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좋은 강의’로 선정된 ‘현대 물리학과 인간 사고의 변혁’의 김찬주 교수

“이렇게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시고 학생을 배려해주시는 교수님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사이버캠퍼스(사캠)에 올라오는 질문에 늦은 새벽까지도 일일이 댓글 달아주세요…(중략)…(수업을 듣다 보면) ‘물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감탄하게 됩니다.”

지난 2일 타임테이블(timetabl.com)에 올라온 김찬주 교수(물리학과)의 ‘현대 물리학과 인간 사고의 변혁(현물인)’의 강의평가다. 이 강의는 8일 한국교육개발원과 SBS,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선정한 ‘100대 좋은 강의’로 선정됐다. 김 교수를 14일 종합과학관 A동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의 현물인 강의는 현대 물리학을 바탕으로 우주와 우주를 관찰하는 생물체의 의미를 살펴보는 자연영역 교양과목이다. 그의 강의는 인기가 높다. 250명으로 수강 인원을 제한한 이번 학기에는 25명의 학생이 추가로 그에게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해달라며 요청했다. 현재는 275명의 학생이 그의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그의 수업이 처음부터 인기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현물인은 그가 맡기 2년 전인 2003년부터 학사 개편과 학생 수 미달 등의 이유로 개설되지 않았다. 2005년 학과의 요청으로 그가 처음 이 강의를 맡았다. 하지만 2년간 개설되지 않았던 이 과목은 학생들에게 생소할 뿐이었다.

그는 강의를 맡기 전 방학 내내 폐강을 막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강의 내용과 목표만 있는 기존의 강의계획서와 달리 그의 강의계획서에는 ‘강의에 대한 궁금증 풀기’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배우지 않았어도 수강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만들어 ‘이 강의는 학생들의 과학 지식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가정하고 진행됩니다. 이공계와 비이공계의 학점 분포나 평균 점수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라고 스스로 답하기도 했다.

“전 대학 시절 4년 동안 질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소심한 학생이었어요. 교수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 연구실에 가면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아 연구실 앞에 서서 망설이기도 했죠. 수업을 듣고 싶어도 저같이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을까 봐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항목을 만들었어요.”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몸무게의 증감 실험하기, 확률 시간에 로또(Lotto)를 이용해 보고서 쓰기 등의 참신한 과제도 생각해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몸무게를 재거나 로또를 해보는 건 한 번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쓰는 ‘뻔한’ 과제가 아닌 흥미로운 과제로 학생들을 모아보고 싶었죠.”

이러한 노력에도 그의 수업은 학생 수 미달로 폐강될 위기에 놓였다. 첫 수업에 참석한 학생은 24명뿐이었다. 

“‘아…이건 폐강이다.’라는 느낌이 딱 들었어요. 우려가 현실이 된 거죠. 그래도 겨울방학 때 노력을 해서 이 정도로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물인 수업은 수강 변경기간에 학생이 추가로 수강 신청해 폐강을 면했다. 그 후 강의를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됐다. 그는 첫 수업시간에 쓸 수업 자료(PPT)를 만드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강의를 잘하는 교수님들은 강의 자료 한 장으로 20~30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전 강의 할 내용이 강의 자료에 없으면 아무 말도 못 하기 때문에 강의 자료를 최대한 꼼꼼히 만들 수밖에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준비를 열심히, 많이 하는 거였죠.”

한 학기가 지나고부터 현물인 수업의 수강생 수는 승승장구했다. 신선한 과제와 그의 열정은 학생들의 입소문을 탔다. 2학기에는 수강생이 133명에 달했다.

“꽉 찬 강의실을 본 순간 뿌듯했습니다. 그때부터 ‘이제 적어도 폐강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어요.”

수강생의 ‘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열정’도 함께 증가했다. 시험기간엔 오후 10시에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함께 몰려와 질문한 적도 있다. 이 수업을 통해 물리에 흥미가 생겨 문과임에도 이과로 전과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는 수업시간에 쓸 PPT를 만드는 데 여전히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사캠에 올라오는 한 학기당 1천500개~3천 개의 질문에 직접 댓글을 남긴다. 새로 올라온 질문에 답을 달기 위해 한 시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새로 고침’을 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 이유를 그는 아직도 자신이 ‘부족한 교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안한 교수가 되고 싶은데 성격상 그러지 못해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 고유의 역할을 하는 것 이외에도 학생들이 벽을 느끼지 않는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100대 좋은 강의에 선정된 그는 한사코 자신이 강의를 잘하는 교수가 아니라고 했다.

“전 강의를 잘하는 교수가 아닙니다. 말도 더듬거리고 수업 중에 학생들과 ‘아이컨택’(eye-contact)도 못하죠. 또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 이런 제 강의가 ‘좋은 강의’로 선정된 건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물리라는 과목이 재밌어서, 또 학생들이 워낙 열심히 수업을 들어서입니다.”

 

▲ 100대 좋은 강의 선정은 한국교육개발원과 SBS,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사업으로 ‘좋은 대학 강의’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를 위해 주최측은 전국 약200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217개 강의의 정보를 수집했으며, 그 후 서면 및 동영상 자료를 토대로 심사해 본교의 ‘현물인’, 서울대 ‘자연과학의 세계’, 제주대 ‘에듀워터’등 총 5개 강의를 좋은 대학 강의로 선정했다. 이 5개 강의는 SBS에서 ‘100대 좋은 대학강의(가제)’로 방영될 예정이다.

 

정새미 기자 semi0809@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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