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의 위원회는 1964년 ‘탐사보도 분야’라는 새로운 수상 분야를 만들었다.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란 사건 자체보다 이면을 파헤치는 언론보도방식으로, 권력 기관의 부정부패를 언론기관이 독자적으로 취재해 폭로하는 것을 말한다. 이 해 탐사보도 분야에서 수상한 신문은 ‘필라델피아 불레틴(The Philadelphia Bulletin)’이었다. 필라델피아 불레틴은 도박을 통해 검은 돈을 챙겨 오던 경찰관의 비리를 폭로했다. 이 보도는 다른 도시들의 경찰 부패 사례를 연이어 밝혀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권력의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하는 탐사보도에서는 정보원의 제보가 중요하다. 탐사보도의 대표적인 기사로 꼽히는 1972년 워터게이트 폭로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였던 밥 우드워드(Bob Woodward)가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을 퇴진시킬만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마크 펠트(Mark Felt)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권력 기관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 역시 수많은 익명의 제보자에 의한 정보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취재원이 마크 펠트와 같이 진실을 드러내려 노력하진 않는다. 필자는 학보사에서 일하는 동안 일부 정보원들이 사실을 말하기 꺼려하는 모습을 봐왔다. 그들은 자의적으로 진실을 외면하기보다 상급자의 못마땅한 눈초리를 의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기사를 마감할 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의 취재원을 볼 수 있었다. 한 취재원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후 “학생회가 허락한다면 내 의견을 기사에 써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학보가 우리 학과에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한 후 교수가 학생회의 학생들을 소집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학과 대표에게 취재원의 의견을 기사에 실어도 좋은지 묻자 “교수님께 여쭤봐야 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진실을 말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데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다. 누군가는 학생들보다 권력이 크거나 높은 자리에 위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학과의 학생들은 사실에 대한 의견을 공개하기 위해 교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과 구성원의 동의 없이 학보사에 의견을 제공하는 학생이나 교직원은 학과 내의 골칫거리가 되는 분위기다. 한 학과의 행정실 조교는 전화를 건 학보사 기자에게 “왜요, 또 누가 고발했나요?”라며 첫마디를 던졌다.

이러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학보사의 감시견 역할을 봉쇄하고 있다. 학보사의 감시견 역할이 제한받을 경우 학생들은 진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진실은 케케묵은 관행일 수도 있고 숨겨진 비리나 권력의 보복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터뷰를 거부하는 취재원을 많이 만났다.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나타낼 수 있는 학교의 분위기가 보장돼야 한다.

수많은 권력 기관의 압박에도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오늘날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언론이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권력의 행사를 투명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71년 군사 분석 전문가 대니얼 엘스버그(Daniel Ellsberg)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를 통해 펜타곤 문서(미국 정부가 정치·군사적으로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담은 1급 기밀문서)를 세상에 알린 적이 있다. 당시 열렸던 재판에서 언론 자유를 옹호했던 휴고 블랙(Hugo Black) 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한 것은 정부의 비밀을 파헤쳐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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