

x는 섭취하지 않음, o는 섭취함을 의미

출처: 한국채식연합

 

채식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고기 없는 월요일(meatfreemonday.co.kr)
베지닥터(vegedoctor.com)
한국채식연합(vege.or.kr)
한울벗 채식나라(hanulvu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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