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학은 수강 대기자 150명 이상

경영·경제학과 강의의 증원 및 분반 개설이 원활하지 못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학과는 한국경영교육인증원(KABEA, Korean Association of Business Education Accreditation)의 인증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강생 증원을 제한해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했다. 최근 3년간 경영·경제학과의 재학생은 증가했지만 총 개설 강의 학점은 이전 학기와 비슷했다. 뿐만 아니라 본교 경영·경제학과의 강의 개설 학점 대비 학생수는 타대와 비교했을 때도 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경제학, 170명 수용 가능한 교실에서 218명이 수강…수강 신청 힘들어 복수전공 포기하기도

경제학 을 복 수전공하 는 ㄱ씨는 5일(월) 오후2시 이화·포스코관 B152호 들어서자마자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비자경제학 수강신청에 실패해 교수님께 증원을 부탁하러 왔던 그는 이미 교실 뒤를 꽉 채우고 바깥에 줄지어 있는 150명 이상의 대기자들과 마주쳤다. 해당 교실의 수용 가능 인원은 170명이지만 218명(7일(수) 기준)까지 증원됐다. 48명의 학생들은 보조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한다.

ㄱ씨는 18학점을 수강신청 할 예정이었지만 12학점밖에 하지 못했다. 경제학 전공과목 4개를 신청하고자 했지만 수강신청 첫 날 단 한 과목도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소비자경제학의 경우 교수님께서 여러 차례 증원을 해주셨지만 주전공생, 고학번 학생에게 우선권이 돌아가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제학 전공과목인 화폐금융론은 286명으로 증원돼 281명(7일 기준)이 수강 중이다.

ㄱ씨는 “화폐금융론도 수강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수강신청에 실패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는 ㄴ(국문·08)씨는 국문학 전공과목과 경영학 전공과목을 섞어 18학점을 채웠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강 가능 인원이 줄어든다는 말에 전공 필수과목을 미리 들으려 했는데 또 수강 신청에 실패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학 전공수업을 듣기 위해 매학기 난리를 피우는데 학교에서는 부·복수 전공생을 포함한 학생들의 수요조사도 전혀 하지 않아 화가 난다”며 “주변에 수강신청이 힘들어 복수전공을 포기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전공생은 증가하는데 개설강의 학점은 제자리걸음

경영·경제학과 수강신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학생들은 늘어나지만 강의 개설 학점은 매학기 비슷해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경영·경제학과의 정원 내외 재학생은 최근 3년간 각각 117명, 78명 증가했지만 개설 강의 학점은 이전 학기에 비해 각각 3학점, 6학점 늘어났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따르면 정원내·외 재학생은 경영학과의 경우 2009년 670명, 작년 721명, 올해 787명이었으며 경제학과는 2009년 489명, 작년 532명, 올해 567명이었다. 경영학과의 총 강의 개설 학점은 2009년 1학기 69학점, 2학기 69학점, 작년1학기 72학점, 2학기 69학점이었고, 경제학과는 2009년 1학기 44학점, 2학기 44학점, 작년 1학기 50학점, 2학기 44학점이었다. 두 학과는 2009년 1학기에 비해 작년 1학기에는 각각 3학점, 6학점을 더 개설했지만 2학기개설 학점은 그대로였다.

본교 경영·경제학과의 강의 개설학점 대비 학생 수는 타대와 비교했을 때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 ‘1학점 당 재학생 수’를 계산해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본교, 중앙대, 한양대 등 8개 대학의 경영·경제학과를 비교했다. 1학점 당 재학생 수는 경영·경제학과 재학생 수와 1, 2학기 총 개설 학점수를 나눠 산출했다. 1학점 당 재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점 개설 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교의 1학점 당 재학생 수는 경영학과 8곳 중 5위(약5.11명), 경제학과 7위(약5.66명)였다. 경영학과의 1학점 당 재학생 수는 한양대가 약1.84명으로 가장 양호했고 서울대(약2.53명), 연세대(약2.7명)가 뒤를 이었다. 경제학과의 1학점 당 재학생 수는 서울대가 약2.15명으로 가장 적었으며 한양대(약2.33명), 연세대(약2.43명)가 뒤를 이었다.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의 인증 기준을 충족하기위해 수강생 증원 제한

경영학과가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의 인증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강생 증원을 자제해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강좌를 듣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의 ‘경영학교육 인증기준 및 예비심사 인증신청서 작성 편람’에 따르면 필수과목 수강인원은 60명 이내여야 하며 과목당 수강인원은 80명 이내여야 한다. 수강생이 80명이 넘는 강좌는 전체강좌 수의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서정원 경영학부장은 “외부기관의 인증을 받으면 국내외에서 인정 받을 수 있고 광고도 되기 때문에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며 “인증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수강생 증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ㄴ씨는 증원 요청을 하러 갔던 경영학과 A수업 ㄷ교수로부터 ‘경영학과가 받는 외부 기관의 인증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추가 인원을 받아주기 어렵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ㄴ씨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못하는데 인증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ㄷ교수는 “학과는 외부 평가 및 국내외 각종 인증에 신경을 쓰지않을 수 없고, 이런 학과에 증원요청을 했는데 거절당할 경우를 대비해 한 말”이라며 “많은 학생들의 증원 요청이 있을 경우 학과와 담당교수는 원인과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의사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A수업은 수강생 정원을 현재 약110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다.

 

△교수, 학생들 “분반 및 교수 충원 등 대학 차원의 노력이 필요”

학생과 교수들은 원활한 수강신청을 위해 분반을 늘리고 전임교원을 충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학과는 2010년 1학기 ‘생산 및운영관리’ 과목에 신임교원을 채용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1년간 신임교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경제학과 학생회는 지속적으로 주전공생 전용 분반 지정, 주전공생 쿼터제, 분반 증설, 교수 충원 등을 제안해 왔다. 경제학과 김윤지 공동대표는 “교수님들도 학교에 개선을 요청해 왔지만 단기간 내의 해결이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얻지는 못했다”며 “수강신청 문제는 이미 오랜 기간 지속돼 왔기 때문에 대표로서 아쉬운 마음이 크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정원 경영학부장은 “교수를 충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교수 충원 노력은 매년 하고 있지만 적임자가 없는 등 사정에 따라 충원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학기에 훌륭한 교수 후보자들이 많이 나타나 상당히 많은 교원이 충원될 가능성이 있고 경영학부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채강 기자 lck0728@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