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사각지대 속에서 도움의 손길 받은 이용남 할머니

▲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은 이용남 할머니가 창천동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교회 사택에서 계단을 힘겹게 내려가고 있다.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서울시가 기획한 ‘희망온돌프로젝트’에 본교 종합사회복지관이 1월 참여했다.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난방비, 내의, 쌀 등을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돕는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서대문구청에서 추천받은 대상자들의 가정을 방문해 필요한 욕구를 파악했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21명에게 난방비, 의료비, 겨울 의류 등을 지원했다. 앞으로 개인별 욕구에 따른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5명에게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달에 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쌀, 내의, 버선 등을 지원받은 이용남 할머니(84)를 15일(수) 서대문구 창천동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교회 사택에서 만났다.


▲“한 달 생활비, 불규칙한 지원금 25만원…쌀, 내의, 이불은 큰 도움되죠” 

12도. 이용남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의 온도다. 방 안 가득 싸늘한 공기가 맴돌았다. 한겨울에도 난방비가 없어 전기장판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방 한 칸짜리 집에는 전기밥솥, 싱크대, 침대, 화장대가 전부다. 교회에 얹혀사는 탓에 살림살이 중 이 할머니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운 겨울 할머니를 괴롭히는 것은 집안의 냉기만이 아니다. 소득이 없어 생활비가 매달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래 아프던 무릎과 허리에 감기까지 달고 살아. 혈압약과 골다공증약 등 약값도 무시 못 해. 한 달에 약값으로 2만 5천 원 정도를 쓰거든.”

이 할머니는 부양이 가능한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됐다.
“아들 하나랑 딸 둘 있는데 연락이 잘 안 돼. 걔들도 사는 것이 어려워서 걔들한텐 용돈 한 푼 못 받는데. 이제 남이지 뭐.”

할머니는 구청에서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생계가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주는 ‘틈새돈’ 19만원과 노령연금 5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 할머니는 받은 돈을 약 값, 차비, 반찬 값으로 쓰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다. 그나마 이 돈도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급이 불규칙해 1월엔 받지 못했다.

할머니가 처음으로 따뜻한 손길을 받았다. 이 할머니가 ‘희망온돌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쌀10kg, 이불 한 채, 내복 1벌, 덧버선 2켤레를 본교 복지관으로부터 받았다.
 “설날에 정부로부터 매년 라면 한 상자, 김 한 상자 등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들 그저 부러웠는데……. 나까지 챙겨줘서 너무 고맙지. 평생 처음으로 받아 보는 선물 같아”라고 말했다.

할머니께 “힘이 나시냐”라고 물어보는 기자에게 할머니는 “힘이 나지”라고 짧게 대답했다. 무심한 할머니의 표정에서 행복한 미소가 보였다.


정새미 기자 semi0809@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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