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정외·10)씨는 작년 여름방학 동아리 스터디 모임을 위해 모임 2주 전 인트라넷에서 공간사용신청을 했다. 지도교수의 승인을 기다리던 ㄱ씨는 일주일이 지나도 승인 결과가 나오지 않자 지도교수의 연구실로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모임 3일 전 지도 교수가 세미나에 참가해 승인 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것을 알았고 결국 외부 공간을 대여해야 했다.
 학생들이 복잡한 공간사용 신청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교내에서 공간사용신청을 원하는 학생은 2단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인트라넷을 통해 공간사용신청을 하면 1차 지도교수의 승인, 2차 관련 부처 등 해당 건물 담당자의 승인을 받은 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총학생회(총학)는 꾸준히 공간사용신청의 신고제를 주장해왔다. 재작년부터 총학과 동아리 연합회는 ‘공간사용신청 신고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나위 총학생회장은 “인터넷 신청, 서면 신청 모두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절차가 까다로워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복지센터 안윤진 직원은 “학생활동도 교육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지도교수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본교는 외부인 출입이 많아 건물 관리상 꼭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간사용신청 시스템은 제41대 총학생회의 공간사용신청 간소화 요구 후 통합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17곳 중 13곳은 본교보다 신청 방법 간단해

기자가 서울·경기 지역 4년제 대학 17곳의 공간사용신청 절차를 조사한 결과, 2단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대학은 4곳이었다. ▲1단계 승인(지도교수 혹은 관련 부처의 승인 한 번만 거치는 대학)이 8곳 ▲승인 없음(원하는 시간에 강의실이 빌 때 별도의 허가 없이 이용 가능한 대학)이 5곳이었다.
 별도의 승인 절차가 없는 대학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등 5곳 한국외대는 온라인으로 빈 강의실을 보고 신청한다. 신청은 선착순으로 이뤄지며 45일 전~당일 신청이 가능하다. 대신 신청과정에서 신청자의 학번을 입력해 외부인의 무분별한 신청을 막는다. 한국외대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신청 절차는 영화 예매처럼 이뤄진다”며 “학생의 강의실 대여를 편리하게 하려고 신고만 하면 승인이 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인 절차가 한 번인 대학은 가톨릭대 성심캠퍼스, 건국대, 성균관대 등 8곳이다. 가톨릭대 성심캠퍼스의 경우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공간사용신청을 할 수 있다. 최소 일주일 전 공간사용신청을 담당하는 시설팀 혹은 VOS(Voice Of Student)팀을 방문해 신청서를 내면 관련 부처에서 검토 후 승인된다. 서강대는 학생이 포털사이트에서 사용을 신청하면 공간사용 신청을 담당하는 학생지원팀에서 24시간 이내에 승인을 해준다.
 본교와 같이 승인을 두 번 거치는 대학은 성신여대, 시립대, 홍익대 등이었다. 시립대 장은주 담당자는 “사전에 승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교구가 분실, 훼손됐을 때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 당일에 신청하면 신청절차 더 복잡해져

 본교는 행사 당일 공간사용신청을 원하는 학생은 신청 승인을 받기 위해 관련 부처를 직접 돌아다녀야 한다.
 ㄴ(국문·10)씨는 당일 급하게 이화·포스코관(포관)의 세미나실이 필요해 약4곳의 부처를 돌아다녔다. 그는 학생처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후 지도교수님과 면담해 승인을 받고 다시 사회대 행정실로 가서 허가 승인을 받았다. 행정실에서 승인을 받은 다음에는 승인 자료를 총무처에 제출하고 복사물을 포관 경비실에 제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공간사용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다.
 ㄴ씨는 “각 건물을 관리하는 부서가 있는 만큼 중간 승인절차 없이 해당 건물 담당자의 승인만 받았으면 편리했을 것”이라며 “특히 포관은 사회대 학생에게만 대여해줘 함께 세미나를 하는 사회대 학생이 교수님을 찾아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당일 신고를 하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 2일 전 인트라넷을 통해 공간을 신청하거나 CS(Customer Satisfaction) 센터에 신청하면 사용가능 유무 판단 후 연락을 줘 바로 공간사용이 가능하다. 동국대 CS 센터 박희성 조교는 “이전에 허가제로 운영했다가 2000년대 후반 신고제로 바꿨다”며 “학교 업무상 허가제는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문과대, 미디어대도 행정실에 연락처·사용시간·사용목적 등을 적고 학생임이 증명되면 당일 신청이 가능하다.
 본교는 공간사용신청 절차의 단점을 보완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며, 일부 지도교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총무처 김혜경 주임은 “현재 공간사용 신청 과정의 기본 형식은 유지하되 중간 과정에서 신청자가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종필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인트라넷을 통한 신청 내용만으로는 사용 용도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때가 있다”며 “공간 사용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 강의실이나 세미나룸 이외의 학생 활동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김가윤 기자 gaga0618@ewhain.net
김효경 기자 hyo0214@ewhain.net
이주연 기자 zzuyon@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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