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을 떠나 인권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8일 종로구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서 대학생으로 구성된 인터넷 방송국 ‘리얼코리아’의 회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리얼코리아 박성곤 대표는 “지금은 거리로 나와 탈북민의 안전을 호소하는 것이 그 어떤 인문학 강의보다 중요하다”며 참가 의의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강제북송반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북송반대 시위는 탈북자가 생긴 1990년대 이후 비정기적으로 열려왔지만 최근 한 달이 넘게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고려대 조희재 교수(북한학과)는 “최근 시위가 확산된 이유는 2월 체포된 31명의 탈북자들 중에 상대적 약자인 어린아이, 여성, 노인 등이 포함돼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에 직계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제북송반대 시위는 옥인교회 앞에서 2월14일부터 매일 오후2시, 7시에 열리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인원과 단체는 매번 다르지만 최대 약300명까지 참석한 바 있다. 

 대학가에서도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수와 대학생들은 각자 또는 힘을 합쳐 북송반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 시위, 기자회 등을 주도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외적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활동을 하는 본교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북송문제 해결하려는 이주량씨

 2월27일 영상4도의 날씨. 이주랑(영문․08)씨는 약40명의 청년들과 함께 ‘친구를 구해주세요’ 등의 팻말을 목에 걸고 침묵한 채 맨발로 길을 걸었다. 이들은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들과 고통을 나눈다는 의미로 일본대사관에서 신발을 벗고 출발해 외교통상부, 중국대사관까지 전진했다. 이들은 이날까지 모은 약14만 명의 서명자 명단을 각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 청년들은 탈북자 북송 반대를 위한 서명 운동을 펼치는 ‘세이브 마이 프렌드(Save my friend)’의 회원들과 뜻을 합쳐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다.

 이씨는 재작년 봄 전길자 교수(화학과)에게 소개받은 새터민 학우를 만나고 나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새터민을 통해 탈북 학생들이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새터민을 위한 단기 영어교실 ‘아름다운 영어교실’ 등을 기획하고 교회의 도움을 받아 개최했어요. 그 후 남북대학생 멘토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탈북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던 중 이씨는 2월8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공안국에 체포된 탈북자 10명 중 1명이 지인의 가족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세이브 마이 프렌드가 설립된 2월14일 단체에 가입했다. 

 “북송반대 문제는 정치색이나 기타 논리의 문제로 분류되지 않아요. 중국을 비난하거나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요.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그는 세이브 마이 프렌드에서 단체 활동을 기록하는 등 문서관련 작업을 맡고 있다.

 “저는 세이브 마이 프렌드의 활동을 온라인에 기록해 탈북자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에요.”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북송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예정이다. “앞으로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에게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엄지를 올려주는 영상을 담는 ‘Thumbs Up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생사를 결정한 엄지의 의미를 살려 기획됐죠. 또한, 세계인들이 탈북 문제에 관한 주제로 자유롭게 영상을 만들어 겨루는 ‘UCC contest’ 등도 할 예정이에요.”

 한편,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홈페이지(savemyfriend.org)에서 강제 북송에 대해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15일 현재, 전 세계의 약17만 명이 서명을 했다.

△ “탈북자 문제는 이념 아닌 인권문제로 봐야해요”

 “북송 문제는 제가 태어나고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문제죠. 이 문제가 제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북한체제에서 굶는 친구들이 있는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심각해요.”

 4년 전 북한에서 온 ㄱ(식영․11)씨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알리고 통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탈북자들의 문제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참여 방법을 모르더라고요. 저는 탈북학생들이 직접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에서 1년 전부터 활동했어요. 간헐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 가서 통일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고 북한 국민의 인권에 대한 각종 세미나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는 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탈북자들을 위로하는 콘서트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에 학교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 그는 최근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그는 북한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대학생들에게 관심을 호소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지구상에 동등한 인격으로 태어난 인간이 당하는 고통으로 생각해야 해요. 즉, 우리가 무관심해선 안 돼요. 외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하잖아요.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 중 탈북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인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탈북자의 남한 정착을 돕는 윤은주씨

 “물질이든 몸이든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사랑은 공허한 외침이자 울리는 꽹과리 같을 거예요.”

 윤은주(북한학과 전공 박사과정)씨는 2003년 연변에서 북한의 실상을 본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탈북자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국인노동자 피난처 일을 오랫동안 해왔던 친구가 연변 쪽에서 일하던 중 북한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중 어린이)들과 압록강변에서 도강하다가 죽은 수많은 시체를 봤대요. 그 후 친구는 충격을 받아 재중탈북자 보호를 위해 활동해 해외로 쫓겨났어요. 그곳에서 가까이에 있던 저에게 연락해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게 됐지요.”

 윤씨는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와 재중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는 2006년 탈북자의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에 기획자로서 참여해 탈북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탈북민을 도왔다.

 “탈북자들이 막상 남한에 들어와도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취업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지금은 ‘탈북민정착지원센터’로 잘 운영되고 있어요.”

 그는 최근 정치인 등이 북송반대를 이슈화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윤씨는 “중국에서의 탈북자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이 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며 “북송반대입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학 협동과정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인 통일․평화 운동에 임하려면 북한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을 돕기 위해 북한의 정체성,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해 더 공부할거예요.”

 이예진 기자 yegene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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