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 텅 빈 ECC 계곡을 장식하던 흰 눈의 소금산은 녹아 내리고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 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봄(春). 지난 학기 기말 시험을 끝내며 드디어 해방이라고 외쳤었는데, 필자에게 좌절감을 주었던 성적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흘렀다.

그리고 지난 24일, 이화는 새로운 청춘들을 맞았다. 걸음걸음마다 풋풋함이 묻어나고 설레는 듯 상기된 표정들은 필자에게도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필자의 입학식 모습은 어땠을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새내기들이 정식으로 학교에 오기도 전에 씁쓸한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한 일간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입학식 기사가 게재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자신의 얼굴이 1면에 실리는 게 흔한 일도 아니고 신기했을 텐데, 문제는 인터넷 기사였다. 기사에 또 악성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미 이화인들은 악성 댓글에 덤덤해지고 있지만 새내기들은 입학도 전에 그걸 겪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아무튼 새내기들은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처음 교정에 들어서던 날 함박 웃음 지으며 사진을 찍던 그 마음을 졸업 때까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마 지금도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며 허세부리는 이화인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대학 진학률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 사회에서 대학 이름은 더 이상 특별한 지위가 아니다. 이전보다 사람의 됨됨이를 더 평가하려는 시대이니 말이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이라는 자유를 얻은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사람 간의 네트워크, 그리고 팀워크다. 이전부터 종종 이화여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개인 성과는 최고지만, 협업에서는 그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원인이 팀 프로젝트 수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결과물이 좋게 나와 정말 뿌듯할 때도 있지만, 팀원들 간에 화합이 되지 않아 힘들 때도 많았다. 개인 과제가 아니라 팀 과제일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서로를 배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것은 필자 자신에게도 당부하는 말이지만,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번은 친구가 필자에게 물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거, 그게 왜 아픈지 생각해봤어?’라고. ‘대기업 취직에 실패해서’, ‘스펙이 부족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 꿈을 가지지 못해서 아파야 하는 게 아닐까. 공무원, 교사와 같은 갖고 싶은 직업 말고 진짜 나만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잔소리하는 엄마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한 마디만 더 덧붙이려고 한다. 지난 학기 새벽에도 일일이 사이버캠퍼스에 올라온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달아주시던, 내게 물리를 통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김찬주 교수님께서 남기신 말씀이 최근 들어 더욱 다가와서 여러분께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 무엇을 하든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건이나 사물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라는 겁니다. 그냥 힘 있는 언론이나 주위의 대세에 휩쓸려 깊이 생각하기를 멈추면 본질을 놓치고 세뇌되기 마련이죠. 이 수업을 통해 여러분이 끝까지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론이나 양자역학의 이런저런 신기한 사실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캐어묻고 스스로 생각함으로써만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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