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원 연구교수에게 물 부족 실태와 절약 방법을 듣다

<편집자주>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환경전망 205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또한 ‘가상수(virtual water, 수입한 농산물·공산품의 생산에 소요된 물)’를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본지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이혜원 연구교수(환경공학과)를 만나 우리나라의 물 부족 상황을 알아보고 교내에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물었다.

-흔히 ‘물이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물 부족은 얼마나 심각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일 ‘OECD 환경전망 2050’을 발표했다. 이 중 우리나라의 물 부족 정도가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천277mm로 세계평균(807㎜)의 1.6배이고 전체 수자원 총량도 연간 1천297억㎥에 달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연 강수 총량은 2천629㎥이다. 이는 세계 평균(1만6천427㎥)의 6분의 1에 불과한 양이다. 

-우리나라 물 사용량 분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농업용수와 유지용수에 사용이 된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다. 그 쌀을 생산하기 위한 논농사에 농업용수의 약89%의 물이 사용된다. 이 외에도 물을 가두어 벼를 키우고 그 물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기 위한 관개에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되고 있다.

-가상수란 식량이나 공산품 등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 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라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먹는 식량의 4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속에는 엄청난 양의 가상수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쌀 1㎏을 생산하는 데 1천900~5천ℓ, 콩 1㎏은 1천100~2천ℓ, 쇠고기 1㎏은 1만5천~7만ℓ의 물이 필요하다. 만일 우리가 쌀 1㎏을 수입한다면 물 1천900~5천ℓ를 수입한다는 것이다.

-물 부족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데
물과 식량의 안보가 세계의 큰 화제다. 물 부족은 식량의 공급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나라들은 서로 물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상류에 위치한 지역에서 하류로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고의적으로 차단해 하류 지역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충분한 물을 공급받기 위한 ‘물난민’의 발생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노력에는 무엇이 있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급하게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절대 양 자체를 증가시키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물그릇’을 충분히 만드는 것이다. 평균 이상의 강수량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 부족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그릇을 늘리기 위해서 댐을 건설하여 인공호수를 조성했지만 현재는 환경문제로 더 이상 대규모의 댐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물그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에 집중되지만 사용되지 않는 빗물을 정화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물을 절약하는 생활 방식이 익숙해지도록 지속적인 환경교육이 학교나 사회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본교에서는 어떻게 물 절약을 하고 있나
ECC는 건축이나 에너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다. ECC는 특이한 건물 형태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하는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건물이지만 지하 같지 않게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난방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절약이 ‘보이지 않는 물’을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본교에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건물에는  자체적으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물 절약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빗물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으면 매우 깨끗하기 때문에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소방용수 등 어떤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도 버려지는 이 빗물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또한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물을 줄이기 위한 절수기를 설치하거나 학교 곳곳에 수돗물(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하여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수돗물 음용을 유도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학교 곳곳에 위치한 쓰레기통에는 작은 생수병과 음료수 컵들이 넘쳐 난다. 그 병 안에 남아있는 물들도 아깝지만 그 생수를 생산 및 유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보이지 않는 물들이 아무 생각 없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물을 마실 때 개인 물병이나 물 컵을 이용한다면 버려지는 물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평소 자신도 모르게 물을 낭비할 수 있는 습관에는 무엇이 있나
쉽게는 설거지, 세탁, 샤워, 손 씻기 등에서 물을 가장 많이 낭비할 수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물은 결국 모든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 필요 없는 자료들을 프린트 하는 행동들, 구입 후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물품들에서 엄청난 물이 낭비되고 있다.

-이화인이 물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나
이화인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물 절약 방법은 샤워를 줄이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매일매일 뜨거운 물로, 혹은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할 것이다. 샤워의 횟수를 줄이면 더 좋지만 생활 습관상 힘들다면 샤워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여보길 추천한다. 호주 최대의 전력회사인 ‘호주 에너지’는 사람들이 샤워를 하면서 공상에 빠지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등의 행동이 자원낭비이기 때문에 샤워 타이머를 설치하길 권장한다. 이처럼 여러분도 샤워 부스에 작은 방수 시계를 설치한다거나 노래를 틀어서 그 노래가 끝나기 전에 샤워를 끝내기 등을 시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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