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성신학연구소, 기독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이 주최한 이화여성신학연구소 춘계 학술강연회 ‘바울의 ‘구원의 정치학’’이 21일 오후2시 인문관 111호에서 열렸다. 동성애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시카고신학대 테오도르 W. 제닝스(Theodore W. Jennings, Jr.)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사회를 맡은 박경미 교수(기독교학과)는 그를 ‘마음이 늙지 않는 영원한 청년’으로 소개했다.
테오도르 교수는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 참여 대상을 ‘폴리스의 구성원인 남자’로 한정한 점을 지적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여성, 아이, 노예는 정치 구성원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 같은 폴리스의 특징이 반영된 로마에서는 사실상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과두정치(공화정)가 자리 잡혀 있었다. 테오도르 교수는 “공화정 집단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독재와 그가 행하는 영토 확장 전쟁을 반대하고 공화정을 지켜내려 그를 암살했다”며 “이는 결국 원로원인 장군들 사이의 내란을 불러와 공화정에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율리우스의 양자인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는 로마 제국의 내란을 진압하고 초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는 ‘구세주(Soter)’로 불렸어요. 그가 공화정의 내란을 종결짓고 정복 전쟁을 그만둬 로마가 정치적으로 평화로워졌기 때문이죠. ‘구세주’에는 정치체제를 위협했던 내전을 종식시키고 정의와 평화를 가져왔다는 사회 정치적(socio-political) 의미가 포함돼 있었어요.”
테오도르 교수는 이러한 정치적 구원 개념이 바탕이 됐던 시기에 바울이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등 ‘구원의 정치학’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바울은 ‘에클레시아(ekklesia, 집회)’라는 공동체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회적 차원의 문제 해결에 힘썼다. “에클레시아라는 메시아적 공동체 안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달리) 남자와 여자, 그리스인과 외부인의 구별이 없었죠. 그럼에도 이곳엔 평등한 구성원이 할 일을 나누는 자유와 책임이 있었어요. 바울은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형제들’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어요.”
테오도르 교수에 따르면 바울이 공동체의 분열 속에서 실천한 ‘십자가의 신학’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도 등 ‘서로 다른 사람’을 아우르는 예수의 가르침이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에 ‘여러분은 자기 일만 돌보지 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돌보아 주십시오.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라고 썼어요. 바울은 십자가에 오른 예수를 언급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려 했던 것이죠.”
테오도르 교수는 바울의 구원의 정치학을 현대의 정치 이론들과 연결해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바울이 공동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알랭 바디유(Alain Badiou),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과 같은 후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추구하는 정치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학자들에게 공산주의란 권력과 권위에서 벗어나 공동선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공동체라는 의미”라며 “이는 바울이 공동체를 세우고 내부의 분쟁을 해결했던 일 등과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는 이날의 특강 주제 외에 동성애신학에 관련해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테오도르 교수는 “현재 동성애로 비춰지는 룻과 나오미의 관계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설명하고자 한 것”이라며 “현대에 와서야 사람들이 성경에 있는 몇몇 구절이 동성애에 관련됐다고 현실에 적용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 방한해서 한 특강에서 “교회는 동성애 등의 문제에 그저 반대할 뿐 이에는 성서적 설득력이 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특강을 들은 박은총(기독‧09)씨는 “강의 주제가 다소 생소했지만 바울의 정치신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환시켜 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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