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학갔대” “어떻게 알았어?” “페이스북에 올라와있던데, 아직도 몰랐어?”

요새는 페이스북(Facebook)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끼리의 대화에도 잘 끼지 못한다. 오늘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무엇을 샀는지, 심지어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 오래다. 친구를 만났을 때, 안부를 묻는 것보다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사진을 찍는 일이다. 친구가 잘 지내는지는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구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페이스북에는 선별된 모습만 보여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괴로운 순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준비하던 시험에서 떨어져 좌절하는 자신의 모습, 오랜 연애기간 끝에 헤어진 남자친구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찍는 사람은 없다. 결국 페이스북에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 가능한’ 혹은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모습이 올라갈 뿐이다.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는 포르쉐 자동차와 관련한 그의 일화가 소개된다. 꿈에 그리던 포르쉐 자동차를 산 기타노 다케시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다가 문득 불만이 생겼다. 자동차 안에서는 폼 나는 자신의 포르쉐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다른 사람을 시켜 차를 운전하게 하고, 자신은 택시를 타고 뒤따라가며 ‘내 차 멋진걸!’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그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포르쉐였을까, 다른 사람에게 비춰질 포르쉐 속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비추어질 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줄어든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페이스북에 무슨 사진을 올릴지에 대해 더욱 골똘히 생각한다. 본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 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필자를 포함해 이 말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묻고 싶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데에 하루 중 얼마의 시간을 투자하는 지.

청춘. 특히 20대 초반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딱 좋은 때이다. 고등학교 때처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부모님께 전가시키는 ‘가정통신문’도 없고, 책임지고 키워야 할 아이도 없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정도의 책임을 갖는다. 그러므로 20대 초반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좋은 시간을 남의 눈을 의식하는 데에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에 반기를 든다. 30대, 50대, 70대에도 다 자신만의 아픔이 있다. 오히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청춘은 아프지 않아도 된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 본 결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목표를 향해 발전하는 청춘은 괴로울 일이 없다.

새 학기는 시작됐고 페이스북에는 어김없이 친구들의 첫 수업과 그들이 공강 시간에 한 일에 대한 글이 꾸준히 올라올 것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생각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나를 돌아보자. 이번 학기에는 어떤 모습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까. 나에게 집중하는 당신의 전성기는 바로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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