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 전시 11월30일까지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칠성무당벌레의 날개는 주변보다 눈에 띄는 빨간색으로 새를 위협한다. 새는 빨간색을 보면 역한 냄새가 나는 노란 진물을 맞을 수 있다고 여겨 무당벌레에 접근하지 않는다.

게거미는 자신의 체색을 꽃색에 맞춰 숨어 있다가 꽃을 찾는 곤충이 나타나면 잡아먹는다. 게거미는 꽃색에 따라 흰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화한다.

자연의 색은 아름답다. 색의 시각적인 아름다움 너머로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수억 년 동안 치열하게 진화해 온 흔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색을 이용한 생물들의 다양한 생존전략, 자연의 색이 생기는 원리 등을 주제로 ‘자연의 색’ 전시를 11월30일까지 연다. 전시는 다양한 생물 표본, 사진과 함께 꾸며졌다.
관객은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색을 이용해 생존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특이한 색, 무늬로 포식자를 위협하거나 서식 환경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어 몸을 숨긴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어두운 색깔과 거친 표면을 지니고 있어 새똥으로 둔갑하고 넓적왼손집게는 말미잘을 패각(껍데기)에 붙여 위장해 몸을 보호한다. 

색은 한 개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공생 관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열매는 잎의 색과 비슷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녹색에서 점차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등으로 변한다. 색의 변화는 다른 동물들에게 열매가 익었다는 것을 알리고 씨앗을 널리 퍼뜨려 달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나비가 수분하는 꽃들이 대체로 나비가 감지할 수 있는 빨간색이 많고 야생 나방이 수분하는 꽃들이 어두운 밤에 잘 보이는 흰색인 것도 같은 이치다. 

금강앵무부터 우리딱정벌레까지 87점의 다양한 표본을 감상하면서 자연에서 색이 생기는 원리를 배울 수도 있다. 색은 주로 생물의 표면이 갖는 독특한 물리적 구조와 색소에 의한 화학적 변화로 생긴다. 전시된 모르포나비의 날개는 보이는 각도에 따라 파란색, 금색 등으로 보인다. 전시기획자인 서수연 연구원은 “모르포나비의 날개는 비늘의 미세 구조 때문에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금속성의 파란빛을 띤다”고 말했다. 반면 노랑 나비나 흰 나비는 애벌레 시절 먹던 식물에 포함된 색소 때문에 노란색, 흰색을 띤다.

관람객은 실제로 살아있는 베일드카멜레온과 블리자드 콘 스네이크를 보며 독특한 자연의 색을 관찰할 수 있다. 베일드카멜레온은 연두색에 갈색 점이 박혀있는데 감정 상태에 따라 안정될 때는 녹색이나 갈색, 놀라거나 흥분된 상태에는 밝은 녹색으로 변한다. 블리자드 콘 스네이크는 알비노 뱀으로 몸에 색소 형성이 안 돼 유백색의 피부를 지녔다.

전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코너도 마련됐다. ‘균도 색을 띨까요?’라는 전시 코너에는 현미경으로 양송이 포자의 검은색을 볼 수 있고 음식이나 과일 등이 녹색, 검은색, 회색의 솜털 같은 곰팡이로 뒤덮인 사진을 볼 수 있다.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서는 산, 바다를 배경으로 숨겨진 그물코쥐치, 고라니 등의 동물을 찾는 영상체험도 할 수 있다. 서 연구원은 “전시 내용이 과학적이기 때문에 설명을 들어도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교통사고가 나서 헌혈이 필요한 달팽이, 닭에게 알맞은 색의 피를 옮겨주는 컴퓨터 게임이나 영상체험을 통해 관람객들이 전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의 색 관람을 마치고 나면 이어서 전시 속 작은 전시인 ‘아시아 최초 마크 모펫(Mark W. Moffett) 사진전’을 감상할 수 있다. 마크 모펫 박사는 ‘곤충학의 인디애나 존스’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열대지역을 탐사해 곤충 사진을 찍었다. 지구 상에서 멸종한 원시 아마릴리스(브라질, 페루에 분포하는 수선화과 꽃)의 마지막 사진, 100명의 성인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독을 지닌 황금독침개구리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사진전은 하버드대학교, 스미소니언 연구소, 내셔널 지오그래픽 본사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자연의 색’ 전시는 월요일~토요일 오전10시~오후4시(7,8월 방학 기간에는 토요일에 개관하지 않는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조형예술대학관 A동 옆 건물 4층에 있다. (문의: 02-3277-4700)


이경은 기자 kelee3@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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